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이룬 야권의 과제

▣국민의힘과 안철수의 화학적 결합이 관건
▣김종인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과제
▣‘별의 순간’ 붙잡기 위한 윤석열의 선택지는?

자화자찬하기엔 이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야권은 이제 작은 산을 하나 넘었을 뿐이다. 이번 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야권의 과제는 산적하다. 정치평론가들은 야권을 향해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는 ‘정권심판론’이 통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선거에는 위험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며 “악재에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이끌 과제도 중요하다. 야권 혁신을 마무리하고 뚜렷한 비전을 정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경선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 소장은 “인물 교체에 의존하면 필패”라며 “야권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정권 탈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나란히 참석, 의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과 안철수의 화학적 결합이 관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팽팽한 신경전 끝에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상당한 파열음 때문에 단일화가 물거품될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겨야 한다는 야권의 절박함이 단일화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후보 선출에 실패했을지라도 야권을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모양새다. 안 대표는 지난 24일 국민의힘 당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깜짝 등장했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로 안 대표를 맞이했다.

안 대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날선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협상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패배를 인정하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한 모습이다. 야권을 위한 안 대표의 과제는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초심이 변하지 않는 지원사격이 안 대표의 제1과제”라며 “합당 수순은 그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을 위한 승리를 도모하는 것도 안 대표의 역할 중 하나다. 이번 선거에서 안 대표는 여전히 중도층 확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안 대표를 향한 중도층의 지지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평론가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양당의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을 합쳐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부족하다”며 “안 대표의 지지율까지 더해야 대선 승리를 점쳐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말실수를 줄이는 것도 안 대표에게 필요하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정권 교체를 이루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싶다"며 "이번에 제게 마음을 열어주시고, 저를 지원해주신 분들이야말로 정권 교체의 소중한 자산이자 범야권 대통합의 강력한 추진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 소장은 “벌써부터 정권교체를 언급하는 건 무리수”라며 “정권교체는 정권심판 다음에 이뤄지는 것이다.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소장은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안 대표는 민심을 오판해 너무 앞서나가는 말실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종인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과제
김 위원장의 임기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임기를 마치는대로 국민의힘을 떠날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재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에 남을 경우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를 만드는 ‘킹 메이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범야권 대선 후보로 이끌지도 관심거리다. 국민의힘을 떠날 경우에도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접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평론가는 “제3지대에서 김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단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 소장도 “제3지대의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점에 국민의힘과 연대해 윤 전 총장을 범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날 경우 차기 당 대표는 김 위원장이 진행해오던 당 개혁 프로젝트들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보수 정체성의 변화, 계파 갈등 제거 등이 대표적이다. 서 소장은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이미지를 강경 보수에서 온건 보수로 바꿔나갔다.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등 계파 갈등을 최소화한 것도 김 위원장의 성과”라며 “이 같은 프로젝트가 당 내부에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제공)

‘별의 순간’ 붙잡기 위한 윤석열의 선택지는?
한편 윤 전 총장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제1야당 중심으로 대선을 준비하는 것과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해 중도층을 흡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어떤 선택지를 택하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는 문제다. 서 소장은 “현재 윤 전 총장은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대표주자로 포지셔닝돼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이미지를 공고히 유지하면서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