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극한 대결 지속..대만 해협 군사충돌 가능성 58%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사진=교도/연합뉴스)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떨쳐내고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다. 다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새로운 팬데믹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거의 1년이 넘는 기간 꾸준한 경제 지표의 상승과 증시 호조를 고려하면 정점 통과에 대한 경계심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책 당국 및 분석가들은 투자 주체들의 심리를 최대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관찰하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은행의 뉴스심리지수는 130을 상회하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제 뉴스에 긍정적 내용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뉴스심리지수(NSI)는 직전 7일간 뉴스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하루 단위로 지수화한 것이다. 지난해 3월 18일 77.38로 바닥을 친 NSI지수는 올해 1월 141.5까지 상승했다.

세계 경제의 경우 분석기관 앱솔루트 스트래터지 리서치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저널을 바탕으로 만든 ASR/WSJ 지수가 있다. 월간으로 발표되는 ASR/WSJ의 6월 지표는 69.2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30년 내 가장 높은 수치이다. 통상 55를 돌파하면 이후 12개월 기준 주식투자수익률이 채권보다 양호했다.

경제학자 스콧 베이커·니콜라스 블룸이 만든 ‘경제 정책 불확실 지수’도 2019년 4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팬데믹 호전과 경기회복이 반영되며 주요국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불확실성 지수가 2년 내 가장 안정적이나 악재로 돌변할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미·중 대립이 안정적인 상황을 뒤흔들 가장 큰 위협 변수로 지목됐다. ‘넥스트 쇼크’ 후보 1위이다

美·G7·EU의 인권공세에 中은 대만에서 무력행사

미국은 통상·기술·안보 등 주요 부문에서 우방국과 공동 포위망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의 대(對)중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등을 통해 동맹 우선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지난달 미국 상원은 대중국 견제용인 ‘혁신 경쟁법’ 을 가결했다.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는 이례적으로 신장 인권, 홍콩 민주주주 및 대만 해협 평화를 공동성명으로 채택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각개 돌파를 통해 미국 중심의 동맹 전선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호주ㆍ유럽연합(EU)에 수입품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대중 제재 관련자에 대해 입국 금지 등의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한다는 ‘팃포탯 전략’ 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기술·인권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수급 현황을 점검했다. 이어 동맹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전략을 추진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연구·개발 강화 등 기술 자립을 목표로 설정했다. 한편 G7과 EU는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과 동조했다. 따라서 연말 홍콩 입법회 선거가 가치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홍색 공급망 전략으로 아시아 기업들의 가치 사슬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홍색 공급망은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던 원부자재와 중간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조달한다는 전략을 말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첨단 제품·부품의 자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단순 임가공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핵심이익인 대만이 G2(미국과 중국)간 신냉전의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관료들은 공공연히 미·중 전쟁 발발의 유일한 원인으로 대만을 꼽고 있다. 영국의 위험관리 자문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는 연내 양국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58%로 추산했다. 지난달 G7 회의에서 대만 해협 발표가 나오자, 중국은 근래 최대 규모인 군용기 28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 등 서방의 대중 압박을 겨냥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남중국해 갈등, 러시아의 발트해 군사압박도 주목해야

정치 전문가들이 꼽은 또 다른 넥스트 쇼크 후보는 중·일 갈등, 북한, 남중국해 문제이다. 강대국의 최대 격전지인 남중국해 긴장이 커져 불안해지면 신흥국 경기회복을 주도하는 아시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해군의 남중국해·대만 해협 항해 횟수는 20회를 넘어섰다.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역시 잠재적인 쇼크 후보이다. 이란 핵협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대표적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을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까지 얽혀 있다. 중동 국가들의 대립이 석유 공급을 관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분열로 치달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란의 대선 결과도 부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성직자이자 사법부 수장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62%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이란 강경파가 8년 만에 행정부까지 장악한 것이다. 라이시 정권은 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8월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라이시 당선자는 ‘강력한 이란’을 위한 정부를 주창하며 부패 척결과 경제난 해결을 약속하고 있다. 이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종교 지도자가 국가정책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원적 지배구조 체제이다. 따라서 대선 결과가 단기 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외교가는 비교적 온건한 현 정권에 비해 이란의 대미정책과 핵협상에서 강경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고립주의 강화로 서방국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최대 적성국인 이스라엘과는 ‘강 대 강’ 대치 전략을 펼치면서 중국·러시아와는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의 파이낸설타임스(FT)는 이란의 경제난 타파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핵협정 복원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과 대화에서 추가 조건 제시 등 대립 심화로 핵협상의 장기 표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유라시아 전문매체 비앤이 인텔리뉴스는 “라이시는 1988년 정치범 대규모 사형 및 2009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 연루 의혹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서방국과의 대화에 부정적인 인물임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BCA리서치는 “리비아는 핵을 포기하면서 정권 실패로 끝났다”며“이를 파악한 북한은 핵을 활용해 미국을 협박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따라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라이시 정권과 핵협정을 단기적으로 복원하더라도 이는 길고 더 어려운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BCA는 지적했다. 2025년 핵협정 만료일, 2028년의 우라늄 농축 용량 협의 그리고 2030년 우라늄 농축 수준 합의까지 쉽지 않은 단계들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동맹 흔드는 ‘노드 스트림’ 파이프 라인

유럽에서 출현할 수 있는 부정적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발트해 국가에 대해 공격적인 군사 전략을 취하는 경우이다. 또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하면 EU와 긴장감은 고조될 수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군사적 반발은 미국이 제지에 나설 경우 더 악화될 수 있다.

미국과 EU 간 대서양 동맹 내부의 불협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노드 스트림’(Nord Stream) 파이프라인도 주목해야 한다. 북유럽 발트해의 차가운 해저에 놓인 가스 파이프라인이 뜨거운 갈등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독일을 연계하는 노드 스트림 파이프라인의 첫 번째 노선은 2011년 완공된 후 매년 550억㎥ 가스가 공급되고 있다.

이를 두 배로 증대시키는 계획이 ‘노드 스트림 2’ 프로젝트이다. 이 해저 파이프라인이 연결되면 독일은 유럽 가스 공급의 새로운 기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국이 이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통과료 수입의 감소가 예상되는 기존 동유럽 파이프라인 경유국들도 반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적대국 제재법(CAATSA)을 통해 압박을 가해 왔다. 지난 2019년 미국은 국방수권법의 하나로 유럽에너지 안보보호법을 신설했다. 기존의 제재 예외 방침을 취소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은 것이다. 자칫 노드 스트림 파이프라인 문제가 미국과 유럽의 동맹을 흔드는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독일 9월 총선 주목... 中, 정치국회의서 정책 완화 ?

한편 유럽 금융시장은 오는 9월 예정인 독일 총선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6일 독일 작센안할트 선거는 ‘메르켈의 후계자’를 가릴 9월 총선 전 열리는 마지막 지방선거였다. 이 때문에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로 시선을 끌었다. 이 선거에서 기민련은 반난민·반백신 세력과 결탁한 극우 정당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기민련은 집권당인 기독민주당(기민당,CDU)과 기독사회당(기사당,CSU)의 연합이다.

반면 올해 들어 전국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며 집권 가능성이 점쳐졌던 녹색당은 5.9% 득표에 그쳤다.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20.8%), 좌파당(11%), 사회민주당(SPD·8.4%)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녹색당 지지율이 낮다. 따라서 이번에 녹색당이 얻은 득표율이 그대로 총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후 독일 녹색당은 전당대회를 열고 2023년부터 이산화탄소 방출 1톤당 60유로 부과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승리를 위해 전당대회 의결 과정에서 급진적인 주장의 상당수를 철회했다. 연정을 의식한 것이다. 독일 녹색당이 집권에 성공하면 대대적인 환경 투자에 나서면서 균형 재정의 독일이 적자 재정으로 이동하는 대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BCA는 녹색당 단독으로 독일 정부를 이끌 시나리오에 35%의 확률을 배정했다. 이어 녹색·기민당 연정의 집권 가능성에 30%를, 기민당 단독 정부 가능성에 25%를 추정했다.

독일 정치권에서는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리는 기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을 녹색당·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의 ‘신호등’ 연정보다 높게 보고 있다. 각 정당의 상징이 검정·녹색·노란색으로 자메이카 국기의 색 조합과 같아서 자메이카 연정이라 불린다. 역시 상징색이 교통신호등의 녹색·빨간·노란색과 같아서 신호등 연정으로 지칭한다. 신호등 연정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세 당이 합쳐서 50%를 넘기기 힘들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오는 9월의 독일 총선은 유럽 전체의 재정 규범 변화를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 들어 브라질 정계가 다시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정권에 대한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해 118번째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맞서 보우소나루는 세제 개혁 등 대중영합적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엘리자베스 존슨 TS롬바르드 전략가는 “아직 룰라와 보우소나루의 승패를 논하기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존슨은 “백신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하반기 브라질 경제도 회복 흐름을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하반기 부정적 파급을 던질 수 있는 잠재적 악재들이 곳곳에 포진했지만 깜짝 호재 가능성도 있다.

올들어 통화·재정을 바짝 조이고 있는 중국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마치고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하반기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7월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시하는 것이다. 간혹 7월 정치국 회의는 중요한 정책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