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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나가지 마라”vs“안 초딩이라 놀린 것 사과”

┃안철수-금태섭 토론회 비평
┃安, 미숙하지만 ‘늘었다’ 평가도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의사에서 사업가로, 청년 멘토에서 정치인으로 숱한 변신을 거듭해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한때 ‘선하고 정직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다. 새 정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인의 여정을 거닐수록, 선하고 정직한 이미지는 ‘무디고 애매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그 배경엔 ‘토론 울렁증’도 크게 한몫을 했다. 권력에 대한 야망 혹은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판 고수들의 날선 토론 공방 속에서 그의 신선한 이미지는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계기가 된 탓이다. 2017년 대선후보 TV토론회 당시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던진 질문은 지금도 세간에서 희화화될 정도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금의 안철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18일 채널A가 주최한 ‘안철수-금태섭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토론’을 바라본 이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말 거꾸로 하고
긴장한 기색 역력

  • 지난 18일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금태섭 예비후보와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이를 갈은 듯 비장한 표정이 넘쳤다. 너무 진해서 ‘앵그리 철수’를 연상케 했던 눈썹문신은 어느덧 자리를 잡은 듯 다소 흐려졌다. 하지만 미간은 어찌나 찌푸렸는지 주름이 너무 선명해 보였다.
 
이날 안 후보와 금 후보 두 사람은 토론회 규정을 따라 1~3분씩 특정 주제로 상호 간의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하지만 안 후보에게는 3분도 짧아 보였다.
 
사회자가 “서울시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3분 안에 말해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안 후보는 “지금 서울이 어려운 상황인 건 모든 분들이 피부로 느끼고 계십니다. 실제 통계지표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 GRDP라고 있습니다. 지역내 총생산. 그것이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에 2014년에 경기도에 역전된 다음에는 계속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그리고 또 실업률 4.6%입니다. 청년 실업률은 그 두 배입니다…지금은 서울 인구가 967만 명밖에 안 됩니다. 1000만 명 도시는 이미 아닌 그런 상황이 됐죠”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데만 주어진 시간의 절반인 1분30초가량을 썼다.
 
제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가서야 그는 “10대 융합경제 혁신지구, 6대 테크노시티를 만들겠다”며 “소상공인들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더 빨리, 더 많이, 더 집중적으로 드려서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금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려했다. 그는 “지금 서울시장에 맡겨진 가장 중요한 임무가 소상공인 지원하는 것”이라며 “저는 누구보다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주어진 시간의 40초쯤이 지난 뒤부터는 자신의 공약을 읊기 시작했다. 금 후보는 “소상공인 전체에게 매월 200만 원씩 6개월 간 지급하겠다”며 “서울시는 현재 3조~4조 원 수준의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 후보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안 후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긴장을 풀려는 듯 가끔 한숨을 내쉬었고, 목소리는 시종 떨리며 더듬거렸다.
 
안 후보가 노출한 토론 울렁증의 단면은 여럿이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약 2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거론하면서는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했다”고 거꾸로 말하는 실수를 낳았다. 그는 또 “제가 2002년에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약자의 보호'를 말한 바 있는데 문재인 캠프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고 말했다. 2002년은 참여정부 출범 전이다. 2012년을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대목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혼란을 빚기도 했다.
 
“언변 대신 메시지”…'나아졌다' 평가도
 
안 후보 토론실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박해 보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태섭에게 시종 밀리는 장면을 노출하고 말았다”며 “귀에 걸리는 말도 없었고 속시원한 얼굴표정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안철수는 TV토론을 할때마다 3%씩 지지율을 까먹는 일이 반복될지도 모르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안 후보는)다시는 TV 토론 나가지 마시라”고 꼬집었다.
 
  • 안철수 예비후보(왼쪽)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능력과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 만큼, 안 후보의 언변보다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안 후보 역시 세간의 인식을 의식한 듯 “평소 제 생각을 말씀 드리면 그걸로 충분히 그 진심이 전달될 것”이라고 토론회 전날 밝힌 바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따르는 분위기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 후보가 말한 서울시는 말 잘 하는 해설사보다 일 잘 하는 해결사가 필요하다는 말은 기막힌 레토릭”이었다“며 “결단력도 돋보이고 압축된 언어 사용능력은 대단한 진전이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특히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 정중히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안 후보와 단일화 격돌을 벌일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일부 좋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안 후보가 의사 출신으로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논란에 대한 진단이나, 부동산 등 실물경제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잘 자리잡은 듯하다”며 “어차피 안 후보에 수려한 말솜씨를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데, 그런 점에 비춰서 이번에는 예전처럼 상대방에게 쉽게 흔들리는 모습이 줄었다”고 전했다.
 
한편 안 후보와 금 후보의 토론회는 오는 25일 한 차례 더 이뤄질 예정이다. 이어 오는 27~28일 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되며, 내달 1일 단일후보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4일까지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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