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저축은행 퇴출저지 정치권 로비 의혹검찰, 은행 고위층 B씨와 친이계 핵심L씨 친분 주목정치자금 유입 확인땐 관련인사 소환 등 수사 착수'이미 실패한 로비' 반론도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제일^토마토 등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들이 금융당국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토마토저축은행(업계 2위, 자산 4조4,500억 원)도 정치권 등에 퇴출저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토마토저축은행이 끝내 영업정지를 당하는 바람에, '실패한 로비'였을 가능성이 높다.

토마토저축은행이 현재 부실한 담보를 토대로 1,000억 원대 불법대출을 벌인 혐의(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으로 검찰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합수부의 수사가 확대되면 비록 '실패한 로비'였을 지언정, 정치권과 연루된 로비 전모가 드러날 수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토마토저축은행의 고위인사인 A씨와 B씨를 의혹의 눈길로 보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두 인사를 통해 전략 부문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등 경영 전반에 대한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소비자금융 영역에 정통하고 B씨는 정.관.재계에 두루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실제 있었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는 이들의 인맥 때문이다. 특히 B씨는 친이계 핵심 인사인 L씨와 친분이 있다고 한다.

더욱이 B씨는 과거 지방선거에서 활동할 당시 L씨와 같이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B씨와 L씨는 개인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세간에서는 그런 B씨가 금융권 경력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 고위직을 꿰찬 것을 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B씨가 정치권과 토마토저축은행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제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던 때였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A씨가 금감위원회와 금감원 등 금융권을 맡고, B씨가 청와대와 정치권을 맡아 각각 토마토저축은행의 퇴출저지 로비 활동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합수부는 토마토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등 금융부문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끝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실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정․관계 로비 파문 조짐

한 검찰 소식통은 "B씨가 토마토저축은행의 요직에 오르자 '토마토 저축은행이L씨와 친분 있는 B씨를 통해 여러 특혜를 노리려는 계산'이라는 말이 돌았다"며 이 부분 수사는 필요하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B씨는 토마토저축은행에 대한 퇴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L씨를 수 차례 만났다는 소문도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문제는 토마토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들과 함께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여서, 실패한 로비를 끝까지 추적해야 하느냐는 반론이다. B씨와 L씨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로비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는 반론도 무시할 수 없다.

합수부는 최근 100억 원대 유가증권 횡령 혐의로 토마토저축은행 여신담당 전무를 구속했다. 그 수사 과정에서 B씨를 통해 L씨에게로 정치자금이 흘러갔을 만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록 실패한 로비라고 할지라도, 전모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불가피하고, 그럴 경우 L씨를 불러 조사할 수도 있다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토마토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B씨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B씨는 "지금 토마토저축은행 관련해서는 너무 사안이 복잡해서 뭐라 할 말이없다"면서 "다만, 일부에서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제기하는 정관계로비설은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따로 해명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여태 살아오면서 스스로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L씨와는 별로 가깝지도 않고 그런 로비를 할 정도의 관계도 아니다. 토마토저축은행 사태의 내막을 제대로 안다면 로비 어쩌고 하는 말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을 텐데 그걸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서 답답할 뿐"이라고 지친 기색을 내비쳤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자본비율이 1%미만이거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토마토저축은행을 비롯해, 제일, 제일2, 프라임, 에이스, 대영, 파랑새저축은행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치처분을 내렸다.

제일저축은행, 불법대출에 고객 명의 1만 여차례 도용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은 지난 16일 고객 1만 명 명의를 도용해 1,200억 원을 불법대출 받고 은행 돈 150억 원을 빼돌려 개인용도로 쓴 유동천(71) 제일저축은행 최대주주 겸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유 회장의 지시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이용준(52) 제일저축은행장과 장모(58) 전무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유 회장 등은 200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본점 사무실에서 예금고객 명단 중 임의로 뽑은 1만1,663명 명의를 도용해 1,247억여원을 불법대출한 뒤 이 돈을 유 회장 일가 투자손실을 메우는 데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 회장 등은 예금고객의 주민등록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를 대출용 전산시스템에 1만1,724차례에 걸쳐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불법대출에 동원된 고객들의 명단을 별도관리하면서 연체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이자를 면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의 명의도용 수법에 수사관계자들도 많이 놀랬다"고 말했다.

유 회장 등은 또 2006년 7월부터 최근까지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시재금) 158억여 원을 빼돌려 유 회장 개인 채무변제, 유상증자 대금 납입, 유 회장 일가 생활비 충당 등 명목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횡령한 돈이 비자금 조성과 각종 로비 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향후 자금 추적을 통해 사용처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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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j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