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지침 변화( 출처=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국방 자주권 ‘판도라의 상자’ 열려...‘게임 체인저’급 전략 무기 개발 가능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직접 밝혔다.

1979년 한미 양국의 합의로 미사일 지침이 설정된 이후 42년 만에 사실상 규제로 묶인 미사일 지침의 ‘완전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한국을 향해 사거리 제한 규정을 둔 지침이어서 외교적으로 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 발표를 문 대통령한테 양보하는 외교적 성의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의 특징인 진화된 한미동맹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미국 내에서도 미사일 지침 종료 선언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25일 화상으로 진행된 한미 친선 비령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한미 정상회담 분석 대담’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것을 놓고 “매우 놀랐다”면서 “지침 종료는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 일종의 완전한 (국방) 자주권을 준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이날 대담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꽤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는 ‘판도라의 상자’를 개방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단순히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의 족쇄가 풀렸다는 개념이 아니다. 한국군의 자주국방 능력을 몇 단계 뛰어 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상 ‘전술핵무기’ 위력을 갖춘 ‘현무-4’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 제한이 풀리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게임 체인저급 무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무인 폭격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핵심전략 무기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소형 전술핵무기 확보 효과, ‘괴물’ 미사일 ‘현무 4’ 주목해야

정부는 지난해 군에서 비밀리에 소형 전술핵무기에 버금가는 ‘괴물’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특급 비닉(비밀) 무기인 현무-4로 불리는 탄도미사일이 그 주인공이다.

현무-4의 위력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괴물로 불릴 만큼 엄청난 파괴력과 정밀도를 갖췄다. 탄도 중량은 무려 2톤에 달한다. 지하 100m 깊이의 콘크리트 시설을 궤멸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의 벙커 버스터 GBU-57 ‘MOP’보다 관통력이 높다는 관측들이 우세하다. 2톤에 달하는 탄두를 중금속으로 무장시킨 과분수형 탄도미사일 형태의 특성 때문이다.

수백 개 이상의 자탄을 살포하는 확산탄을 사용할 경우 축구장 200개 크기의 지역을 한 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 현무-4를 마하 10(음속의 10백) 속도로 투하할 경우 최대 1킬로톤(kt)의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1kt는 TNT 1000톤을 폭발시켰을 때 나타나는 폭발력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기존 핵탄두 대신 일정 지역이나 시설만 제한해 전술적으로 파괴하는 ‘전술핵무기’의 파괴력이 5kt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군사 전략시설만 표적으로 괴멸시키는 전술핵무기급 탄도미사일을 확보해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억제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현무-4는 핵탄두를 제외한 재래식 미사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위력과 함께 정밀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김 의원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현해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의 의의를 설명하면서 “순항미사일 현무의 경우 빌딩의 특정층을 폭격하겠다고 하면 정확히 그 층의 창문을 뚫고 들어가고, 3층에서부터 5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폭파하라는 명령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세규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현무 미사일이 세계적으로 평가를 받는 이유에 대해 “그 안에 든 기술이나 탄도의 위력은 세계 정상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LBM, 무인폭격기, 극초음속 미사일 등 개발 문 열려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SLBM 개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우리 군은 이론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북 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를 감안하면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커버하는 사거리 1000~3000km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개발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치명적인 무기가 SLBM이다. 바다 속을 잠항해 어느 지점에서든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은닉성과 신속성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LBM을 장착해 발사하려면 최소한 배수량 4000톤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 건조가 이뤄져야 한다. 해군은 현재 배수량 3000톤급인 장보고 III급의 뒤를 이어 4000톤급 차기 잠수함 건조를 준비 중이다.

3000톤급 중에서는 수직발사대를 확보한 도산안창호함에 SLBM이 장착될 가능성도 크다. 국방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직접 검토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물론 핵연료를 확보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난관이 남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미래의 핵심 전략무기인 무인폭격기 개발도 가능하다. 무인폭격기는 순항미사일처럼 엔진을 단 기체가 폭격기 역할을 한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는 무인기 무게가 2.5톤 이하로 제한됐었다. 이는 무인기에 폭탄을 싣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지침이 해제되면서 우리 군도 무인폭격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미국도 개발 경쟁에 나선 극초음속 미사일 확보도 가능해졌다. 탄도미사일 기반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체의 낙하속도를 최고 시속 마하 20까지 높여 요격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미래형 전략무기이다

우리 군은 이미 지난해 연말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의지를 공개했다. 중단거리탄도미사일에 극초음속 비행체를 결합시키면 북한 외에 중국, 러시아 등 군사 강대국에 대한 억제력이 발휘될 수가 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