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성공적, 이낙연은 자충수, 윤석열은 미지수”

서경선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소장이 11일 오후 주간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혜영 기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면론’을 선거 전략 측면에서 분석한다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앞으로 어떤 선거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이 같은 질문에 서경선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소장은 머뭇거림 없이 즉답을 내놓았다. 서 소장은 안철수 대통령 선거 캠프 팀장, 김한길·천정배 전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각종 선거들을 두루 경험한 선거전략전문가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 소장에게 우리나라의 과거, 현재, 미래의 선거에 대해 물어봤다. 그의 평가 중 눈길을 끈 대목은 “박근혜는 성공적, 이낙연은 자충수, 윤석열은 미지수”라고 말한 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그는 어떤 존재인가.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우리사회는 양극화 돼 있고 불평등이 심하며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공정, 정의 실현, 불평등 해소가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시대정신을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인물이 결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유권자들은 공정 및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로 윤 전 총장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윤 전 총장의 공정 및 정의는 사법 정의에 국한돼 있다. 대선 후보는 사법 정의뿐만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정의를 총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사법 정의만으로는 막중한 책임을 지기에 부족하다. 앞으로 그가 정치적·경제적 정의로 확장해 나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는 모두 실패했다.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가능성이 없진 않다. 야당에 워낙 인물이 없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으로 아직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했다고 볼 수 없다. 연이은 선거 패배가 이를 말해준다. 그런 측면에서 윤 전 총장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

과거 제3지대 후보가 패했던 이유는 양당 체제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양당 후보가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제3지대 후보가 살아남기 힘들었다. 현재 여당은 (나설 후보가) 있는데 야당은 마땅한 후보군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제 3지대를 추구하다가 야당까지 포괄하는 후보가 된다면 여당 후보와 맞붙어 볼 수 있다. 단,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선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 대선은 일방적인 여당 우위 선거는 아닐 것이다.”

-선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선거의 종류에 따라 중요 요소는 다르다. 대선, 광역단체장 선거와 같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선거에서는 구도, 인물, 이슈가 중요하다. 셋이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반면 국회의원 선거 이하에 해당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선거에는 인물보다 정당이 더 중요하다. 물론 양당이 박빙일 때는 인물이 부각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인물보다 정당이 중요하다. 구도는 시대정신을 둘러싼 세력간 대결 구도를 뜻한다. 구도에 맞는 인물이 필요하고, 그 인물이 본인의 색깔에 맞는 이슈를 가지고 선거를 주도해 나가야 승리한다.”

-4·7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여야에 조언을 한다면.
“여당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네거티브 공세를 하고 있다. 적합하지 않은 전략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듯이 LH 사건을 신속하고, 강력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국민들이 만족할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는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사가 선거 전까지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승리의 열쇠는 산토끼, 즉 중도층이 쥐고 있다. 후보들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나.
“전통노선과 새로운 노선을 번갈아 가면서 이슈를 믹스해야 한다. 이슈믹스를 하는 이유는 고정 지지층과 중도층을 다 잡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집도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이슈를 섞어야 한다. 중도층은 보수나 진보보다 상대적으로 도덕적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또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한다. 이슈마다 자기 입장이 있는 것도 중도층의 특성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예로 들면, 사면론은 실패했다. 집토끼를 못 잡는 상황에서 친문(친문재인)세력에 업혀 자기 기반이 부족한 사람이 산토끼를 잡으려고 했다. 확장성이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집토끼도 날라가고 지지도도 뚝 떨어졌다. 이슈믹스의 대표적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떤 전략으로 대선을 준비한다고 보는가.
“이 지사는 이슈믹스라기 보다 구도의 문제다. 이 지사는 일관되게 기본 정책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꾸준하게 집토끼를 잡아가고 있다.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거부감이 크지만 이 지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여당을 친문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점점 이탈하고 있다. 친문 후보로는 중도층을 못 잡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지사는 진보 목소리를 내면서 친문의 견제를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친문으로부터 마음이 떠난 유권자들이 이 지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선거 중 ‘선거 전략’이 가장 돋보였던 경우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이다. 박 전 대통령에겐 흔들림 없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이 싫어하는 경제 민주화를 언급했다.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김종인이 제안한 이 전략으로 박 전 대통령은 따뜻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얻게 돼 중도층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집토끼가 떠나지 않았던 이유는 워낙 콘크리트 지지층이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