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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 커져"vs"동물적 감각"…이해찬 지원사격 '시각차'

이해찬 전 대표 "이번 선거 이긴 듯"...의도된 발언?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등판했다. 4·7보궐선거의 판세가 야당 쪽에 유리한 양상을 띠자, 민주당의 백전노장 선거 전략가가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정치권의 대표적 ‘킹메이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맞수로서 그만한 인물은 없다는 분석이 있지만,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 전 대표가 최근 내놓은 발언이 자신감인지 오만함인지를 바라보는 시각차이도 크다.
 
당장 야권에서는 이 전 대표 행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은 관심사는 단연 그의 발언들이 어떤 여파를 낳을 지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도 언제든 마이크를 들겠다고 예고했다.
 
“악습 고치려면 재집권해야…선거 이긴 듯”
 
  •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전 대표는 보궐선거를 약 3주 앞둔 지난 17일부터 사흘 간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8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지 약 7개월 만이다. 그동안 회고록 등 집필 활동에 전념해왔던 그가 갑자기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한 배경은 다분하다. 매주 발표되는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 민주당에 불리하다고 나와서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층을 독려하고 투표장까지 끌어내는 집토끼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지난 17일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시사타파TV’. ‘개국본TV’에 출연한 그는 현 정부에 대한 야권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 주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현 정부 책임론으로 번지자 이 전 대표는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런 것까지 고치려면 재집권해야 그런 방향으로 안정되게 오래 간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에는 차기 대권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혹평했다. 이날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은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여서 스스로 커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 동의를 받는 힘은 스스로 뿌리를 내려 생명력 있는 발광체가 돼야 나온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보수진영의 중도층 흡수와 소위 ‘반 문재인 대통령 연대’ 구심점으로 떠오르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발언은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다스뵈이다)에서 나왔다. 당시 방송에서 이 전 대표는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거의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근거는 36년 전 사례였다. 그는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때 조순 후보는 지지율 20%대로, 40%대를 달린 박찬종 후보에 초반 내내 뒤쳐졌지만, 박 후보가 유신찬양 이력을 사과 대신 거짓말로 부인하면서 선거 말미에 상황이 반전돼 조 시장이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사과 대신 거짓말’을 강조한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날 “오늘 아무개 후보가 안 되어야 할 것 같다”면서 “한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는 지자체 시장이 국토교통부에 먼저 신청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정부에 보금자리 주택지구 신청, 본인의 배우자와 처가에게 36억 원의 보상금을 챙겨줬다는 민주당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앞으로도 마이크 잡겠다”
약일지 독일지는 지켜봐야
 
이날 진행자 김어준씨가 “여기뿐 아니라 다른 방송도 나갈 거냐”고 묻자 이 전 대표는 “작심했다”고 답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다니려고 한다”며 “당대표 퇴임 이후 방송 출연과 기자들 인터뷰도 일체 안 했지만, 이제는 (당에)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장외에서 보궐선거 지원사격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행보가 여권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른바 ‘정권심판론’이 보궐선거의 주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한 까닭에서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의 강경발언은 오히려 대중적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오만한 태도의 발언으로 당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취지의 글들이 일부 올라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정부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몹시 따가운 상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가 지난 19~20일 중앙일보 의뢰로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정권심판’을 택했다. '정권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55.3%,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33.3%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고)
 
이에 야당에서는 “이 전 대표의 참전을 환영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이해찬은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의원은 “대선을 앞둔 2007년 6월 27일 열린우리당 전북 당원 간담회에서 2002년 대선 때보다 훨씬 상황이 쉽다’고 대선 승리를 낙관했다”며 “그해 12월 대선에서 이해찬이 몸담고 있던 정당은 무려 600만표 차이로 대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승리호소인, 좀스럽고 민망해서 더는 언급 안 하겠다”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 원로로 대접받는 분이 분노한 일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자기 진영의 결집만 외치며 상황을 비트는 모습은 참 씁쓸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야당의 선거 책략사가 김종인 위원장인 것에 비교하면 여당에도 그만한 선거 전략가가 나설 필요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당이 계속 밀리는 양상이어서 이 전 대표의 지지층 결집 시도는 꼭 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접전 속에서 선거 당일에 다가갈수록 당 내부와 외곽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지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지지층 결집도 마찬가지”라고 짧게 전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경우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해찬 전 대표께서는 원래 오랜 정치 경험, 경륜, 그리고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본인 선거도 7전 7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에 2016년 이후에 민주당 승리의 실질적으로 산 역사를 써오셨다”며 “지난 총선 결과도 굉장히 정확하게 예측을 했던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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