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에 가린 태양광 산업, 언제쯤 회생할까공급 과잉, 금융 위기,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가격 등 수지타산 직격탄화석연료 대체 속도 빨라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태양광 산업 미래 '낙관적'

대표적인 무한자원이자 미래 에너지인 태양광(光). 지난해까지만 찬란하게 빛을 발하던 태양광 산업이 올해 들어 먹구름에 가리고 있다. 유럽시장의 사업 보조금 축소 움직임, 시장에서 공급 과잉, 미국 발(發) 금융 위기 등이 태양광 산업을 움츠러들게 한다.

실제로 태양광 산업을 구성하는 폴리실리콘(원재료), 웨이퍼(중간재), 모듈(완제품) 가격이 연초와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로 떨어지면서 업계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보고(寶庫)로 떠올랐던 태양광 산업의 미래는 어떨까?

불황은 구조조정을 낳고

호황과 불황의 가늠자는 시장 가격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초 ㎏당 78달러였으나 이달 들어 39달러로 떨어졌다. 모듈의 가격은 같은 기간 1.75달러에서 1.1달러로 낮아졌다. 기업들로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회사가 문을 닫거나 직원들이 대거 해고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스펙트라와트'는 지난 8월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내면서 생산을 중단했다. 회사가 어려워짐에 따라 '스펙트라와트'의 직원 120여 명은 옷을 벗어야 했다.

'에버그린 솔라'는 직원 925명 중 800명을 내보냈고, 'BP솔라'는 메릴랜드 제조공장의 문을 닫았다. 다른 업체들은 미 상무부에 "중국산 저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고전

한국 기업들이라고 사정이 좋을 수만은 없다.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사업부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삼았지만, 상반기 실적(매출)은 2,178억원에 그쳤다. 하반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폴리실리콘 부문 세계 1위인 OCI도 꽤나 고전했다. OCI의 2분기 폴리실리콘 부문 영업 이익률은 50%였으나, 3분 들어 36%로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30%가 감소한 2,527억원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OCI의 경우 수익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 6년째 몸담고 있는 '미리넷'은 태양전지 자회사인 '미리넷 솔라'의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미리넷 솔라'는 지난해 매출 1,469억원을 올리는 등 업계에서 '꿈나무'로 주목 받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불황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적극적 투자 or 투자 보류

삼성 한화 등 대기업들은 태양광 산업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거나, 이미 진행 중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대체로 폴리실리콘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에스에너지와 금년 내 1,800만 달러(약 210억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받는 계약을 25일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에스에너지에서 공급받는 모듈 전량을 수출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 산업을 꼽은 한화는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태양광 발전 등 태양광 산업의 전분야를 두루 갖추고 글로벌 시장공략에 나섰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지난해 1월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30MW 규모의 태양전지 생산 및 판매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어 8월에는 한화케미칼이 모듈 기준 세계 4위 규모의 태양광 회사인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솔라원(Hanwha Solarone)'으로 변경하면서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은 본격화됐다.

한화솔라원은 현재 4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500MW와 900MW 규모의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규모는 올해 말까지 각각 1.3GW, 1.5GW로 확대한다. 이에 더해 중국 난퉁경제기술개발지구에는 2단계에 걸쳐 2GW 규모의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설비도 각각 마련할 계획이다. 1단계로 1GW의 설비들은 2012년 말 완공 예정이다.

반면 LG화학은 태양광 사업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을 보류하기로 24일 결정했다. LG화학은 지난 6월 "2013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서 전남 여수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보류 발표 직후 LG화학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상황을 다시 재점검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급변하는 시장에 대비해서 현금보유고를 늘리는 대신 관련 장비 투자는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 반전? 내년까지 고전?

업계의 전망은 대체로 "앞으로도 한동안은 고전할 것"이다.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까지 야기한 글로벌 불황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 태양광 모듈의 재고량은 10GW로 추정된다. 연간 태양광 설치 규모는 20GW가량 된다.

반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점차 나아질 거라는 관측도 있다. 내년에는 독일에서 보조금 축소가 이뤄짐에 따라 하반기에 수요가 몰릴 거라는 예상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면 태양광 산업에도 '햇살'이 비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렵지만, 태양광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태양광 산업의 미래는 낙관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2013년까지 잘 성장하면서 버티는 업체와 경쟁 과정에서 쓰러지는 업체가 구분될 것"이라며 "가격 경쟁 우위를 내세우는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생존 전략을 잘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 관련용어

•폴리실리콘=태양전지에서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료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균일한 덩어리

•웨이퍼=잉곳을 0.2㎜로 얇게 자른 것

•셀=태양전지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