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캐피탈, 녹십자생명 인수에 4,200억원 투자

왜일까? 불과 3일 새 4,200억원을 쏟아 부은 이유는 뭘까?

현대캐피탈이 24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가 운영하는 GE캐피탈코리아의 지분 100%를 1,8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 그룹의 금융 부문 계열사로 향후 GE캐피탈코리아를 합병할 예정이다.

GE캐피탈은 2004년부터 현대차 그룹과 합작사 관계를 맺은 회사다. 당시 현대캐피탈의 지분 38%를 보유했던 GE캐피탈은 2005년에는 주식 매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대카드 지분 43%를 갖게 됐다. 그리고 이후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와 별개로 리스사업에 주력해 왔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현대차 그룹은 업계 19위(보험료 기준) 녹십자생명의 기존 주주인 녹십자 홀딩스 등에서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커머셜이 각각 37.4%, 28.1%, 28.1%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맺었다. 인수 가격은 2,4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확장 삼성 벤치마킹

현대차 그룹은 24일부터 녹십자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 착수에 들어갔다. 현대차 그룹은 올 연말 내로 인수 작업을 매듭지은 뒤 내년 초 회사를 재정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동차(제조업) 전문 그룹인 현대차가 금융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은 '벤치마킹'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그룹은 은행을 제외한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 사업에서 이미 시장 지배력을 확고하게 구축했고, '유통 거인'인 롯데도 카드, 손해보험 등 금융업 진출에 팔을 걷었다. 이에 비하면 현대차 그룹은 상대적으로 금융 부문이 취약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금융사업이 갖는 속성도 구미가 당겼다. 금융업은 광범위한 정보력과 자금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요즘처럼 기업의 인수∙합병(M&A)이 빈번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금융업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될 수 있다.

금융소비부터 저축까지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 인수를 통해 금융소비(할부금융, 카드)부터 투자(증권)와 저축(생명)까지 명실상부한 금융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또 상호 시너지효과가 이뤄지면 그룹의 재정기반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녹십자생명 인수가) 소득 수준 향상과 고령화에 따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생명보험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현대차 그룹의 금융 부문 매출은 6조6,361억원이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9,000억원이다. 여기에 지난해 녹십자생명의 매출 1조362억원을 더하면 금융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체 대출의 8.5%에 이른다.

금융 포트폴리오 다양화

현대캐피탈 매출은 대부분 소비자금융에 집중돼 있었다. 할부ㆍ리스 금융의 대출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8조3,000억원 정도다. 따라서 GE캐피탈코리아 M&A를 통해 현대캐피탈 금융사업은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GE캐피탈코리아의 운용 리스자산은 반도체 장비 등 IT 관련 기기, 현금자동인출기, 의료기 등이 주를 이뤘다. GE캐피탈코리아는 큰 틀에서 보면 현대캐피탈과 같은 영역이지만, 세부 사업을 보면 분명히 다른 성격의 회사다. 현대캐피탈이 기업금융 강화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