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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윤석열은 ‘고발 사주’ 수사의 칼을 피할 수 있을까

  • ‘고발 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사주설’ vs ‘박지원 공작설’의 프레임 대결

공수처의 윤석열 입건은 무리수, 수사로 책임질 수 있을까

고발 사주 의혹, 대선판에 특별한 영향주지 못하고 끝날 것


“사실 이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다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 그냥 이진동 기자가 치자고 결정을 했던 날짜고.”

‘고발 사주’ 의혹 정국을 몰고온 제보자 조성은 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꺼낸 이 말이 예민할 대로 예민한 정국에 큰 파장을 낳았다. 의혹 보도 날짜에 대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상의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 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조 씨는 “얼떨결에 나온 말”이라며 자신은 박 원장에게 얘기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의 식사 회동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던 때인지라 야당은 즉각적으로 ‘박지원 게이트’라며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를 통해 야당이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 제기는 조 씨가 등장하고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고리로 박 원장과의 식사 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 측과 국민의힘에 의해 역공을 당하는 상황으로 변화됐다. 그래서 정국은 ‘고발 사주’ 의혹과 ‘정치 공작’ 의혹이라는 정반대 프레임이 맞부딪히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진실이 무엇인가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다. 무성한 의혹과 추측들은 제기됐지만 확인된 사실은 아직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단 조성은이 텔레그램으로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손준성 보냄’ 고발장 내용은 조작이 아닌 사실인 것으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이어 두 수사기관은 최소한 이 고발장을 보낸 사람이 손 검사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다.

조성은이 텔레그램으로 전달받은 자료의 발신자 정보와 손 검사의 휴대전화 번호가 일치함이 확인됐다는 것이 그 근거다. 하지만 전달자로 지목된 손 검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건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가 부인하는 강도와 일관성을 감안할 때 검찰이나 공수처의 판단과는 달리 고발장의 작성자는 물론 전달자를 손 검사로 특정하는 일은 아직 성급해 보인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제3자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흔히 ‘친정권 검사’로 불리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이끄는 강도 높은 진상조사가 2주일째 계속됐지만, 아직 손 검사가 그런 행위를 했다는 입증 근거는 찾지 못한 모습이다. 더욱이 조 씨가 검찰과 공수처에 자신의 휴대폰을 넘겨주기 전에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폭파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 씨는 고발장 송부 대화록 등의 내용은 전부 디지털 포렌식 과정과 진본 확인을 거쳤다고 해명했지만 이미지 저장본만으로는 진위를 가리는데 있어 증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웅과 조성은 사이에 실제로 어떤 자료와 대화가 오갔는지 여부도 아직 더 확인을 거쳐야 할 상황이다. 저장된 이미지 캡처만 갖고는 그것이 원본과 동일한 것인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조 씨가 해당 파일들을 전달받은 경로를 역추적하는 일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씨가 의혹을 푸는데 스모킹 건이 될 대화방을 어째서 스스로 폭파시켰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조 씨 자신 말대로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겠고 공개해서는 안 될 무엇이 대화방에 있어 그랬을 수도 있는 일이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조성은과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제기하고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던 윤석열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련 정황이 나온 바 없는 상태다. ‘대검찰청이 윤 전 총장에게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등 주요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동아일보’ 9월 14일)와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가 상당히 유의미하게 진행되고 있고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국회 답변(국회 법제사법위원회 9월 14일 답변)의 분위기가 엇갈리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와 공수처의 수사는 더디지만 윤석열의 사주를 의심하는 쪽에서는 진즉에 단정적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조성은의 제보에 따라 이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는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정치 공작’>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들을 묶으면서 <범 여권 인사 야당 고발 사주는 명백한 정치공작…윤석열 ‘검찰권 사유화’>라고 윤석열 사주를 단정하는 기사들을 잇따라 내보냈다.

이 매체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의혹제기 수준을 넘어 단정적인 결론들을 내리곤 했다. 보도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윤석열 개입을 역시 단정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검찰이 검찰권을 사유화해서 야당과 언론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과 가족에 대한 변호 활동까지 나선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 (윤호중 원내대표)

“의혹이 해명이 안 되면 대선 후보로 나올 게 아니라 검찰에 불려가 피의자 심문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 (송영길 대표)


이미 조성은의 제보와 ‘뉴스버스’의 보도는 윤석열 개입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민주당은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성급해 보이는 예단들이다. 그러한 윤석열의 사주를 입증할 무엇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이 사건의 진상과 전모가 어떤 것인지 아직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오간 것은 있다고 하는데 작성한 사람도, 보낸 사람도 찾지 못하는 미스터리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진실 규명의 열쇠를 일단 쥐게 된 것은 본격 수사에 나선 공수처다. 공수처는 손 검사와 김 의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하면서 손 검사뿐 아니라 윤 전 총장까지 곧바로 피의자로 입건부터 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 물론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키맨’으로 불리는 김 의원이 “정말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호한 답변만 하고 있고, 그에게 메신저를 통해 고발장을 보낸 것으로 지목된 손 검사는 “자신은 고발장을 작성한 일도 전달한 일도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편파수사 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김오수 검찰보다는 공정성의 시선을 의식할 법한 김진욱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수사의 신뢰성 면에서 바람직한 면이 있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 단계에서 혐의가 드러난 것이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윤석열을 피의자로 입건부터 한 것은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 이야기해서 강제수사한 거지 죄가 있냐 없냐는 그 다음의 이야기”라는 공수처의 설명은 무척 황당한 이야기였다. 대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고 윤석열은 야당의 최유력 대선주자다.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 김태정 검찰총장은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DJ비자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켰던 일이 있다. 그만큼 대선을 앞두고서는 후보들에 대한 수사는 신중했던 것이 우리 정치사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정반대로, 대선이 다가올수록 야당의 최유력 후보를 겨냥한 수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속도를 내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 장모는 보석 상태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인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로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이른바 ‘스폰서 의혹’ 수사에도 검찰은 속도를 내고 있다. 게다가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서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진술을 받은 상태다.

검찰이나 공수처로서는 대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윤 전 총장과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매듭지으려 한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야당 쪽 눈으로 봤을 때는 대선이 다가오니까 야당 최유력 후보에 대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여 낙마시키려 한다는 반발을 살 상황이기도 하다.

게다가 대검 감찰부가 2주째 진상조사를 하고 있고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이 사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한 사건을 놓고 세 곳에서 수사와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전례가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윤 전 총장 등을 고소한 사건을 하루 만에 수사에 착수하는 결정을 내린 결과다. 중복 수사와 수사지휘 라인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리 야당 대선 후보라 해도 범죄혐의가 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정식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밝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 가운데 윤석열의 범죄 관련 혐의가 드러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는 단계다.

대다수 법조계 인사들도 설혹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해서 김 의원에게 보냈다 한들, 윤석열 개입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의 경우도 다른 관련자들을 조사한 이후에 범죄 관련 혐의가 있으면 그때 입건하고 수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입건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일인데, 일단 입건부터 하고 나서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가리자는 공수처의 설명은 수사를 법의 논리가 아니라 정치의 논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고발 사주’ 정국 한가운데 들어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대로 야당이 문제삼고 있는 박 원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 측에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박 원장의 범죄 혐의가 포착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박 원장이 조 씨를 지난달 11일 말고도 지난달 말에 더 만났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정말 관련 내용을 상의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의문은 생기지만, 아직 개입을 단정할 혐의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은 박 원장과 조 씨, 성명불상자 1인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역시 공수처에 고발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공수처의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고발장이 접수됐고 야당과 언론이 하라고 했으니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가리겠다며 박 원장과 조 씨를 입건해서 수사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중잣대고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따르게 될 선택을 공수처가 했던 것이다.

문제는 시작하면서 곧바로 판을 크게 키워버린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이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 사건의 성격과 범위를 좀처럼 가늠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손준성, 김웅 등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부조차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손준성, 김웅, 국민의힘 혹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관련된 부분에서 부적절하거나 위법 소지가 있는 내용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부분인 윤석열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드러난 것이 없고 앞으로도 무엇이 나올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애당초 윤석열이 아무 관련이 없었다면 수사를 한들 입증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고, 혹여 개입했더라도 입증을 해내는 일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대선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 이 사건을 공수처가 맡은 이상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할 상황이다. 윤석열의 사주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모습으로 비쳤다가는 공수처가 야당 대선 후보 상처내기만 하고 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위험이 크다.

공수처의 수사는 과연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어느 정도의 사실과 어느 정도의 합리적 추론과 상당 정도의 억측이 뒤섞인 것으로 판단된다. 공수처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확인될 사실이 제한적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제법 있다. 여야 두 진영이 ‘윤석열 사주설’과 ‘박지원 공작설’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지만, 윤석열이나 박지원 모두 그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일 합리적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고발장이 오갔던 시기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패싱’ 인사가 있은 뒤였다. 고립무원이 된 윤석열이 고발 사주를 한다고 해서 검찰수사가 가능한 환경도 아니었는데 나중에 감옥 가기 딱 좋은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윤석열로서는 사면초가 상황에서 극히 몸조심을 하던 무렵이었는데, 자기 사람도 아니고 추 장관이 기용한 손 검사와 그런 일을 꾸몄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다.

박지원의 경우도 자신이 공작을 주도했을 합리적 이유가 설명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그의 나이가 몇인데, 정권이라도 바뀌면 감옥 갈 일까지 하면서 민주당에게 충성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사주설과 공작설 모두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고발 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적절하거나 위법 소지가 있는 누군가의 행위가 있었을 수 있고 그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진상이 있는 그대로 밝혀져야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검사와 야당 정치인 사이의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된다면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일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사주설이 팩트로 확인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정원 개입 여부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정치공작 프레임을 제기하며 박 원장까지 고발했지만 조성은을 만났다는 것 이상의 어떤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 의혹 제기 수준이다. 다만 공작까지는 아니더라도 박지원이 조성은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상의하고 처리 경로를 안내해 줬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런 의문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겠지만, 혹여 그런 사실이 있었던들 두 사람이 말하지 않는 이상 입증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결국 사주설과 공작설 모두는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공수처의 수사는 엄청난 무엇이 나오지 않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날 수도 있다. 조성은과 ‘뉴스버스’, 그리고 정치권의 가세에 의해 워낙 엄청난 사건인 양 떠들썩했지만, 막상 그 정도의 사건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손준성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의혹의 전제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일까. 아직은 미스터리이다.

‘고발 사주’ 의혹이 온통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막상 대선판 구도나 판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여론은 비공감-공감 의견이 팽팽하게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42.3%, ‘정치공작이라는 주恙?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7%로 집계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내에서 우열을 말하기 어려운 격차였다. [그림1]

‘정치공작’이라는 매우 강한 용어를 사용한 조사에서도 그에 대한 공감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윤석열을 겨냥한 의혹 제기가 오히려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층은 공감 68.1%, 비공감 18.1%로 윤석열 측에 크게 기울었고 국민의당 지지층 역시 63.2%, 25.7%로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후보의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일 것’이라는 응답이 41.6%,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은 38.3%로 오차범위(±3.1% 포인트) 내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이어도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응답이 60.9%로 높게 나타난 반면, 의혹이 사실일 경우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응답은 25.2%에 그쳤다. [그림2]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사주 의혹이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의혹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지지율도 하락의 조짐은 별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1~12일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 조사 결과, 윤석열은 46.4%, 이재명은 37.6%를 기록했다.

지난달 3주차 조사에 비하면 윤석열은 0.9% 포인트 상승하고 이재명은 3.1% 포인트 하락한 지지율이라 오히려 두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윤 전 총장 45.2%, 이 전 대표 40.8%로 나타났다. [그림3]
리얼미터가 JTBC의뢰로 지난 11~12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재명 38%, 윤석열 43.2%로 오차범위 내에서 윤석열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은 이낙연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40.6% 대 31.9%로 앞섰다.

반면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공동으로 지난 13~15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재명이 45%로, 윤석열(37%)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상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전 판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수사에서 윤석열 개입을 입증할 무엇이 나오지 않는 한, 단지 의심만으로 그의 대선 행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판을 뒤흔들어 놓을 듯하던 ‘고발 사주’ 의혹은 아직까지는 대선판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고발 사주’와 관련된 수사는 경천동지할 무엇을 내놓지 못한 채 몇몇 사람들의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 일에 공수처가 덜컥 윤석열 입건부터 하면서 뛰어들었으니 앞으로 공수처의 모양새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시간이 지난 뒤 어쩌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 난리를 피웠나 하며 허탈해하는 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관조적 삶이 아닌 활동적이고 정치적인 삶을 우리에게 주문했다. 그가 말한 정치는 다원적 인간들 사이에서의 의사소통 행위를 의미했다.

그러나 그런 아렌트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가 지켜보는 정치는 서로에 대한 증오와 심판만이 넘치는, 어쩌면 쓸모없는 일이 종종 되고 있다.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던 ‘고발 사주’ 수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모호하게 끝나버리고, 결국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서 투표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조금은 이른 예상을 해본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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