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발전 위해 역할과 책이 다 하겠다”…‘신복지 제도’ 거듭 강조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9일 집권여당 사령탑을 내려놓은 그는 본인의 정치 연륜과 균형감 및 안정감을 강점으로 내세운 한편, 경쟁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민주당의 4·7보궐선거를 이끌게 된 만큼,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은 지속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이며 비전을 무엇으로 제시할 지가 남은 관심사로 떠올랐다.
“많이 배우고, 성장…무엇이든 역할 다 할 것”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 전 대표는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었다. 당대표로서의 직분을 벗어나 차기 대권주자로서 과감한 메시지를 던지리라 기대했던 이들에겐 다소 아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색깔은 분명히 드러냈다. 특유의 차분한 모습 그 자체가 본인의 강점이며, 이른바 ‘신복지 제도’가 한국 사회의 지향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표로 일한 기간은 짧았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며 민주당이 주도한 법안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검경 개혁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첩 등 국정원 개혁 ▲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복합기업집단법 제정(경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이었다.
이 전 대표는 이들 중에서도 공수처 설치의 의미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특히 민주당 정부마저 하지 못한 일”이라며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을 해결한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많은 것을 배웠고, 그만큼 성숙했다”며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염두에 둔 말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이 전 대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을 단 한 차례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진 한편, 미래지향 가치를 본인이 선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경쟁 상대를 의식한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신복지제도, 기본소득과 단순 비교 안 돼”
이 전 대표는 최근 들어 이른바 ‘신복지 제도’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이를 흡사 공약처럼 내세우기도 했다. 당시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신복지제도로 저는 ‘국민생활기준 2030’을 제안한다”며 “이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생활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적정기준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피력했다. 그는 “신복지 제도는 유럽 대부분 나라는 물론이고 동남아 국가들도 수용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는 검증과 수용이 돼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국가가 국민과 함께 지향해야 할 제도”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경쟁자인 이 지사가 주창하는 기본소득제보다 종합적이며 포괄적이라고 이 전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신복지 제도는 소득, 주거, 노동, 교육, 의료, 돌봄, 문화, 환경 8개 분야의 종합적인 복지제도”라며 “기본소득은 그 가운데에서 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보전하자는 제도로서, 이 둘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를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를 ‘균형감’과 ‘안정감’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기자들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강점’을 묻자 이 전 대표는 “국가를 경험하는데 필요한 많은 경험을 가졌고, 그 길을 걸어오면서 많은 성과를 냈다”며 “그 경험이 주는 균형감과 안정감이 큰 자산”이라고 대답했다.
“4·7보궐선거 전략은 ‘진정성’”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이낙연 페이스북)
이렇듯 이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의 디딤돌을 밟았지만 당면한 과제가 무겁다. 그는 민주당의 4·7보궐선거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의 리더십이 재차 시험대에 오른 셈인데, 현재로선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입장에서 서울은 경합, 부산은 열세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 사퇴 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여권 입장에서 불리한 상황으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이 4·7 재보궐 선거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LH직원들의 투기 파문이 확산되면서 수사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윤 전 총장의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이 전 대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보궐선거에 어떤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다.
이 전 대표는 당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4·7보궐선거 전략’을 묻는 질문에 “선거는 몇 가지의 이벤트나 전략으로 치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진심을 가지고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 그 이상의 전략은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등한데 대해서는 “국민의 마음은 늘 움직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전 대표 사퇴로 민주당은 앞으로 약 두 달 동안 대표대행을 맡은 김태년 원내대표 체제로 가동된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은 성과로 말한다”며 “4·7재보선을 한 달여 남겨둔 지금은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결속 강화를 위해 당과 원내를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원팀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