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20대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도층이 승부 가르는 본선에서도 지지층 결집 메시지만 반복해 확장성 없어
문재인 정부의 실정 더 강하게 밀어붙일 ‘문재인 매운맛’이라는 우려 불식해야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 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다.” 여권의 대표적 책사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향후 서너 주가 마지막 시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 이재명 대선 후보와 민주당이 처한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자 대결에서 이 후보는 32.4%의 지지율을 기록해 윤 후보의 지지율 45.6%에 비해 13.2% 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윤 후보(2.6% 포인트 상승)와 이 후보(1.2% 포인트 상승) 모두 오르기는 했지만, 윤 후보의 상승 폭이 더 커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그림1] 특히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윤 후보가 50.2%로 이 후보(36.0%)와 14.2% 포인트 격차를 내면서 50% 벽을 넘어섰다.

다른 대부분의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난다.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뉴데일리와 시사경남 의뢰로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자 대결에서 32.2%의 이 후보는 48.3%의 윤 후보에게 16.1% 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전주와 비교해 윤 후보는 2.5% 포인트, 이 후보는 1.9% 포인트 각각 올라 두 후보 간 격차는 전주의 15.5% 포인트에서 0.6% 포인트 더 확대됐다. 윤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 후보에 앞섰다. 연령별로는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고, 한 달 뒤에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돼 양자 대진표가 확정된 이후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리 숫자로 벌어진 것이다. 이를 윤 후보 선출에 따른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로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이 후보를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가를 진단해 봐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이 후보의 발목을 잡아 30% 지지율의 박스권에 갇히게 만든 최대 원인은 역시 대장동 개발 의혹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 후보는 줄곧 자신에게는 관리상의 책임만 있을 뿐, 진짜 책임은 야당에게 있는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후보의 그 같은 주장은 여론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이 임명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의 비리혐의가 확인돼 구속된 데 이어 이 후보 스스로 ‘측근’이라 말했던 정진상 선대위 부실장이 유 전 본부장과 압수수색 직전 통화를 나눈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의 시선은 이 후보에게로까지 향하게 됐다.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국민 가운데 적게는 60%, 많게는 70% 이상이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2.3%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필요한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8.3%, ‘매우 필요하다’가 54.0%로 특검 도입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이는 24.3%에 불과했다. [그림 3]

특히 연령별로 18세 이상 20대와 30대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82.5%와 76.9%로 높게 나왔다. 대장동 의혹이 이 후보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로막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후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의견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사태에 이재명 후보의 관여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이 후보가 어떤 형태든 직접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38.8%로 가장 많았다.

‘책임자로서 관리 책임이 있다’는 13.2%, ‘측근의 잘못이지만 책임이 있다’는 7.7%였다. 반면 ‘토건 세력과 법조인 게이트’라고 답한 의견은 19.0%였다. ‘미흡하더라도 업적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10.1%로 집계됐다. 이 후보 측이 말해오던 ‘예상 못한 부동산 폭등의 결과’라는 응답은 6.1%였다. [그림4]

대장동이 지지율을 누르고 있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낀 이 후보는 얼마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미진’이라는 조건이 따르기는 했지만, 그동안 특검을 완강히 거부해오던 이 후보가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그가 판단한 부분들은 자신이 아니라 모두 국민의힘이나 윤 후보와 관련된 내용 일색이었다.

이 후보는 특히 윤 후보가 주임검사일 때 대장동 초기자금 조달과 관련해 부정·비리를 알고도 덮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하면서 그에 대한 수사 역시 특검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을 겨냥한 특검을 말했던 것이다. 대장동 하면 일단은 이재명 책임을 떠올리는 여론과는 달리, 말 뿐인 특검 수용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지지율 반등의 효과는 나타나지 못했다.

결국 이 후보는 닷새만에 다시 ‘조건부’를 뺀 특검 수용 의사를 다시 밝히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히며 특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분명함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건 조건을 붙인 게 아니다”라며 “일단 (검찰에) 기회를 주고 충실히 수사하도록 기다려보되, 그걸 영원히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해, 사실상 ‘조건’을 거둬들이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 주변에서는 조건부로 특검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당연히 특검을 해야 하니 당에서도 준비를 해달라는 의미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미 내놓은 특검 수용 의사가 ‘조건부 특검’으로 해석되면서 진정성 면에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특검을 수용하는 정면돌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와 민주당이 대장동 특검을 ‘이재명 특검’이 아니라 ‘윤석열 특검’으로 여기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여론으로부터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으려면 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특검 협상에 즉각 착수하고, 야당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할 텐데, 대선을 앞두고서 과연 그렇게 리스크가 큰 결심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특검을 수용했다고 말하지만, 그 뒤로도 민주당은 꼼짝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여론은 달라질 것이 없고, 대장동 특검이 성사되든 무산되든, 모두 대선 내내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

후보 선출 이후 계속된 이 후보의 잇따른 말실수들도 불안한 후보라는 부정적 시선을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음식점 허가 총량제’나 ‘주4일 근로제’ 같이 민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논쟁적 사안들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던졌다가,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하루 만에 “당장 시행하려는 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게 됐다.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제목의 웹툰을 보고 “제목이 확 끄는데”라고 했다가 성감수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도 있었다. 다시 일주일 뒤에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 후보 자신의 음주운전 전력까지 환기시켜 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부산에서 간담회를 하면서는 “부산은 재미없잖아” 발언으로 지역 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재미있긴 한데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정정하긴 했지만, 그 발언의 의미를 둘러싼 논란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한때 윤 후보가 ‘1일 1실언’이라는 지적을 받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이 후보의 ‘1일 1실언’이라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 이 후보의 잇따른 설화에 곤혹스러워 하던 민주당 선대위는 이동 중에 기자들의 현장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기에 이른다.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고 불릴 정도로 달변을 자랑하고 지지자들로부터는 ‘사이다’ 소리를 듣던 그였건만, 막상 대선 후보가 된 이후로는 함구령이 내려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민주당이 발족시킨 매머드급 선대위의 무기력함 또한 이 후보의 제 자리 걸음을 낳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몸집만 크고 제 몫은 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선대위는, ‘공룡 여당’ 소리를 들으면서도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지는 민주당의 처지를 상징하는 듯하다.

현재 민주당 선대위에는 장관들을 제외한 소속 의원 163명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등 경선에서 패했던 인사들을 포함해 공동선대위원장만도 12명에 달한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꿀 만한 인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민심 이반을 낳았던 민주당을 떠올리는 그 사람들이 그대로 포진해 있다. 특히 대선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도층 마음을 얻을 만한 새로운 인물 영입이나 기용 같은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민심이반을 낳은 강성 이미지로부터의 변화인데,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에 선뜻 발을 디디려는 인재들을 찾기 어려운 사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구성된 선대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공보단만 구성돼 일을 하고 있을 뿐, 역할 분담도 협업과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이 후보 본인이 선대위 회의에서 “기민함이 부족하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당내 초선 의원들 일부도 선대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남국·김승원·김용민·유정주·윤영덕·이탄희·장경태·전용기·최혜영·황운하 의원 등은 “당 선대위가 현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청년, 여성, 서민, 소외계층, 사회적약자 등 각계각층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사회 각계각층의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외부인재를 영입해 전면 배치하고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를 낸 초선 의원들부터가 평소 강경일변도의 언행으로 민심이반의 주역이었던 당사자들인데다가 대부분 이 후보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난맥의 책임을 선대위에 떠넘긴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선대위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14일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에 원혜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 내에서 합리적이고 소통형의 인물로 인식돼 온 그를 통해 기본적인 인물난을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재집권의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러브 콜에 응할 인재들을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상황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선대위 재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선대위의 외형이 달라진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사령탑으로 등판할 것이 확실시되는 국민의힘 상황은 그의 맞상대를 찾기 어려운 민주당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치적 무게감과 권위, 선거판을 읽는 전략적 사고 능력, 노년이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젊은 감각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반면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개인 활동에 머물 뿐, 선대위 전체를 장악하고 이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보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과 윤석열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선거 사령탑의 무게 차이가 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을 알면서도 선거를 이끌 적임자를 찾기 어렵게 된 민주당의 상황일 것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난감한 것은 후보 선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타개할 마땅한 복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해찬 전 대표가 구원 감독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그 또한 중도층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정치인인지라, 중도 확장성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양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 후보를 도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술’이지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야당의 경우는 아직 김종인 선대위 체제의 가동,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 원희룡 전 지사의 종로 보선 출마 같이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카드들이 계속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게는 그런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 후보는 언론 탓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또 다른 공방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경남 거창을 찾아 “기울어진 운동장”, “나쁜 언론환경”이라며 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어디 가서 말실수 하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요만한 거로 이만하게 만들고 다른 쪽은 엄청나게 문제가 있어도 ‘노코멘트, 나 몰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누군가가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언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언론에 대한 이 후보의 비판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2박 3일 순회 기간 동안 계속됐다. 지난 12일 부산에서의 연설에서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으로 도배가 된다”며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냐.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고 지지자들의 행동을 독려했다.

“소식을 전하고, 우리의 진실을 알리고, 저들의 잘못을 우리의 카카오톡으로, 텔레그램방으로, 댓글로,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써서 언론이 묵살하는 진실을 알리고 우리가 억울하게 왜곡된 정보들을 고치자”는 것이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들이 이어지자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드루킹’을 떠올리며 비판하고 나섰다. “제2, 제3의 드루킹 사건을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메신저, 댓글, 커뮤니티에서 유리한 내용으로 도배를 하라는 지령”이라는 것이 야당 측의 비판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부산 발언 등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언론에 의해 크게 보도되고, 부인 김혜경 씨 낙상 사고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나오는 일이 이어지자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언론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탓하는 이 후보의 문제 제기가 여론의 공감을 얻기에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공영방송들의 언론환경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러 공영방송들에서의 친여 편파방송 논란은 계속돼 왔다. 특히 김어준, 주진우 등 친민주당 인사들이 공영방송 진행자들로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수혜자가 되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후보나 민주당이 언론환경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하려면 진즉에 공영방송에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5년 동안 공영방송들이 정권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상황을 방조·고무하다가 이제 와서 언론 탓을 하는 모습이 민심을 얻는 대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언론이 되자며 지지자들의 적극적 댓글 달기를 독려하는 모습도 자칫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처방이 잘못되면 아무리 이것저것 약을 써도 백약이 무효가 된다. 지금 이 후보가 하고 있는 방식이 그런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주재로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만행’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거칠게 비난하고 나선 민주당이다. 정부 입장과는 달리 가상자산 과세 연기 입장을 밝히며,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차별화’의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위기탈출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선거캠페인을 해도 지지층이 확장되지 않는 근본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이재명을 가리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문재인 매운맛’이라는 비유는,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기조들을 성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력히 밀어붙이려는 모습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후보 입에서는 ‘뿌리 뽑겠다’, ‘기득권, 불로소득’, ‘환수’, ‘징벌적 과세’ 같은 용어들이 일상적으로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개혁’을 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했다가 실패하고 오히려 약자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음에도 이 후보는 그런 반시장적 정책기조를 더욱 강력히 밀어붙일 것을 선언한다.

그런가 하면 언제나 ‘우리’와 ‘저들’을 나누고 가른다. 대장동 의혹이 자신의 바로 옆까지 왔어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와 ‘저들’의 편가르기, 내로남불의 태도, 반시장적 정책기조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서의 실패를 더욱 격하게 반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중도층에게까지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 후보가 드러내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중도층이 승부를 가르는 대선의 본선을 마치 경선 치르듯이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을 상대로 하는 경선에서야 대장동 의혹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도 묻지마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와 ‘저들’을 선명하게 나누고 가를수록 지지자들은 결집했다.

그러나 본선은 전혀 다르다. 그런데 이재명은 본선을 마치 예선 치르듯이 하고 있는 모습이다. 5년 전 촛불정국 때 정서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는 그동안 달라진 민심과 발맞추기 어려울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재창출 여론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선이다. 지난 1년 동안 변함이 없었던 이 같은 여론지형은 앞으로도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선거에서 집권여당 후보가 승리하려면 당연히 현재의 정권과는 다른 정권교체의 성격이라는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곁가지에서는 조심스럽게 ‘차별화’를 하지만, 정작 굵은 줄기에서는 격하게 ‘계승’을 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렇다고 중도 우선 노선을 선택한다면 사이다 같은 이재명에게 환호했던 층은 등을 돌릴지 모르고, 그를 경계했던 ‘친문’(친문재인) 층은 “그것 보라”면서 이재명을 아예 비토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재명은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처해 있다. 지지율을 회복시킬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껴안을 ‘뉴 이재명 플랜’이 나와야 하는데, 그 길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데 이재명의 딜레마가 있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내년 3월 9일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