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거취 묻는 질문에는 즉답 피해 정계 진출 여지도 남겨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은 3일 대구고검을 방문하며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입법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연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에 대한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윤 총장은 3일 대구에서도 정부와 여당의 검찰개혁 시도를 작심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여권에서 경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목소리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고검을 방문하며 취재진과 만나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게 된다)”이라며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중수청을 별도로 설치, 수사권을 떼내 검찰은 기소권만 갖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날 윤 총장은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 재판 활동은 유기적으로 일체가 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총장은 연일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검수완박은 불법 대선자금으로 상징되던 '정경유착' 시대로 우리 사회를 되돌리는 역사의 후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행보에 정부와 여당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총장의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자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며 “공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권력층이 바로 정치검찰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총장이 직을 100번을 걸어도 검찰개혁을 막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윤 총장이 대구로 향한 날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 “윤 총장은 자중해야 한다”며 “검찰만이 대한민국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아집과 소영웅주의로는 국민이 요청하는 검찰개혁을 수행할 수 없다”면서 “정말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윤 총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는 강수를 던졌다. 정 총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주 주례회동을 하는데 이 기회에 (건의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화로 보고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놓고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윤 총장의 행보에 대해 정 총리가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여권의 검찰개혁과 윤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 조직의 조직적 반발이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은 윤 총장을 거들고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윤 총장 인터뷰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서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언행이 순수한 의미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국민은 이 정권이 무슨 잘못들을 그렇게 많이 저질렀기에 검찰을 저렇게 두려워하고 없애려고 하는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윤 총장의 대구행은 정치 진출을 암시하는 여러 동향이 동시에 나타나 그의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사가 더욱 주목도를 높였다. 그는 대구에서 ‘중수청 법안에 직을 걸 것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을 피했다. 정치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강하게 남긴 셈이다. 또한 이날 대구고검을 방문한 자리는 지지자들의 연호가 그치지 않는 등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하는 모습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