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지지율 높아지면서 의도된 카드 해석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초부터 꺼내들었던 ‘3자구도 필승론’ 카드가 국민의힘 당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3자 구도 필승론은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여당 후보와 3자 구도로 모두 출마해 선거를 치른다 하더라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의 이 카드는 김무성 전 의원 등 당내 반발도 유발시켰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여론조사 상승세가 완연한 추세를 보이면서 열세를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일부 당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며 “국민의당과의 논쟁으로 이미지를 실축시키느니 3자 구도로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안 후보측과의 단일화 협상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상승 추세를 보이는 오 후보의 지지율을 배경으로 한다. 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부동산’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실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공시지가 폭등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은 싸늘해진 상태다. 오 후보는 LH 파문의 반사효과는 물론 중도층의 ‘정권 심판론’까지 등에 업고 지지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단일화 협상 감정싸움 격화된 배경에 직접 작용했나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오 후보의 지지율이 선전하는 추세를 보이자 ‘무리한 단일화보다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루자’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간 가상대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후보는 3자 대결에서 지지율 35.6%로 1위를 기록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3.3%, 안 후보가 25.1%로 뒤를 이었다. 양자대결에서도 오 후보(54.5%)는 박 후보(37.4%)보다 앞섰다. 55.3%를 얻은 안 후보도 박 후보(37.8%)를 무난하게 제쳤다.

하지만 단일화가 물거품 됐을 경우 3자 구도에서 야권이 간발의 차이로 패배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14일 칸타코리아에 따르면 양자 대결에서 오 후보는 46.5%의 지지율로 박 후보(34.2%)를 상대로 12.3%포인트 앞섰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45.2%)일 경우 안 후보는 박 후보(33.8%)보다 11.4%포인트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3자 대결 구도에서는 박 후보 28.8%, 오 후보 27.2%, 안 후보 19.9% 순으로 박 후보가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를 보면 오 후보는 양자 대결에서는 승리하지만 3자 구도에서는 박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칸타코리아의 조사에서 3자 구도시 오 후보와 박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정당 조직 기반이 탄탄한 양당(민주당·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중도·보수층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이 평론가는 “3자 구도로 가게 될 경우 중도·보수층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지지층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3자 구도 필승론의 배경에는 정권심판론도 깔려있다. 지난해 총선 때와는 달리 정권심판론이 통할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 것이다. 지난 총선 때 중도층은 부동산 실책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현 정권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계속되는 부동산 실책에 민심은 이반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25개에 달한다. 민심이 돌아서게 된 결정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시지가까지 폭등하자 이번 재보궐 선거만큼은 정권 심판론이 반영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대선 전초전이기 때문에 정권을 평가한다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3자 구도, 김종인의 계획된 시나리오?
한편 안 후보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협상에 대해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왕의 의지가 3자 대결로 가는 것 같아 염려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 우려가 가장 크다"고 답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3자구도 필승론에 기반해 단일화 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후보의 우려에 대해 이 평론가는 “타이밍을 놓쳤다”며 “안 후보는 자신이 우세한 지위에 있을 때 단일화를 성사시켰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1, 2월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지지율 1위를 유지해왔다. 지난 1월 1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각 언론 신년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일관되게 서울시장 후보 선두에 안철수 대표가 자리한다”며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3자 구도가 김 위원장의 계획된 시나리오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15일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비난하자 3자구도 필승론을 보는 눈은 달라졌다. 3자 구도 필승론이 단순한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 의도된 시나리오란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불임 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일찌감치 대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