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M과 SK-포드의 연이은 합작…쏟아지는 대규모 투자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 최태원 SK 회장(가운데)과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백신 공급, 그리고 반도체와 배터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안정화 등 가장 뜨거운 이슈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갔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과 미국 간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맞춰 전 세계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한미 협력을 통해 기업 간 합작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K배터리’로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배터리기업들도 급박하게 변하는 환경 변화에 발맞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시대 韓 배터리 위상 최고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 기업 간 ▲최첨단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분야 협력 ▲기후변화·저탄소 대응을 위한 배터리·전기차 등 그린산업 협력 ▲바이오 기업 간 협력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됐다. 참석한 한국 기업들은 44조 원 규모의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전후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기업과 미국 완성차기업의 합작 투자가 연이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협력 행보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련 기업의 대규모 합작 물결은 이번 한미 경제 동맹의 실질적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을 상대로 자체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거나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배터리기업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뿐”이라며 “양사의 배터리 소송전이 장기화됐을 때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을 정도로 한국 배터리의 미국 내 위상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2월 미국 1위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한 바 있다. 양사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공동 투자한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최근 테네시주에 2공장 추가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얼티엄셀즈는 2024년까지 미국에서 총 70GWh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과 미국 2위 자동차기업 포드도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직전인 지난 20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사 ‘블루오벌에스케이’를 설립키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블루오벌에스케이를 통해 2020년 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키로 결정했다.

지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40%를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초 포드는 2025년까지 220억 달러를 전기차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300억 달러로 투자금을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전기차용 배터리 직접 생산에 들어가는 금액도 포함된다.

K배터리 투자 규모 늘려 시장 판도 바꾼다

중국 중심으로 흘러가던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310만대에서 2030년 5180만대로 17배,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139GWh에서 3254GWh로 23배 급증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 기준 약 34%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 3대 중 1대는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3사의 글로벌 투자 확대 추세에 따라 향후 배터리 시장은 물론 전기차 시장 판도도 크게 바뀔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한국과 중국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시장을 K배터리가 집중 공략해 글로벌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국내 1위 배터리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을 활용해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GM과 오하이오주에 건설 중인 합작 제1공장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제2공장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1·2공장 총 투자 금액 5조4000억 원 중 약 2조 원을 LG가 출자한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해 복수의 독자 배터리 공장을 추가 신설키로 했다. 신설 독자 공장과 GM과의 합작 공장, 그리고 기존 운영 중인 미시간주 공장의 생산 능력을 모두 합치면 140GWh 이상이 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사업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22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을 건설 중으로 이 1·2공장 총 투자 금액은 약 3조 원이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은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125GWh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포드와의 합작으로 기존 계획을 초과하는 190GWh까지 생산능력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SK이노베이션은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344GWh로 키워 전기차 배터리 시장 3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삼성SDI는 현재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이 없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경쟁적으로 미국 완성차 빅2와 합작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삼성SDI는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물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 후 양국에 경제 동맹 분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기조는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경제와 산업을 이끌어가는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경제·산업·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