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떼’, ‘하이에나’로 지목된 윤 캠프 인사들 반발로 이어질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제2기 영남일보 지방자치 아카데미 입학식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오는 20일 전후로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 기한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당 지도부와 대선 후보 캠프가 서로 자기 인사를 확보하는 등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싸움이 치열하다. 본격적인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에 앞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선대위 구성이 새로운 판을 짜는 혁신이 전제가 돼야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전략과 구상을 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해 선대위 운영의 사실상 ‘전권’행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캠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세력들이 본격적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반발과 비토로 이어질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심을 등에 업고 최종 대선 후보에 오른 윤석열 후보의 선택지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
미리 바람 잡는 이준석과 발맞춰 요구 조건 내미는 김종인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는 당내 경선 후 일찌감치 윤 후보 캠프 내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캠프를 두고 “파리떼에 둘러싸여 있다”고 힐난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 대표도 윤 후보가 선출된 직후인 지난 6일 인터뷰를 통해 기존 캠프 내부 인사들을 ‘파리떼’와 ‘하이에나’로 비유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서로 미리 입을 맞춘 것처럼 윤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존재감과 합류 당위성을 설파했다. 연일 방송에서 김 전 위원장을 단독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김 전 위원장의 당내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 대표는 당연직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을 하게 되고 김 전 위원장은 제 위여야 되지 않나. 직위상으로 총괄선대위원장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뒤이어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선 “김 전 위원장의 구상을 실현시키려면 상당한 권한을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전 위원장을 띄우는 이 대표의 행보는 선대위 구성에 적지 않은 입김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윤 후보 캠프 측에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김 전 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묶는 ‘투톱’ 체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작심하고 불씨를 지피는 ‘김종인 단독 선대위원장’ 방안에 묻혀 어느덧 관심에서 밀려난 상태다.
통상 대선 후보와 캠프가 선대위 구성을 주도해왔던 과거 대선에선 볼 수 없던 양상이다. 당연히 캠프 안팎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 대표가 너무 앞서나가 정작 후보의 재량을 침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당 최고위회의에서 “선대위 구성은 당이 중심이 돼야 하고,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는 분들이 함께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면서 “이 대전제 하에서 윤 후보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비서실장인 권성동 의원도 지난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 뜻이 반영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선대위 인선은)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며 후보의 권한을 거듭 강조했다.
‘상왕’ 김종인과 ‘고종’ 윤석열?...때아닌 ‘실세’ 논란
김 전 위원장의 재등판과 관련해 윤 후보를 ‘고종’, 김 전 위원장을 ‘흥선 대원군’에 비유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윤 후보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환 전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당헌74조의 당무권한이 후보에게 있다. 총괄이니 전권이니 다 부질없는 일이다”라며 “(선거일인) 3월 9일까지 모든 권한은 후보에게만 있다. 전권을 쥐고 누군가가 휘두른다면 그가 상왕이 되고 윤석열은 ‘꼬붕’이 되는 것이다”라고 쓰며 현 선대위 논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민주당도 ‘김종인 상왕 설’을 제기했다. 우원식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맡았던 2016년 총선 때를 거론하며 “그때도 ‘김종인=전권’이었다. 윤 후보가 전권을 주면 '흥선대원군 김종인, 고종 윤석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어 “윤 후보와 함께 고생해 경선에서 승리한 부대가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이) 이에 대해 ‘파리떼’, ‘하이에나’, ‘자리사냥꾼’라고 얘기한다”며 “(윤 후보와) 함께한 동지들을 ‘파리떼’라 하는 분에게 전권을 드릴 수 있는지가 갈등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권을 달라고 주장했다’는 얘기에 대해 “무슨 책임을 맡으면 목적 달성을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지혜를 동원해서 도와줄 뿐”이라며 “특별한 무슨 보장을 요구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종인 상왕’ 설에 대해서는 “철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헌법상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인데, (나는) 대통령 선거 끝나면 그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선대위원장으로서 인사권 보다는 당내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펼칠 권한을 요구한다고 분명히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서 내 소신과 철학을 펼 수 있는 상황이 돼야지 가는 것”이라며 “허수하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가 언급한 ‘전권’의 의미에 대해서는 “일을 할 수 있는 소위 ‘여건’이 되느냐를 물어보는 것이지 인사권과는 별개 사항”이라고 짚고 넘어갔다.
윤 후보 캠프 인사를 선대위에 수용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새롭게 바꿔야 되겠다는 이런 인상을 갖다가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 윤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표를 모을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윤 후보에게 개인적 충고를 해주자면,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성공 못 한다. 냉정한 판단을 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실패 사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도 언급했다.
당내 주류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존 정치인들을 배제한 선대위 구성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결국 과거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 같으면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본선이 홀가분하고 쉽게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