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의 1, 2위 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은 2세 오너인 이건희(69)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73)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굳건히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회장의 장남인 (43) 삼성전자 사장과 정 회장의 장남인 (41)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3세 오너들의 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부동의 1, 2위 기업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은 2세 오너인 이건희(69)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73)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굳건히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회장의 장남인 (43) 삼성전자 사장과 정 회장의 장남인 (41)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경영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3세 오너들의 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사장은 인터넷 사업 등의 실패로 한때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지만, 지난달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 참석 이후 대내외적으로 위상을 한껏 높였다. 이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 또는 그 이상의 큰 역할을 맡게 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조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2년 7개월 만에 전략기획실을 부활시켰다. 삼성의 전략기획실 부활은 후계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삼성은 과거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했던 이학수 상임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을 2선으로 후퇴시킴으로써 ' 체제'의 토대를 다졌다.

이 사장에 비하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순탄한 편이었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은 정 부회장은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을 지낸 뒤 2009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넘버 2'에 오른 뒤 정 부회장은 국내외 영업전선 최전방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정의선
정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자동차는 흑자로 전환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포춘코리아'가 발표한 2010년 한국의 500대 기업에서 기아차는 매출액 42조2,900억원으로 9위에 올랐다. 2009년에 기아차는 16위였다. 정 부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기아차까지 아우르는 위치에 설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만간 사장이 부회장 이상의 자리에 오른다면 부회장과 같은 '체급'이 된다.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그랬듯이 사장과 부회장도 '라이벌'이라는 숙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범생' , 해결사로 부상

경복고-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온 사장의 첫인상은 '모범생' 그 자체다. 학창시절 이건희 회장에게 "너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일화는 이 사장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여느 최고경영자(CEO)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장에게도 하루 24시간은 모자라다. 이 사장은 오전 6시에 일어나고 8시에 출근한다. 출근 후에는 신문을 통해 재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슈들을 꼼꼼히 살핀다.

이재용
이 사장은 어지간해서는 자기 목소리를 잘 내지 않았다. 지난달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이 사장은 그러나 귀국 직후 기자들에게 "팀 쿡을 만나 잡스 이야기, 지난 10년간 힘들었던 이야기 등을 나눴다"며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 사장은 추도식 참석 후 팀 쿡 애플 CEO를 만나 2, 3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고, 2014년까지 삼성전자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 잡스의 추도식에서는 전세계에서 40여 명만이 초대받았고, 아시아인 중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 사장 2명뿐이었다.

삼성과 애플은 전세계 9개국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이 사장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양사가 전면전은 피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양사의 전쟁이 한풀 누그러진 데 '해결사'로 나선 이 사장의 '역할'이 컸고, 그로 인해 이 사장이 보다 큰 자리를 맡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디자인 기아' 이끈

정몽구 회장이 '품질 경영'이라면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이다. 시장에서 "제품은 좋지만 좀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던 기아차는 정 부회장의 산뜻한 붓 놀림에 '디자인 기아'로 탈바꿈했다.

고려대-미국 샌프란시스코대 MBA를 거친 정 부회장은 2009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령탑에 오른 정 부회장은 '디자인'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더니 폭스바겐과 아우디에서 디자인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기아는 'K시리즈'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2008년부터 회사는 흑자로 전환했다.

정 부회장은 젊지만 노련하다. 우회적인 화법이 정 부회장의 '노련미'를 잘 설명해준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현지 기자들에게 "여러분들은 (i30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정 부회장은 질문을 받을 때면 대답에 앞서 되레 상대에게 질문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인간적으로 겸손하다"는 평을 듣는다. 임직원들의 입에 늘 귀를 기울인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현대가(家)의 가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를 알기 전에 볼트와 너트부터 배워야 한다"는 게 현대가의 철학이다. 정 부회장도 부품 조달 등을 담당하는 자재본부 구매실장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400대 부호 중 은 4위, 은 5위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장의 재산은 총 2조9,191억원으로 대한민국 400대 부호 중 4위, 부회장의 재산은 2조8,455억원으로 5위였다. 1위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8조5,265억원), 2위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7조1,922억원), 3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3조2,445억원)이었다. 그룹 오너를 제외하면 이 사장과 정 부회장이 1, 2위인 셈이다.

이 사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짬을 내서 사적인 만남도 자주 즐기는 편이다. 이 사장은 조현문 효성 부사장과는 친한 친구 사이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4촌들과도 허물없이 잘 어울린다.

말수가 적은 편인 이 사장이지만 호기심은 매우 왕성하다. 이 사장은 신제품이 출시되고 나면 곧바로 매장으로 달려간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신중하고 점잖은 정 부회장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한-UAE 비즈니스 카운셀' 때 무하마드 이브라힘 알함미디 UAE원자력공사 사장과 대화를 나누다, 알함미디의 휴대폰을 건네 받아 직접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정 부회장이 사업 파트너에게는 그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방증이다.

'사자' VS '호랑이'

재계를 대표하는 두 라이벌은 야구장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했다.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구단주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지만, 실질적인 오너는 사장이다.

학창시절부터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사장은 지난 7월 정규시즌 때 예고 없이 잠실구장을 방문해 류중일 삼성 감독과 선수들을 격려했다. 3루쪽 삼성 관중석에서는 '파란색 물결'이 넘실댔다. 이 사장은 선수단 전원에게 삼성전자의 태블릿 PC 50대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SK에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4전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맛봤다. 그러나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SK를 4승1패로 물리치고 2006년 이후 5년 만이자 팀 통산 4번째 패권을 거머쥐었다. 이 사장은 삼성의 우승이 확정된 지난달 31일 밤 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건넸다.

2009년 SK와 한국시리즈 5차전 때 잠실구장을 찾아 KIA 타이거즈 선수단을 격려했던 부회장은 올해는 광주구장 신축 비용 300억원도 지원했다. 2009년 KIA 타이거즈가 12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했을 때 정 부회장은 "야구단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며 야구장 신축 비용 지원을 시사했다.

정 부회장의 타이거즈는 지난달 조범현 감독을 퇴진시키고,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전 삼성 감독에게 빨간색 유니폼을 입혔다. 선 감독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삼성에 몸담았고, 2차례(2005,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선 감독이 '고향팀' KIA에 둥지를 틂에 따라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삼성과 KIA는 '순혈주의'와 '색깔전쟁'으로 회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자' 과 '호랑이' 이 있다.

● vs

구분

삼성전자 사장 직책 현대자동차 부회장

1968년 6월 23일 출생 1970년 10월18일

이건희-홍라희의 가족관계 정몽구-이정화(2009년 1남 2녀 중 장남 작고)의 1남 3녀 중 장남

골프, 야구 취미 독서

경복고-서울대- 학력 휘문고-고려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샌프란시스코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경영학 석사

삼성전자 전무-부사장- 주요경력 현대차 자재본부 구매실장 사장(10.12~현재) -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09.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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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