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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위기의 윤석열, 김종인과 이준석은 돌아올 수 있을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의 위기, 실패한 보수정당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마음 읽지 못한 결과”
 
“정권교체 여론이 단연 우세한 대선에서 만약 윤석열이 패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보수층은 그를 ‘제2의 이회창’으로 기록하게 될 것”
 
이준석이 사라졌다. 대선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제1야당의 대표가 항의성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해 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다음 날부터 공식 일정들을 모두 취소하고 잠적해 버렸다. 당 대표직 파업에 들어간 그는 부산, 순천 등 지방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윤석열을 향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발생했던 ‘옥새 들고 나르샤’ 사건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당시 ‘친박 후보’ 공천 압력을 받던 김무성 대표는 5개 지역구 후보들 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지 않은 채 부산으로 내려가 “정치인은 오직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장면은 당시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막장으로 치달았음을 국민에게 보여줬고, 결국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빼앗기는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당 대표의 돌연한 잠적 사태는 지금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직면한 총체적 난국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영입 무산, 낡고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는 당내 중진들 위주의 선대위 구성,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새로운 인물들의 영입 불발, 경선 주자였던 홍준표 의원의 윤석열 흔들기, 김성태 본부장 인선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사퇴 소동, 주목할 만한 정책과 비전의 부재 등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못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 보수성향 신문인 ‘조선일보’는 보다 못해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 “대선을 99일 앞둔 30일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리더십 문제가 불거졌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갈등, 윤 후보 측근을 둘러싼 ‘문고리 전횡’ 공방, 윤 후보의 정책과 비전 부재 논란 등 리더십 문제가 누적돼 초유의 당 대표 당무 거부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선갈등 한 달째, 정책비전도 없어…“윤석열 리더십 어딨나”/조선일보 12월 1일)

실제로 이 같은 리더십 부재의 혼돈 상황은 대선 100일을 앞두고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은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이의 두 자리 숫자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이후 윤 후보는 컨벤션 효과와 대장동 의혹에 발목 잡힌 이 후보의 부진에 힘입어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리 숫자로 벌리며 상승의 흐름을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그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월 26~28일 실시한 다자 대결 조사결과, 이재명 35.5%, 윤석열 35.5%로 지지율이 똑같이 나타났다. 3주 전 조사 때는 윤석열 34.6%, 이재명 28.6의 차이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이 후보가 큰 폭의 상승세를 탄 것이다. (그림1)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11월 27~28일에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 32.7%, 윤 후보 34.4%로 두 후보 간 격차는 1.7% 포인트를 기록해 오차 범위 내의 접전 양상을 보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뒤이어 이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채널A 의뢰로 11월 27~29일 실시한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35.5%의 지지율, 윤 후보는 34.6%를 기록했다.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대결이 확정된 이후 이 후보가 앞선 것은 처음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가 여전히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들도 나오고 있어 조사방식에 따라 차이는 발견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1월 22~26일 조사한 결과에서는 윤 후보가 46.3%, 이 후보가 36.9%의 지지율을 나타내 두 후보 격차는 9.4% 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게 여러 여론조사들의 결과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조사들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 사이의 격차가 줄어든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골든크로스’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러한 판세 변화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이 후보의 변화가 주목할 만하다. 윤석열과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을 벌이던 이재명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맞자,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극약 처방을 선택했다. ‘후보만 빼고 모두 다 바꾼다’는 이 후보 측의 결심은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했던 대장동 의혹에 대한 사과를 몇 번씩이나 하게 만들었고, 주요 당직자들이 일괄사퇴했다.

이 후보의 말대로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보여준 것이다. 급기야는 그렇게도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국토보유세까지도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민주당은 양도소득세 완화에 이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것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흘렸다. 자신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층들을 겨냥해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진 태세 전환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지율이 빠져서 위기를 맞으니까 변신한 것이라는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당연히 따르지만, 어쨌든 잘못했다고 하면 미워하던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부동산 민심 때문에 질 것 같으니까 일관성의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겠다는 데야 당해낼 장사가 없다. 무서울 정도로 달라져서 ‘뉴 이재명’을 보인 결과, 지지율은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신의 약효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상황을 막고 다시 원점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이재명이 아무리 좋은 처방과 약을 사용했더라도, 자기 힘만으로 가능했던 판세 변화는 아니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강력한 구도 자체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온갖 난맥 상황을 드러냈기에 그런 판세 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근로자 3명이 사고로 사망한 경기 안양시의 한 도로포장 공사장을 긴급 방문, 둘러보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제공)
윤 후보가 난국을 자초한 결정적 계기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인선이 무산되면서였다. 김종인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2016년 4.13 총선 때는 문재인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줬으며,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을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성과들이 말해주듯이, 야권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사령탑이다.

물론 81세의 노정객이 여야를 넘나들며 아직도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 정상이냐는 비판도 가능하고, 그의 건재함은 우리 정치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임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은 여론을 읽어나가는 능력, 의제 주도 능력, 전략적 사고 등에 있어 야권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로 꼽혀왔다. 그런데 김병준을 얻기 위해 김종인을 놓치는 결과로 비쳐진 것은 윤석열의 정치적 판단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윤석열이 그린 그림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갈등의 핵심은 김병준 상임비대위원장 인선에 있었다. 자유한국당 때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준 위원장은 지난 4월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뇌물을 받은 전과자”라며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그를 잘 모르고 영입했던 당과 당시 지도부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도 했고, “왜 이런 분을 모셔와 서로 불편한 상황을 만드나”라고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을 ‘총괄’과 ‘상임’으로 정해서 함께 선대위를 이끌 것을 윤 후보가 주문했던 것이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서는 안 되고 분산되고 견제도 돼야 한다는 것이 윤 후보 소신이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인선이었음은 사실이다.

누구도 전권을 가져서는 안 되고 권력은 분산돼야 한다는 것이 윤 후보 소신이라고 하지만, 당장 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사활을 걸고 선거를 치르는 판에서는 신속하고 강력한 판단과 집행이 가능한 체제가 우선이다. 여론의 비호감을 낳는 인물들을 뒤로 물러서게 만드는 쇄신의 악역을 담당하고, 윤석열과는 호흡이 맞지 않는 이준석까지도 이끌며 전체를 장악하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은 지금 국민의힘 주변에서는 김종인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만약 김종인이 전권을 갖고 선대위에 안착했다면, 지금처럼 콩가루 집안 같은 극심한 혼란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는 노인 한 사람에게 끌려다니는 대선 후보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윤석열 옆에 김종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 현실이다.

결국 윤석열은 이재명과의 지지율 경쟁이 다시 혼전으로 들어가고 위기의식을 갖게 된 상황에서야 다시 김종인을 찾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지금 국민의힘이 드러내고 있는 혼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김종인의 영입이 선결 과제가 될 것이다. 그 말고는 지금의 난맥을 수습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두 번째 과제는 선대위의 쇄신이다. 윤석열 선대위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참여 여부를 둘러싼 진통 끝에,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사실상 원톱으로 해 지난달 19일에야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도 구성이 마무리되면 곧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윤 후보는 선대위 가동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수정 교수·조경태 의원·스트류커바 디나와,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을 임명했다.

그러나 선대위 얼굴들이 공개되자 ‘올드 보이들의 귀환’이라며 식상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여성피해 범죄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이수정 교수를 제외하면 국민의힘 울타리를 벗어나 중도확장성을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의 영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조국흑서’ 저자로 알려진 권경애 변호사나 김경율 회계사, 민주당을 탈당해 야권 정치인이 된 금태섭 전 의원 등의 합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인선이 이뤄진 총괄본부장급 인사 때도 정책총괄본부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조직총괄본부장 주호영 의원, 직능총괄본부장 김성태 전 의원(그 뒤 사퇴), 미디어홍보본부장 이준석 대표, 총괄특보단장 권영세 의원, 종합지원총괄본부장 권성동 사무총장 등 전원이 국민의힘 당내 인사들이어서 윤석열 선대위는 별다른 새로운 영입 없이 대부분 국민의힘 중진들로만 구성된 모습이다.

그러니 대선 승부를 가를 중도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의힘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설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고정 지지층은 그대로 담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권교체를 원하는 그보다 훨씬 많은 층을 안고 가기는 어려운 선대위임에 분명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조차 방송에 출연해 “정책혁신이나 인물혁신, 그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국민의힘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게 비춰지고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런 선대위로 대선을 치르겠다고 하니 윤석열의 지지율이 꺾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애당초 윤석열은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정치를 시작하기도 전에 높은 지지율을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모두 싫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윤석열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보려는 의지를 한 번도 제대로 보인 적이 없었다. 그의 정치 출발은 자신과 가까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연결된 MB(이명박)계 인사들과 함께 시작됐다. 선대위를 구성하면서도 MB계 인사들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과거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받는 MB 정권 시절 인사들이 최측근부터 실무라인의 주축을 이루게 된 광경은 “만약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다면 과거 실패했던 보수 정부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낳게 만들었다.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지금 윤석열 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가장 큰 한계다. 정치인 윤석열이 지금까지 드러낸 문제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과거 실패한 보수정당 중진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친하고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에만 의존해온 윤석열에게서는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문제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워낙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환경인지라 그러고서도 간신히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의지가 없는 정권이 들어선들 여소야대 환경을 넘어설 수 있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기는 불가능할 것이고, 우리는 또 다시 실패한 정권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이 말하는 정권교체가 ‘MB 정부의 시즌2’를 의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민들은 그런 정권교체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1일 오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이준석 대표 측 제공)
지금 불거진 이 대표와의 갈등 사태도 결국 윤 후보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물론 아무리 ‘이준석 패싱’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해도, 당 대표가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잠적해 버린 것은 무책임하고 가벼운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시적이나마 당을 책임진 주인인 셈인데, 불만이 있다고 집주인이 가출해버린 모양이 되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대표직 파업에 들어간 정확한 이유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으니 공당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낮뜨거운 광경임에 분명하다. 정치인으로서 미성숙한 모습을 세상에 보인 이준석 본인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윤 후보가 이유를 모르겠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할 일은 전혀 아니다. 사고는 이준석이 쳤더라도 수습과 해결은 윤석열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따른다. 지금 국민의힘의 최고 권력자는 이준석이 아니라 윤석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윤석열-이준석’ 갈등 사태를 통해 윤석열에게 정치적 리더십이 있는가를 지켜보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준석이 무리한 요구들만 해왔던 것은 아니다. 이수정 교수 영입에 반대했던 것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이대남’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자기 정치에 대한 고집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종인 영입의 필요성, 언론에 반복해서 김종인-윤석열 이간질을 해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문제제기, 윤석열 선대위의 식상함에 대한 지적, 당 대표를 무시하는 것 같은 상황에 대한 불만 같은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내용의 것들이다.

결국은 이준석의 문제도 윤석열이 껴안으면서 풀어 나가야 할 책임이 따르는 문제다. 선거는 덧셈의 정치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이준석과 결별하게 되는 것은 뺄셈의 정치다. 이준석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자기 지지층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이준석을 껴안을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대선을 앞두고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하는 윤석열의 숙제일 것이다.

이번 대선 구도 자체는 야당과 윤석열 후보에게 대단히 유리한 환경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문제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에 비해 간극이 큰 지지율이 계속되는 점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1월 22~24일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정안정론은 39%, 정권심판론은 48%였다. 그런데 다자 대결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32%와 35%였다. 정권심판론(48%)과 윤 후보의 지지율(35%)간 격차가 13%포인트나 됐다. 그동안의 NBS 조사 결과들을 보면 정권교체론과 윤 후보 지지율 사이의 이러한 간극은 그동안 진폭은 있었지만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난 현상임을 읽을 수 있다. (그림2,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니 윤석열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는, 대단히 불안한 후보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역전패를 당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기득권 정당 후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해 예상 밖의 패배를 겪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단연 우세한 이번 대선에서 만약 윤석열 후보가 패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보수층은 그를 ‘제2의 이회창’으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윤석열 자신이 하기에 달려 있다. 자신의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냉정하게 직시해 대선 행보의 전환점을 마련하느냐 여부에 앞길이 달려 있을 것이다. 이재명이 그랬듯이, 윤석열도 후보만 빼고 모두 바꾸겠다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이 칼럼에서 ‘사면초가 이재명에게 비상구는 있을까’라는 글을 썼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2주일 만에 이번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처한 위기에 대해 쓰게 됐다. 대선정국이 얼마나 빠르고 숨가쁘게 요동치는가를 알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선까지 이제 90여 일 남았다. 짧지만 긴 시간이다. 그 사이에 판세가 몇 번은 요동칠 수 있고, 누가 진짜 위기에 처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위기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제대로 된 처방과 치료, 필요하면 수술까지도 하는 사람만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2022년 3월 9일 밤, 최후의 승자가 될지 아직은 알기 어려운 시간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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