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내부 갈등, 기회만 되면 터져 나와…여전히 진행중인 당내 주류 싸움

[주간한국 김동선 기자] 대선을 목전에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원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욕설 딥페이크' 음모론과 함께 이른바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이 공론화되면서 친문(친문재인)과 친이(친이재명)계 사이의 반목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의원의 재보궐선거 전략공천 요구가 지도부내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다시 내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후원회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기에 앞서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청래 거취 이어 딥페이크 '대깨문 음모론'까지 나온 여당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교계 반발을 사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거취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당내 갈등으로 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불교계의 요구 중 하나"라며 정 의원을 향해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솔직히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줬으면 하는 의원분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라며 "선당후사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통행세'로 지칭하면서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후보는 물론 정 의원 자신도 사과를 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불교계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대선 국면에서 불심을 잡아야 하는 이 후보 캠프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의원이 민주당 의원 중 처음으로 정 의원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당사자인 정 의원은 ‘탈당 불가’ 입장이다. 정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는 이전에도 여러 경로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18일 "이핵관이 찾아왔다. 이재명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이핵관'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이핵관은 이재명 핵심 관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상대당 국민의힘에서 그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빗댄 것이다. 정 의원은 "내 사전에 탈당과 이혼은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이 탈당 압박 속에 이핵관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이 후보 진영과 친문계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이 후보가 욕설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제작·배포될 것이라는 폭로와 그 배후에 '문파'(친문 강성 지지자)가 있다는 주장이 나와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피디 페이스북'을 공유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해당 글에는 "열린공감TV가 이른바 딥페이크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을 이용해 이 후보가 욕설하는 영상을 설 연휴 전에 배포한다는 계획이 실행되고 있음을 포착했다"며 "소위 '문파'로 불리기도 하며 '똥파리'로 비하받고 있는 일부 세력에 의해 자행될 것이라고 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됐지만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관련 내용에 대한 구체적 제보를 받았다며 현 대변인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욕설 딥페이크 영상'의 진원지로 친문 강성 지지자, 이른바 '대깨문'을 지목한 것인데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모든 걸 다 문파 탓으로 돌리기로 했냐", "윤석열 찍으면 현근택 너 때문일 줄 알아라"는 반응까지 쏟아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 (사진=연합뉴스)
홍준표가 던진 공천권 화두로 국민의힘 또 내홍

국민의힘에서는 재보궐선거 공천권을 두고 잡음이 생겼다. 당 지도부간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양상이어서 다시 내홍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19일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의원의 비공개 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선대본부 상임고문 합류를 제안받고 합류 조건으로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 등 2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대한 전략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종로에는 지난 경선 때 홍 의원을 공개 지지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다음날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이어 "제가 얼마 전에 이미 당의 모든 분들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바가 있다"며 "만일 그렇지 못한 채 후퇴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식석상에서 홍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홍 의원은 권 본부장을 향해 "갈등을 수습하기는 커녕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느냐"며 "어떻게 후보하고 한 이야기를 가지고 나를 비난하느냐. 방자하다"고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또 최 전 감사원장 공천 요구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국정운영을) 불안해하니 종로에 최재형 같이 깨끗하고 행정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된다"고 밝혔다.

이후 홍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앞세워 나를 구태 정치인으로 모는 것은 참으로 가증스럽다"며 "중앙선거조직 참여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됐다"고 선언했다. 앞서 윤석열 후보도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홍 의원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7일 돌연 페이스북에 '오불관언'(吾不關焉, 어떤 일에도 상관하지 않고 모른척 하다)이라며 대선까지 침묵 선언을 하겠다던 홍 의원의 선대본부 합류로 본격적으로 '원팀' 결성을 할 것으로 전망됐던 국민의힘의 청사진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분위기다.

김동선 기자



김동선 기자 matthe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