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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윤석열-최재형-김동연의 3각 경쟁 관전법

  •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주 120시간' 민란 윤석열, 입만 열면 구설수
-결국 이재명에 지지율 역전...대안은 최재형?
-윤석열·최재형 '제로섬 게임' 본격 시작
-"분노의 심판 넘어 미래의 대안 제시해야"


불과 1년 전만 해도 야권은 대통령 후보감의 기근 상태에 처해있었다. 이미 2017년 대선을 통해 지지율의 한계를 드러냈던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등의 이름만 등장할 뿐, 막상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는 인물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리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우위에 섰다고 해도, 정권교체의 구심 역할을 할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될 것이 야권이 처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인물난에 처해있던 야권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선두 주자 반열에 오르면서부터였다. 2020년 한 해 동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국면에서 대선 주자로 부상했던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게 되면서부터 여야를 통틀어 선두를 달리는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 지지층은 그의 대선 출마를 반색하며 맞았다.

윤석열이 대선 행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이번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의 국민의힘 입당은 당 밖에서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윤석열과 대비되면서 국민의힘을 한껏 고무시켰다. 이제껏 윤석열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윤석열바라기’처럼 비쳐졌던 것이 국민의힘의 모습이었다. 만약 윤석열이 대선 후보 경선 때까지 입당하지 않으면 자신들만의 김빠진 경선이 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이러다가 혹시 윤석열이 추락하게 될 경우 속수무책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런 우려와 불안을 최재형이 어느 정도 덜어준 셈이 되었다. 윤석열이 입당하지 않는다 해도 최재형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펼치는 경쟁은 기본적인 경선 흥행을 보장해줄 것이며, 윤석열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야권의 ‘플랜B’라는 대안이 작동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윤석열에게 목을 매다시피 하지 않고 일단은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여기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거취도 변수로 등장했다 그는 최근 "미래와 우리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여러 가지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는 것이 제 도리"라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세력의 교체”라며 새로운 세력이 나와야 함을 강조하는 김동연은 일단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기존의 여야 세력 모두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하는 그를 아직 야권 주자라고 규정하기는 이르지만, 새 세력을 기반으로 결국은 정권교체 흐름에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야권의 변수로 살아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들 3인 이외에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활동해온 여러 대선 주자들이 있다. 복당한 홍준표 의원은 당 밖의 광범한 비호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힘 안에서는 선두급 주자이다. 201년 대선에서 합리적 보수를 내건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하여 4위를 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재도전에 나섰다. 광역단체장인데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열을 정비하고 25일 공식 출마선언에 나선다.

합리적 보수 노선을 견지해왔던 하태경 의원도 대선 행보를 시작했지만 아직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여기에 초선의 윤희숙 의원도 출마 선언을 했다. 초선이지만 보수야당의 정책철학에 정통한 경쟁력 있는 다크호스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당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선 행보에 나선 황교안 전 대표는 당내 동조세력 없이 나홀로 행보를 하고 있지만, 당 내부와 여론의 시선은 냉담한 편이다.

윤석열이나 최재형이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에 비하면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해왔던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특히 합리적 보수라는 평을 듣고 있는 유승민, 원희룡, 하태경, 윤희숙 등이 지지율에서 홍준표에게 뒤지는 현실은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그래서 윤석열이 경선 때까지 입당하지 않을 경우 경선 흥행조차 불안했던 국민의힘이었는데, 일단 최재형의 입당에 따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최재형과 기존의 국민의힘 주자들이 벌이는 경선에서의 경쟁도 제법 볼만한 관전거리가 될 법하다.

국민의힘도 아니요, 제3지대로 아닌 위치에서 외롭게 고민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있다. 공언했던대로 국민의힘과 합당하자니 그 이후 존재감이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가 크고, 그렇다고 제3 지대 후보의 입지는 윤석열이나 김동연에게로 넘어간 상태이다. 독자적인 변수가 되기에는 운신의 한계를 피할 수가 없는 환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사이에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이렇게 많아졌다. 물론 숫자의 증가가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치적 무게 면에서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후보풀을 야권이 갖게 된 셈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가운데 누가 야권의 최종 단일후보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야권의 후보 경쟁 판도를 좌우하게 될 최대 변수는 역시 윤석열의 건재 여부이다. 윤석열은 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까지는 부동의 선두 자리를 유지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지사든, 이낙연 전 대표든, 여당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일관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곤 했다.

그러던 것이 정작 출마 선언 이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천안함 모자’를 쓰고 다니는 우향우 행보 속에서 보수층은 결집시켰지만 정작 ‘압도적 승리’를 가능하게 할 중도층과 탈민주당층이 매력을 느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가 보여준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장외에 머무르는 이유는 보수 진영에 뭔가 더하기 위한, 중도 확장성을 위해 입당을 늦춘다는 게 공통 의견인데 그 (대구) 발언은 저희 중에도 오른쪽으로 간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지적은 그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양자대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7월 10∼12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양자대결에서 이재명이 윤석열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은43.9%, 윤석열은 36%의 지지를 받아 두 사람 지지율 격차는 7.9%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그림1) 매달 진행되는 한길리서치의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 이재명이 윤석열을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달 전 조사에서는 윤석열이 45.8%, 이재명이 34.5%로10% 포인트 넘는 격차였는데 크게 역전된 것이다.

윤석열 대 이낙연의 양자 대결 조사에서도 지지율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윤석열은 36.7%, 이낙연은 31.7%의 지지를 받아 윤석열이5.0% 포인트 앞섰지만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그림2) 이러한 변화는 물론 민주당 예비경선의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윤석열의 행보에 대한 실망이 중도층과 탈민주당층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조짐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다른 여러 여론조사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추세적인 것이 될지는 유동적이겠지만 윤석열이 중도층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는 후보로 인식되는 분위기는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최근 들어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초기에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가 잘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라는 발언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발언 리스크’도 중도층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을 야기했다.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은 야권의 선두 주자인 윤석열도 아직 불안한 후보라는 점이다. 정치 시작 이후 자신이 보여준 행보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가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야권내 선두 자리가 보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의 상승세이다. 그는 입당 이후 지지율이 단숨에 4위권으로 급상승하며 야권의 다크호스감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7월 16∼17일 실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최재형은 5.6%의 지지율로 한 주 만에 3.1%포인트 상승하며 여야 전체 4위를 기록했다. (그림3) 최재형은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4.8%의 지지를 얻어 전체 4위에 올라섰다.

물론 아직 민주당 주자인 이재명이나 이낙연과의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모두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야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윤석열과 경쟁을 벌일만한 최소한의 기반은 보여준 셈이다. 최재형이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국민의힘 내부의 다른 유력 주자들을 제치고 앞서게 된 것은 국민의힘 전격 입당을 통해 시선을 모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최재형에게는 윤석열과는 달리 입당 이외의 다른 선택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였다. 윤석열처럼 높은 지지율이라는 무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조직이나 자금도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일단 제1야당에 입당하여 조직의 지원을 받아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그로서는 당면한 과제였다. 게다가 국민의힘에 속한 기존 주자들 가운데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려우니,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여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충분히 노릴만 했다. "저는 저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는 그의 말은 자신을 ‘플랜 B’로 바라보는 시선을 일축하고, 윤석열과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으로 평가 받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정치 신인인 최재형이 갖는 강점은 바른 삶의 태도에 관한 한 그를 아는 사람이면 대부분이 높이 평가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두 아들의 입양에 얽힌 스토리, 고등학교 때 다리가 불편했던 친구를 등에 업고 졸업할 때까지 등하교를 시킨 일화 등으로 인사청문회 때도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던 최재형이었다.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사법연수원 동기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말씀이 없으시고, 조용히, 드러내지 않고, 선의 가치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윤리의 실천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한결같이 해내며 곧은길을 걸어가시는 분, 인격과 삶이 일치하는 분”이라는 격찬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래서 신인 대선 후보들이 신고식처럼 치르는 신상검증에 관한 한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판단들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큰 딸이 부모에 4억 빌려 아파트 샀다’, ‘자녀에 아파트 헐값 임대' 같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최재형의 즉각적인 소명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는 상황이다. 최재형을 향해 민주당에서 '아이 입양을 더는 언급하지 말라'는 논평을 냈다가, 그의 입양 아들이 "나는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며 "아빠가 이런 점을 더 언급하고 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혀 민주당 측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신상 검증과 관련하여 최재형을 향한 ‘악담’들이 결국은 ‘미담’들을 확인시켜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미담 스토리들은 대통령이 될 사람의 ‘인격’을 중시하는 층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 최재형의 경우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신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적, 정책적 능력, 그러니까 정치적 리더십 검증의 관문이 될 것이다. 법관 생활과 감사원장이라는 공직자 생활만 해왔던 그가 과연 사람들을 모으는 정치적 리더십과 국정 전반에 대한 학습능력을 얼마나 보이느냐를 지켜보게 될 시간이다.

최재형의 등판이 눈길을 끄는 것은 마침 그 시점이 윤석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때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만약 최근처럼 윤석열의 지지율이 하락 혹은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기존의 윤석열 지지층이 빠르게 최재형이라는 대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최재형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이 최재형과 윤석열의 경쟁을 '제로섬 게임'이라 표현하며 "그런 상황이 사실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던 것도 향후 두 사람 사이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그동안 윤석열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최 전 원장은 현재 여백이 많은 분"이라며 "여백을 채우는 내용에 따라서 보수진영에서 '저분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지지하면 보수진영 전체가 차기 대권주자로 인정하는 순간 지지율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지지층의 충성도는 그래서 약하고 언제든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이 내려가면 최재형이 올라가게 되어있는 것이 지금의 야권 대선 후보들의 지형이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야권의 또 한 명의 변수는 최근 대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한 김동연이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그가 여권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는 보도를 했지만 사실과는 다른 내용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사실상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나서는 그가 여권의 후보가 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미 그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력의 등장 필요성에 대해 교감하기도 했다. 김동연은 물론 ‘정권교체’ 보다 ‘정치세력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결국은 ‘세력교체를 동반하는 정권교체’로 수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은 일단은 제3 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표방하는 위치에 서겠지만 결국 윤석열이나 최재형 등과 경쟁하는 범야권 주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선 후보 경선 한복판에 있는 여권 쪽에는 김동연이 들어갈 공간도 없고, 이제와서 굳이 김동연을 받으려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런 김동연 또한 야권의 잠재적 다크호스이다. 정치세력의 교체라는 그의 화두는 사실 여야 불문하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우리 정치의 과제이다. 높은 지지꼭?구가하던 윤석열이 국민을 믿고 새로운 세력이 선도하는 정권교체를 내걸 만도 했지만 그에게는 그런 고민과 통찰이 부재했다. 실제로 출마 선언 이후 윤석열의 행보를 보면 그의 주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고, 지난 시절의 인물들 일색이다.

그러니 후발 주자인 김동연이 정치세력 교체와 새로운 세력의 등장이라는 기치를 차지할 환경이 된 것이다. 김동연이 내건 세력교체의 기치는 분명 국민 다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기는 하다. 김종인이 그에 대해 “대선판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우호적 관심을 표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동연에게도 여러 한계들이 존재한다. 우선 개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힘의 한계이다. 그가 내세우는 가치가 시대에 부합되는 것이고,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에 대한 정책능력 또한 돋보이지만 그에게는 세력이 없다. 자신의 말대로 뜻을 같이하는 새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녹녹한 일은 분명 아니다. 이미 대선 구도가 진영 간의 대결로 가고 있는 한복판에서 제3 지대에서의 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야 진영 간의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작금의 흐름 또한 김동연의 입지를 제약하는 환경이 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정권재창출 세력과 정권교체 세력이 사활적 대결을 벌이는 판으로 가고 있다. 이미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결집 강도도 높아졌다. 정권교체냐 아니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대선판에서 제3지대를 거점으로 새로운 세력을 모색하는 길은 힘을 받기가 쉽지 않다. 김동연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가치와 능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안게 되는 한계이다. 우선은 야권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최재형 등과 경쟁하며 겨룰만한 인물의 반열로 인정받는 일이 급선무이다.

야권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는 과정은 일단은 투 트랙의 진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시간표에 따라 경선 버스를 출발시켜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들어가고, 국민의힘 외부에 있는 주자들은 자신들끼리의 경쟁을 거치면서 국민의힘 외부를 대표하는 후보를 가리는 과정을 거치게 되어있다. 여기서 윤석열이 독자 행보의 한계를 절감하여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경선을 치르는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국민의힘 후보와 국민의힘 외부를 대표하는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최종 경선을 갖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경로로 판단된다. 김종인이 “11월에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면서 “4o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o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던 형태를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얘기이다. 국민의힘 바깥에 윤석열 한 사람만 있었고, 국민의힘 내부에는 경쟁력을 가진 주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윤석열의 입당 여부만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의힘 바깥에는 윤석열 뿐 아니라 김동연도 있고 안철수도 존재한다. 안철수의 경우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존재감을 잃게 될 국민의힘과의 합당 보다는 윤석열이나 김동연 등과 같이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움직이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야권의 유력 주자들이 모두 무너졌을 때 오세훈 시장의 막판 출마 가능성도 야권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본인이 먼저 나설 명분은 약하지만, 여론이 먼저 움직인다면 불가능한 카드는 아닐 수 있다.

이제 본격 경쟁이 시작되는 야권의 모습은 모두가 윤석열만 바라보고 있던 시기가 지나갔음을 의미한다. 윤석열로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선다면 언제든 다른 대안 찾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이 현재 야권 지지층의 특성이다. 애당초 정권교체를 바라던 야권 지지층에게는 윤석열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윤석열에 대한 높은 지지가 가능했던 것은 그만이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으리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야권 내에서 윤석열이 아닌 다른 대안들도 등장한 이상 윤석열이 정권교체 주역의 가능성을 독점할 이유는 사라졌다.

야권에게 내년 3월까지의 시간은 무척 긴 시간이다. 유력 주자들이 아직 검증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단계라는 점은 야권 내 경쟁의 판도가 매우 가변적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어느 한 사람을 꼭 집어서 야권의 최종 후보라고 예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윤석열과 최재형의 본격적인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잊지말아야 할 것은, ‘심판의 분노’ 보다는 고달픈 현실을 넘어설 ‘미래의 대안’을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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