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팝음악' 하면 미국과 유럽이 먼저 떠오른다. 70~80년대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비틀즈(영국)나 아바(스웨덴)는 유럽 출신, 요즘 큰 인기를 누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에미넘 그리고 80~90년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2009년 작고)은 미국인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미국과 유럽 출신 아티스트들이 팝음악 시장을 지배해 왔다.

세계 음반시장 역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따르면 2009년 전세계 음반시장 규모 총 157억 달러 중 미국이 34%(53억 달러)를 차지, 개별 국가로는 1위에 올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은 세계 음반시장에서 40% 안팎의 높은 점유율로 유럽 국가 전체를 앞섰으나 불법 복제, 불법 다운로드 등의 영향 탓에 최근 들어 시장이 다소 위축됐다.

개별 국가가 아닌 전체로 보면 35.7%(56억 달러)를 차지한 유럽이 1위다. 음반시장 전세계 상위 20개국 중에도 12개국이 유럽국가다. 유럽 국가 중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가 각각 7.6, 7.4, 5.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1위, 전체 개별 국가로는 미국에 이어 2위(16.7%)에 올랐다.

그런데 최근 들어 'POP' 앞에 'K'가 붙은 신조어가 생겼고, 이 단어는 전혀 낯설지 않게 대중에게 다가오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그렇다. 한국산 팝음악인 'K-POP'이다.

카라
지난 6월 10일은 'K-POP'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로 기억된다. 티켓 가격은 최고 111유로(약 17만원)나 됐지만 이날 프랑스의 르 제니트 드 파리(Le Zenith de Paris) 공연장은 7,000여 팬들로 가득 찼다.

그뿐 아니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한국의 프로야구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야광봉 흔들기' '파도타기' 등 격렬한 몸짓이 이어졌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때문에 공연은 이튿날에도 한 차례 더 열렸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공연을 통해 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동안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서만 한껏 주가를 높이던 K-POP이 처음으로 유럽시장에서 수익을 거둔 것이다.

"CT(Culture Technologyㆍ문화 기술)가 한류의 원천 기술입니다. IT가 지배하던 90년대 이후에는 IT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테크놀로지인 CT의 시대가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회장)의 말끝에는 힘이 실렸다.

프랑스 공연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SM엔터테인먼트는 , , 슈퍼주니어, 보아, 샤이니, 에프엑스, 강타 등 소속 가수들을 총출동시켜 지난달 23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SM LIVE WORLD TOUR in NEW TORK' 공연을 마련했다. 현지 팬들의 뜨거운 반응은 물론이었고, 일본 중국 등의 언론도 K-POP 스타들의 뉴욕 공연을 대서특필하는 등 초미의 관심을 보였다.

동방신기
# 국가 브랜드 제고, 기업에서 K-POP으로 '권력 이동'

지난 7월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에서 한류로 바뀌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BBC는 , 등 K-POP의 열풍을 예로 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증가, 한류 스타가 모델로 나오는 상품의 매출 증가 등을 자세히 전했다.

실제로 K-POP으로 대표되는 한국 음악의 '한류지수(호감도)'는 방송 영화 게임은 물론이고 국가 한류지수도 뛰어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음악의 한류지수는 107로 국가(101) 게임(101) 방송(100) 영화(9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K-POP 등 한류 상품들은 문화 수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체부의 '2010 콘텐츠 산업 통계'를 보면 2007년까지 한국은 콘텐츠 산업의 수입이 수출보다 많았으나, 2008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콘텐츠 산업 수출은 2005년 이후 연평균 18.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09년에는 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 수출 규모는 일본이 6억6,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5억8,000만 달러) 동남아(4억6,000만 달러) 북미(3억9,000만 달러) 순이었다. 또 2007년부터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동남아 62.7%, 일본 36.3%, 중국 26.8%였고 유럽도 33.9%나 됐다.

# K-POP, 이제는 기업들의 수출 견인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전, 휴대폰 등으로 유럽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한국 제품 점유율은 2007년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지금은 삼성전자가 1위, LG전자가 2위를 달리고 있다. K-POP이 미국과 유럽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양분이 됐다는 분석도 큰 무리는 아니다.

특히 '휴대폰 한류(韓流)'는 무서울 정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부터 서유럽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강자' 노키아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9일 시장조사기관인 SA의 자료를 인용,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세계시장에서 2,78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으며, 애플은 1,710만 대로 2위였다"고 발표했다. 점유율로는 삼성전자가 23.8%, 애플이 14.6%다. 삼성전자는 또 상반기 유럽 냉장고 시장에서도 금액 기준 점유율(8.2%) 1위에 올랐다.

LG전자는 미국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19분기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3분기에 LG전자는 매출액 기준 점유율 22.8%, 수량 기준 20.7%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입장이 뒤바뀌었다. 기업들의 선전을 거름 삼아 해외 시장에 뿌리내렸던 K-POP이 이제는 기업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6~2010년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평균 13%였던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에 대한 증가율은 고작 2%에 그쳤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한 K-POP의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 검색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는 일본이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유튜브에서 K-POP의 조회 건수는 8억 회가 넘는다. K-POP이 문화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수출 물꼬를 트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등 전통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었던 아시아 국가들은 무서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고,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제 막 한류 열풍이 시작됐다"며 "한류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수년 내 엄청난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K-POP의 경제효과는 연간 최소 4조원

K-POP의 해외 시장 개척을 주도하는 SM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는 광고시장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상품 로열티와 음원(音源)은 물론이고 매니지먼트를 통해 엄청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는 SM엔터테인먼트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한 아이돌 그룹이고, 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광고 수익이다. 세대를 초월해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는 휴대폰, 라면, 은행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월드스타'라는 애칭을 얻은 비도 광고시장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는 일본에서 음반 판매로만 1,3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1,300억원은 일본 내 모든 가수를 통틀어 전체 2위다. 일본 내에서 K-POP 열풍의 선두주자인 걸그룹 와 의 지난해 음반 매출도 300억원이 넘는다.

일본은 전세계 음악시장에서 개별 국가로는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문화 소비 대국이다. 따라서 등의 경우 음반 판매 이외 수입까지 더하면 총 매출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K-POP 등의 인기에 따른 국가 브랜드 제고, 한국 상품 호감도 상승, 한국 관광 등 경제적 연관효과는 한 해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4조원이라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24만 대 판매분과 맞먹는 액수다.

K-POP을 상품으로 만들어낸 연예 기획사들의 성장세도 놀랍다. , 슈퍼주니어 등을 보유한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지난달 재벌닷컴이 발표한 국내 400대 부호에서 146위(1,865억원)에 올랐다. 146위는 연예인 출신 사업가 중에는 최고였다.

이 회장에 이어 세븐, 빅뱅, 2NE1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838억8,000만원으로 2위, '한류 스타'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가 3위(121억3,000만원),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가 4위(66억2,000만원)에 올랐다.

# 한국 관광, 한글 배우기로 이어지는 K-POP

올해 상반기 동안 433만 명이 한국을 찾았고, 지난 8월에는 외국인 관광객 97만7,000명이 입국해 사상 처음으로 월 9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광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일본의 엔고, 중국의 교류 확대,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비자 발급 제도 개선 등과 함께 K-POP 열풍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팝송에 재미를 들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K-POP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라면 한글 배우기에도 대체로 적극적이다. 지난해 전세계 15개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를 받은 사람은 6,900명이었고,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15만 명이었다. 아직은 미미한 숫자일 수도 있지만 매년 큰 폭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K-POP 열풍이 한국어 배우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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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