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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참패’ 충격 이낙연, 의원직 사퇴 배수진

‘정치 1번지’ 종로 재보궐 부담…‘승부수’ vs ‘자충수’ 갈림길
  •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충청권 패배로 충격에 휩싸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민주당 경선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1차 슈퍼위크’ 투표가 시작되는 날 정치적 고향인 호남을 찾아 결전에 임하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과 호남, 서울 종로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면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다음 날인 9일에는 본인 의원실인 의원회관 746호에서 집기류를 비롯한 내부 짐을 정리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 등의 만류에도 본인의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신속하게 방을 빼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1차 슈퍼위크·호남 순회경선 앞두고 반전 카드

이 전 대표는 대선 경선 첫 순회 격전지역인 충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아 참패를 당한 후 모든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도 필요했다. 모든 것을 던져 경선에 임하는 결기를 보이는 수단으로 의원직 사퇴만한 카드가 없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전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날은 64만 명에 달하는 일반 당원·국민 선거인단 투표가 시작되는 1차 슈퍼위크 기간의 첫날이었다. 사실상 민주당 경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호남 순회경선(20만 명)도 오는 25~26일 치러진다. 승부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 기간에 임팩트를 줘야 한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배수진이 효과를 볼 것인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로 주목도가 분명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주목도가 단순한 동정심일지, 결연한 의지에 대한 화답일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의 승부수는 진정성을 앞세워 친문(친문재인) 지지층과 호남 민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민주당 후보의 도덕성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이 전 대표는 직접적으로 이 지사를 겨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지사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항상 따라다니는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의 사생활 부분을 짚고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당원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호소라 할 수 있다.

또한 의원직 사퇴를 계기로 ‘지사 찬스’ 논란이 불거졌던 이 지사에 대해 간접적인 사퇴 압박을 가하는 노림수가 될 수도 있다. 앞서 이상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지사직 사퇴를 언급하자 이 지사 측은 “그러면 타 후보도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논리로 방어막을 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의도와 달리 지지율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우선 ‘제2의 김두관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두관 의원은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의 영남 교두보인 경남도지사를 박차고 나왔다가 지금까지 역풍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큰 종로 지역구 역시 가볍게 던질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추 전 장관 캠프에서는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밴 정치 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버리는 것은 스스로 정치인의 길을 포기한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경선에 집중하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를 향해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공세에 나선 것이다.

추 전 장관이 ‘노무현 정신’을 들고 나온 것은 노 전 대통령이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 점을 되새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험지인 부산 출마를 선택했다. 그 후 18대 총선까지 민주당은 종로를 탈환하지 못한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정치 1번지라는 종로 지역구가 함부로 던질 정치적 카드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셈이다.

추 전 장관 측은 노무현 정신을 앞세워 이 전 대표에게 연타를 날렸다. 캠프는 “굳이 호남을 발표 장소로 선택한 게 호남을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으려는 저급한 시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호남을 찾아 종로 지역구를 던진다고 발표한 것 자체가 지역의주를 부추기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종로 지역구 상징성이 사퇴 카드 발목 잡을 수도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예기치 않게 스스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향후 정치적 입지가 애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의원직 사퇴가 경선 패배 후에 경선 승리자를 적극적으로 돕지는 않겠다는 의향으로 비칠 수도 있다. 또한 민주당 차원의 대선 본선이 치러질 때 역시 지역에 기반을 둔 현역 의원 신분과 그렇지 않은 처지는 역할론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만약 지도부 만류에도 이 전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아 내년 1월 31일까지 의원직 사퇴가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종로 보궐선거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에 같이 진행된다. 대선 결과도 중요하지만 종로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간다면 그 후유증도 오롯이 이 전 대표가 안고 가야 할 부담으로 남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이 전 대표의 사퇴를 만류하고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원팀으로 대선을 치러 나가기 위해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 송 대표와 이 전 대표의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윤 원내대표는 전날 밤 통화를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설훈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려고 하자 만류했다. 이낙연 캠프 등에서도 반대 기류가 높아 설 의원은 입장을 번복하고 회견을 취소했다. 의원직 사퇴 카드가 민주당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가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고 버틸 것인지, 아니면 당 차원의 만류로 철회를 할 것인지는 현재로서 불확실하다. 하지만 의원직 사퇴 카드는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어떤 식으로든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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