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임종석·유시민 대항마로 회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 완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선거가 끝난 지 하루 만에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했다. 다만 이후에 쇄신의 방향성을 두고 벌써부터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권의 차기대선 주자로 우뚝 선 모습이다. 그는 친문(친문재인)진영과 대척점에 서 있다. 때문에 정권 심판론이 작용한 이번 선거 결과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선거패배 책임 및 수습방안을 놓고 민주당 내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이 지사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치 앞의 상황일 뿐이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이 어떤 여파를 몰고 올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친문과 비문(비문재인)세력의 갈등이 가시화할 경우, 여당의 차기대권 구도는 더욱 요동칠 수 있다. 보궐선거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당내 쇄신이 실패하거나 분열이 깊어질 경우 재집권 전략은 치명적인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회 180석을 쥔 집권여당이 ‘시계제로’ 상태에 놓인 것이다.
‘최대 위기’에 비대위 전환
친문계 독식하자 당내 반발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보궐선거 패배 책임으로 전원 사퇴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하루 뒤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서 당에 많은 과제를 줬다”며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의 총사퇴가 혁신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곧 비대위를 구성했다. 도종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김영진·민홍철·오영환 의원 등이 위원으로 참가하게 됐다. 단 비대위 체제를 오래 끌고 가진 않을 계획이다. 오는 16일까지만 운영키로 했다. 이날은 원내대표 경선이 있는 날이다. 민주당은 또 오는 5월 9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는 한 주 앞당겨 같은 달 2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반발도 불거졌다. 당내 비주류인 노웅래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뒤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벼랑 끝에 서서 쇄신을 해야 되는 마당에 쇄신의 얼굴로서, 당내 특정 세력의 대표를 내세웠다면, 면피성에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아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졸로, 바보로 보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일침을 날렸다.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도 의원이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장을 맡은 대표적 친문계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쇄신의 방법론을 두고서도 갈등이 따를 수 있다. 실제로 여권 내에서는 벌써 선거 패배의 원인을 두고도 커다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친문 지지자 다수가 모인 곳으로 유명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끝내 지키지 못한 것이 패배의 이유”라며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은 탓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취지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키려던 시도 자체가 실책이었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도 당에서 조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불법 여부를 떠나 조 전 장관이 보여준 자녀 교육에서의 일반적인 행태를 뛰어 넘는 특권적 모습은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친문을 향한 당내 반발은 이미 수면 위에 떠올랐다. 조응천 의원의 경우 친문세력을 겨냥해 사실상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며 “어렵게 병증을 확인하고서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더욱 중한 병으로 고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는 친문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당 대표 주자 중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이, 원내대표 주자 중에는 윤호중·김경협 의원이 대표적 친문으로 꼽힌다.
이낙연 ‘치명상’, 정세균의 ‘도전’
이재명 ‘1강 구도’ 굳힐까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시선은 이 지사에 쏠리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낙연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2강 체제’를 구축했던 그가 위기에 놓인 민주당의 ‘원톱’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선거 다음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저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제가 부족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다음 대선 출마를 위해 국무총리와 당대표직까지 내려놓은 이 전 위원장이지만, 참패 수준의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다. 때문에 차기 대선 때까지 특별한 반등의 기회가 오지 않는 한 이 전 위원장이 재도약하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당이 계속 혼란스러울 텐데, 그러는 사이 이 지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따라 당내 대권구도도 영향이 있지 않겠냐”며 “소위 친문에 속한 이들의 견제가 있더라도, 그분들(친문)이 목소리를 키울 분위기도 아니라서 분명 (이 지사)존재감은 갈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 지사의 1강 체제를 예단할 수는 없다. 친문 진영이 힘을 합쳐 다른 후보를 전방위로 지원한다면 당내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당장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만간 사퇴하고 대선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호남 출신인 정 총리 역시 차분하고 안정된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 전 위원장의 대체재로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문 을 대표하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주류인 친문세력이 여당 내 대권 구도가 ‘이재명 독주’로 흐를 수 있는 여지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