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의원
“복지, 노동, 환경을 말하는 따뜻한 보수로 변해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신진 3인방(김웅·김은혜·이준석)’이 일으킨 돌풍은 미풍으로 그치고 말 것인가. 지난달 28일 치러진 당 대표 예비경선은 당 지도부 세대교체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준석 후보를 제외한 두 의원이 아쉽게 탈락하면서 초선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은 미완에 그쳤다.

김웅 의원은 초선 의원들 중 가장 먼저 당권 출마를 선언하며 세대 교체의 불씨를 지폈다. 김 의원은 신진 돌풍에 대해 “개개인 인물의 특성에 기반한 지지율 돌풍이 아니다”라며 “당의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인물·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과 같은 방식의 구태정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정치판에 세게 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신구 대결, 계파 논란 등을 양산해 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수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김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초선인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했다.
“지난 4·15 총선 이후 우리 당의 이미지를 더 이상 ‘꼰대’ ‘막말’ ‘공감능력 결여’ 정당으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선이나 젊은 인물이 당 대표로 출마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그런 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큰 용기와 결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출마의사가 없다고 하면, 나라도 내 모든 정치적 기반을 걸고서라도 우리 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발전이 없는 당으로 전락해 또 같은 결과(실패)를 얻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파도로 뛰어들었다.”

-신진은 경륜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지 않나.
“경륜이라는 것이 잘 작동을 했다면 왜 지금까지 당의 위기 상황에서 작동이 되지 않았나. 위기에 대한 예방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위기가 터지고 난 이후에도 전혀 컨트롤을 하지 못했고, 선거에서 계속 연패하는 처참한 몰골만이 남았다. 경륜이 전혀 필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시대가 변했고 여의도 밖의 언어와 과학적 데이터로 트렌드를 읽어 국민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정치의 주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을 이끌어야 하며, 경륜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보완적으로 합리적 경륜을 갖춘 분들로부터 자문을 구하면 된다.”

-'여의도 밖의 언어'를 모르는 정치인이라면?
“공천, 다선에만 매몰되어 국회에만 갇혀 시대가 변하는 것, 그에 따라 변하는 바깥의 언어와 문법, 문화를 전혀 읽지 못하는 기존 정치인들을 말한다. 한 마디로 구태 정치다. 그들은 주변에 있는 정치권 기웃거리는 사람에게 전해 듣는 국민의 목소리 정도가 일반 국민들의 보통의 삶인 줄 안다.”

-당 대표 경선 판세는 ‘세대 교체’와 ‘세력 교체’ 중 어떤 것에 해당한다고 보는가.
“세대 교체다. 하지만 이 ‘세대’라는 것이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가 젊은 층으로 지도부를 바꾸는 것이라기보다는 청년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 ‘개혁’, ‘합리’, ‘과학’과 같은 가치를 중시하고 그것을 정치·정책에 반영하여 당을 쇄신하고 정권을 교체할 인물과 세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파 논란은 어떻게 보는지.
“구세대 정치인들이 아직도 ‘계파’와 그 수장에 의해서 작동했던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도 계파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파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다. 경쟁 상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계파를 이야기하는데 개별 후보의 능력과 공약이 아니라 계파로 프레이밍을 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우리 당을 끌어내리는 행위다. 오랫동안 우리 당에서 역할을 하셨던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면 그들이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 이준석 후보를 ‘스마트한 방식으로 돕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돕는 것인지.
“사무실, 문자 등이 없이 기동력을 중시한 노마드(유목민) 선거운동을 말한다. 옛날 여의도식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나 우리 당이 타겟팅해야 하는 청년층·중도층을 생각하면 결국 공중전이 중요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언론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방식에 기초해 돕겠다는 것이고, 또 이 후보가 앞으로의 비전과 미래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보수 정당이 나아갈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따뜻한 보수, 공감하는 보수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고, 우리가 지금까지 타 정당에 비해 매우 부족한 부분이었다. 저는 국민이 우리 당에 바라는 개혁도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 그 동안 우리 당은 사회에서 이미 성공한 사람, 엘리트, 돈 있는 사람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 당의 주류를 이루게 했다. 그 분들이 가장 일반적인 국민의 삶에 대한 이해가 있을 리가 없고, 그들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언행을 쏟아내서 국민의 분노를 샀다.”

-김 의원이 강조하는 복지, 노동, 환경 등은 보수 정당의 전통적인 가치관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있다.
“선진국에서 오래 살아남은 보수정당은 모두 복지, 노동, 환경 아젠다를 먼저 끌고 와서 이슈를 주도했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거슬러서는 정치권에서 도태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돼 정치에서 과소 대표된 약자들의 가치가 바로 복지, 노동, 환경과 연결돼 있다. 가장 일반적인 국민의 삶에 공감하고 사회의 약한 고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따뜻한 보수로 나아가려면 이러한 가치들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내가 법제사법위원회에 가지 않고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당이 미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당을 중도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환경·노동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