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 선거전 치른 '정치 테마주' … 내년 총선·대선 때도?

서울시장 선거 다음날인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7.73포인트(1.46%) 오른 1,922.04포인트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태마주 거래명세 분석결과 99.9%가 개인투자자
거래량도 발행주식 10배, 일부종목 주가 롤러코스터, 개미투자자만 피해우려

굵직한 선거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단골손님 하나, 정치 테마주(株). 대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 테마주들의 '장외 선거전'이 치열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는 물론이고, 박 후보를 지원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테마주도 주식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이들 테마주는 9월 이후 거래량이 발행 주식의 최대 10배를 웃돌았고, 특정 종목은 주인이 20번 가까이 바뀌기도 했다. 서울시장 선거전이 막을 올린 지난달 1일 이후 주요 정치인 테마주의 거래명세를 분석한 결과 99.9%가 개인투자자였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작전세력들의 '장난'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유럽 등 해외시장이 불안한 탓에 대기자금들이 마땅히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테마주 바람'을 부추겼다.

하루에도 수 차례 급등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듯이 정보통신 보안업체인 '안철수 연구소'도 테마주의 중심이 됐다. 실제 안 원장이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한 날, '안철수 연구소'의 주식 거래량은 712만 주로 전날의 무려 60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선거 기간 동안 '안철수 연구소'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7일 하한가를 포함해 불과 3일 새 40% 가까운 폭락을 보였다.

'안철수 연구소'의 주식은 25일 하한가, 26일 14.8% 폭락에 이어 27일에도 폭락을 거듭했다. 이 회사의 주식 총액은 최대 3,720억원에 이르렀으나 27일 기준으로 2,29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분 가치가 3,720억원일 때 안 교수는 상장사 주식 부자 순위에서 48위로 올라섰다.

'나경원 테마주'로 불린 통신장비업체 '한창'의 주가는 26일 장 초반 13.50%까지 급등했지만, 이날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보다 높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폭이 4%로 급감했다.

그러다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이 29.5%로 집계되자 다시 급등했고, 결국 가격제한 폭까지 상승한 562원으로 장을 마쳤다. 3,200만 주 이상 거래에 회전율도 95.19%였다. '한창'의 대표이사가 나 후보와 서울대 법대 동기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회사 주식이 테마주로 분류됐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후보의 테마주도 있었다. 광고대행사 '휘닉스컴'은 26일 하락세로 장을 출발했지만 오전 현재 높은 투표율 소식에 8%가 올랐다.

하지만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이 지난해 4ㆍ27 재보궐선거 때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지자 하락세로 돌아섰고, 결국 0.27% 떨어진 3,685원에 장을 마쳤다. '휘닉스컴'의 홍석규 회장은 박 후보와 경기고 동기동창이다.

박 후보가 임원으로 몸담았던 '웅진홀딩스'도 롤러코스터를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 주식은 한때 8%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3% 이상 떨지는 등 급등락을 반복했다.

총선, 대선 앞두고 테마주 또 기승

정치 테마주가 위험한 것은 기업의 실적이나 성장 잠재성 등 객관적 요소와는 무관하게 소문이나 '설(說)'에 의한 투자, 즉 '묻지마 투자'이기 때문이다. '묻지마 투자'는 한탕주의와 다를 게 없다. 한편으로는 증시가 선거에 휘둘리는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러진다. 시중에는 대선 유력 주자들의 테마주가 많다. '박근혜 수혜주'. 손학규 관련주' '정몽준 테마주'도 있다. 내년에도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각종 '테마주'가 난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테마주'가 한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조용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하자 시들해졌다. 지난 9월에는 '정몽준 테마주'가 한 달도 안돼 100%나 상승했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갔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과 사적인 관계만을 들어 테마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실제로 면밀히 분석해 보면 그런 기업들이 수혜를 받았다는 인과관계도 없다"며 "테마주는 특정 세력들의 장난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미투자자들이 무조건 따라갔다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조언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