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서울·부산 모두 야당 '압도적' 우세
야당 후보에 의혹 제기할수록, LH 투기 연상
'위기의 서울' 구할 역량 있는 시장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를 찾아 2021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4·7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종점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판세에서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고 국민의힘 후보들의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 시장 야권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20% 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그림].
조선일보,칸타코리아 조사(3월 27일)에서 오 후보는 55.7%의 지지를 받은 반면, 박 후보는 33.0%에 그쳤다. 리얼미터와 YTN·TBS 조사(3월 29∼30일)에서 오 후보는 55.8%의 지지를 받아 32.0%에 그친 박 후보를 크게 앞섰다. MBN·한길리서치(28∼29일) 조사에선 오 후보 60.1%, 박 후보 32.5%였다.

프레시안-KSOI 부산시장 조사(28∼29일)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57.9%,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31.5%로, 두 후보의 격차가 25%포인트를 넘었다. YTN·부산 리얼미터 조사(3월 28∼29일) 조사에서도 박형준 후보는 51.1%로 김 후보(32.1%)를 크게 앞섰다. 보궐선거 사전투표(2, 3일)와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앞두고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리얼미터,뉴시스 여론조사(30일-31일)에서 오 후보 57.5%, 박영선 후보 36.0%로 나타났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87.1%였고, 지지 후보가 바뀔 수 있다는 응답은 11.4%였다. KBS와 MBC, SBS 조사(3월 31일) 결과도 비슷했다. 오세훈 50.5%, 박영선 28.2% 였다. 오 후보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박영선 후보보다 앞섰다.

이념 성향으로는 중도층에서 오 후보 57.1%, 박영선 후보 22%로 오 후보가 우세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선 박영선 24.6%, 오세훈 62.3%으로 격차가 더 커졌다. 동일 기관의 부산 시장 조사에서도 박형준 후보가 46.8%의 지지율을 얻어 김 후보(26.7%)를 크게 앞섰다. 특히 열흘 전 조사 때 두 후보는 11.8% 포인트 차이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20.1%포인트 차로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형준 후보 62%, 김 후보 20.8%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여권 후보들이 오 후보와 박형준 후보에 대해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과 엘시티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정권 심판 프레임’이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인물과 이슈가 잠식됐기 때문이다. 인지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2004년에 발간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프레임이란 용어를 사용해 미국 진보 세력이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를 설명했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을'특정한 언어와 연결되어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했다. 프레임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 연결되어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가 듣고 말하고 생각할 때 우리 머릿속에는 늘 프레임이 작동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 프레임’이 여당이 제기하는 ‘적폐 청산 프레임’보다 훨씬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여론 조사(3월26∼27일) 결과,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정부 여당 견제론‘(55.6%)이 ’정부 여당 지원론‘(29.2%)을 압도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직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뉴스1,엠브레인퍼블릭의 서울시장 조사(29일-30일)에서도 보궐선거 의미를 묻는 질문에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견제론)는 응답이 58.3%였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지원론)는 33.0%로, 격차는 25.3%포인트였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3월 27일∼28일)에서도 ‘정부의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표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54.8%로, 국정운영 지원론(32.3%)보다 22.5%포인트 이상 많았다.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촉발된 배경에는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주택 공시가 인상 등으로 부동산 민심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야권후보 단일화 효과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3월 24일)에서 오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20% 포인트 가까이 앞섰다. 이번 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는 오세훈 57.9%, 박영선 36.4%였다. 입소스,한국경제신문 조사(3월 26~27일)에서도 오 후보가 50.5%의 지지율을 얻어 박영선 후보(34.8%)를 15.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는 명분(정권심판), 이질적 세력의 결합(중도+보수, 공동 시정 운영, 단일화 경선 패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적극적인 선거 운동) 등 4대 요소로 인해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최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으로 야권 단일화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후보는 매일 2%씩 지지율을 끌어 올리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지지율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과거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던 2-30대, 중도층, 무당층이 이탈해서 오 후보를 지지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셋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 3월 4주(23~25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 한다’는 긍정 평가는 3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잘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59%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났다. YTN,리얼미터 조사(3월 22-26일)에서 긍정 평가는 34.4%로 비슷했지만 부정 평가는 60%를 넘어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이점은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계층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급락하고 있다[표1].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긍정평가는 26%로 대구ㆍ경북(24%)과 비슷했고, 부정평가는 65%였다. 스윙 보터라 불리는 중도층에선 긍정 27%, 부정 65%였다.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그 비율이 20% 대 64%였다. 한때 문 대통령의 든든한 우호 세력이었던 20대(긍정 30% 부정 58%)와 30대(긍정 38% 부정 58%)도 등을 돌렸다. YTN,리얼미터 조사에선 상황이 더 심각하다. 중도층(71.2%)과 무당층(71.2%)에선 부정 평가가 70%대를 넘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40대에서 조차 부정(51.5%)이 긍정(47.2%)을 앞섰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26-27일) 조사 결과, 서울 시민들의 문 대통령 지지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발견되었다. 문 대통령 ‘절대 고정층’(과거에도 문재인을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은 22.3%인 반면, ‘절대 반대층’(과거에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은 27.8%로 더 높게 나왔다. ‘유입층’(과거에는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지한다)은 7.5%인 반면, ‘이탈층‘(과거에는 문재인을 지지했지만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은 39.8%였다. 20대에서 이탈층의 규모는 무려 44.6%였다. 서울 지역에서 20대의 반란이 견고한 오세훈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정당 지지율도 역전되었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26-27일) 조사결과,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34.6%)이 민주당(27.6%)을 7.0%포인트 앞섰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1년 전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은 호감 37.2%, 비호감 55.7%로, 비호감이 18.5%포인트 높았다. 국민의힘은 호감 46.0%, 비호감 47.5%로 비슷했다. 지난해 2월 조사에선 민주당이 호감(47.5%)과 비호감(47.4%) 차이가 없었고, 미래통합당(국민의 힘 전신)은 호감 28.3%, 비호감 62.7%로 비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1년 사이 민주당의 비호감도는 급격히 상승했지만, 국민의힘은 ‘국민 밉상’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내는 양상이다.

한국 상황에서 임기 말에 대통령 지지도의 긍정 평가 35%가 무너지고 부정 평가가 55%를 넘어서면 집권세력에 대한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예외 없이 레임덕의 암울한 긴 터널로 빠져 들게 된다. 한국리서치 조사(3월 3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호감 41%, 비호감 53%로, 1년 전(2020년 3월 4주)과 비교해, 호감은 11% 포인트 낮아졌고, 비호감은 11% 포인트 높아졌다. 국민들의 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 조사(3월 3주)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53%)는 비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33%)보다 무려 20%포인트 더 많았다. 요약하면, 정책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척하고 탓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성난 민심이 정부와 민주당 후보들을 응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적문’(박영선의 적은 문재인이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임기 말 레임덕이 강하고 빠르게 오게 되면 대통령의 메신저 거부 현상이 나타나고, 그린 뉴딜 등 각종 국정 과제는 표류하게 되며, 주요 인사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기 어렵게 된다. 집권 여당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시작하고, 관료 집단이 말을 듣지 않고 복지부동하게 된다. 집권 세력 내에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간에 골육상쟁의 비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보궐 선거 막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최대 변수는 투표율, 네거티브 효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메시지 효과 등이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정권심판론의 수혜자인 야당이 유리하고 반대로 낮아지면 여당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조직력이 강한 여당이 진보 성향의 적극적 투표층을 결집하면 지지율 격차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기준은 투표율 50%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기대하는 지지층의 열정적 결집이 나타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층이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똘똘 뭉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선일보ㆍ칸타코리아가 실시한 조사(3월 27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중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적극 투표의향층‘은 74.0%였다.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 사이에선 그 비율이 각각 86.6%, 86.0%였다.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투표장에 나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는 기류가 달아오르고 있는 반면, ‘샤이 진보’(숨은 진보)의 존재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은 투표율이 50% 이상이면 현재의 대세론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투표율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1대 총선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당시엔 ‘샤이 보수’ 논쟁이 있었지만 국민의 힘은 참패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투표율은 48.6%였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사전투표가 실시되고, 부동산 분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에 투표율은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사전투표율이 무려 26.7%에 달해 역대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했는데 이번에 더 높아질지 관심거리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26~27일) 서울 시장 조사 결과, 27.1%가 사전투표, 53.5%가 4월 7일 본선거 투표를 선호했다. 결정하지 못한 사람은 19.4%였다. 사전투표 선호의 경우, 20대 30.4%, 30대 28.3%, 40대 31.1%, 50대 28.9%, 60대 이상 20.2%였다. 과거 선거에서는 20~30대의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현 집권 세력인 민주당에게 유리했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이 계층에서 오 후보의 지지가 높기 때문에 반대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서울시장 후보간 첫 TV 토론이 지난달 30일 열렸다. 심야 편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7%를 넘기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박영선 후보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처가 땅이 속한 강남구 내곡동 일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 지구로 지정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해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후보는 ”본질은 상속받은 땅이고 자신이 관여한 바 없이 시가의 약 85% 보상을 받은, 강제 수용된 땅”이라며 “돈을 벌려고 특혜를 받은 것처럼 하는 것도 모함”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후보는 오 후보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 프레임을 부각시키며 불리한 판세를 뒤집고 핵심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 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과연 박영선 후보가 제기한 ’특혜 의혹과 거짓말 논쟁‘이 먹히느냐 아니면 오 후보가 주장하는 ‘흑색선전 프레임’이 먹히느냐가 관건이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2일 여야 지도부는 저마다 국민과 지지층을 향해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바닥 민심이 변하고 있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동시에 오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 후보, 1일 1의혹 후보에 대한 의구심이 민심의 저변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분노한다면 투표해 달라, 꼭 투표해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폭주를 막아 달라”며 정권심판을 재차 강조했다.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짜인 틀을 제시해 대중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하며, 이 제시된 틀을 반박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해당 프레임을 강화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여권이 오 후보와 박형준 후보의 의혹들을 제기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LH 투기 의혹이 연상되면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동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총장 사퇴 이후 대선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한 ‘윤석열’이 다가오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며 “그런데도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2차 가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 여권이)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당시 안철수 교수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을 한 것이 승리에 결정적이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대권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선거 막판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지가 관건이다.

‘소용돌이의 한국 정치’라는 책으로 유명한 주한 미국 대사관 문관 그레고리 헨더슨은 1960년에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최대 도시가 아니라 곧 한국이었다”고 논평한 적이 있다. 그만큼 국가 중추신경이 집중된 거대도시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인구 천만의 수도 서울의 대표인 서울시장의 권한과 책임은 대통령 다음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하다. 서울시장은 총 예산이 올해 40조1562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 조직의 수장으로서 행정적 위상 또한 막강하다. 올해 ?節척?사회복지 13조 633억원(36.9%)을 비롯해 교육청 자치구 8조 8632억원(25.0%), 도로 교통 2조 5775억원(7.3%), 도시 안전 1조 4441억원(4.1%) 도시 계획 및 주택정비 1조 2115억원(3.4%), 문화 관광 7411억원(2.1%) 등의 예산을 집행한다.

서울시장은 외교와 국방만 빼고 주택, 건설, 교통, 보건, 복지, 상수도, 전기 등 일선 민원부서뿐만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도시 간 교류와 경쟁을 위한 국제 협력 대사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 못지않게 한국 외교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장은 정부 지휘 없이 독자적 예산 편성과 일부 세금 조달 등 행정 명령 독자 행사 권한이 있다. 서울시장은 외형으로는 25개 자치구까지 포함, 정원 4만6134명(2020년 1월 31일 기준)의 공무원을 거느리고 시가 처리하는 각종 사안에 대한 행정적 책임을 진다.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차관급이지만, 서울시장은 유일하게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다. 서울시장은 시의 주요 시책을 결정하거나 결정을 바꾸는 사항으로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사항에 대해서도 결재한다. 별도로 시장은 ‘입안권’도 갖고 있어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내 실무부서에서 검토하게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 ‘서울 공화국’ ‘서울민국’이 있다. 서울 공화국의 수반인 민선 서울시장은 1995년 6월 27일 처음으로 전국에서 동시 실시한 지방선거에서 선출되었다. 역대 민선 서울 시장의 행보를 분석해 보면 서울시장 자리와 대권과의 상관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표2].


시민들이 직접 투표해서 선출된 민선 서울 시장들은 예외없이 유력한 대권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재임 기간 나름대로의 역량을 발휘한 경우, 유능한 행정가의 이미지를 만들어 대통령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재임 중 이룩한 업적이 당시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지면 국가 지도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튼튼한 조직을 갖추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 여부가 성공의 열쇠가 됐다.

서울시장은 자신과 함께 일한 측근들이 대거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당과 국회에 자신의 지지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울 시장이라는 자리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물적, 인적, 조직적 토대를 만들 수 있다. 민선3기 이명박 서울시장은 퇴임 후 2007년 대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어 승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일등 공신은 서울시장 재임시 ‘화려한 성적표’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서울광장을 조성했으며, 뉴타운 개발을 시작하고, 버스 노선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업적은 성과를 중시하고 강한 추진력을 가진 ‘불도저식’ CEO 자질과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화려한 비전을 내세워 승리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여 2011년 8월 24일, 자신의 거취를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하였으나 투표율이 25.7%에 불과해 이틀 뒤 사퇴했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에 재도전하는 오 전 시장은 만약 승리하면 2027년 대선에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도 있다.

새로 선출되는 서울시장의 핵심 과제는 부동산 문제다. 2018년 서울시가 민선 7기 서울시정 4개년 계획(2019~2022년)의 일환으로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6월 7~8일)에서 서울시의 가장 심각한 주택문제로 ‘비싼 주택가격으로 인한 내집 마련의 어려움’이 49.7%로 다른 문제에 비해 특히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전월세 임대료 부담 가중’ 17.9%, ‘재개발사업·재건축 사업의 부진’ 13.9%, ‘주택의 노후화 또는 양질의 주택 부족’ 11.2%, ‘잦은 이사 등 지속 거주의 어려움’ 2.6% 등의 순으로 높았다.

새 서울시장은 서울 시민들의 이런 요구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으로 반영해 성과를 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도시 경쟁력을 보여주는 ‘글로벌 도시지수’는 서울의 경우, 2020년 기준 17위로 5년 새 여섯 계단 하락했다. 상위 30개 도시 중 가장 큰 순위 하락폭을 보였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행정 역량, 민간투자 유치 등 미래 성장 잠재력을 평가한 글로벌 도시전망 순위에서도 서울시는 5년 새 30계단 하락한 42위를 기록했다. 일본 모리기념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는 세계 주요도시 40여개를 대상으로 경제, 연구개발(R&D), 문화.교류, 주거, 환경, 교통.접근성 등 6개 분야 26개 지표를 평가해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순위(GPCI)를 평가한다.

2020년 세계도시 종합경쟁력지수(GPCI) 보고서는 경영자, 고급인재, 관광객과 거주자 등 4개 부문 행위자들이 평가한 도시의 경쟁력 순위도 발표했다. 서울시는 글로벌 경영자와 고급인재가 평가한 순위가 2015년 각각 9위, 10위였으나 2020년에는 각각28위, 29위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 없이 발전 없다. 그만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비한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다. 단언컨대,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서울시장에게는 미래가 있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수 test@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