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이른바 집창촌에서 이뤄지는 '전통적 성매매'가 줄어든 반면, '이종교배'를 거듭하며 변종 성매매가 속출하고 있는 것. 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섹시대리'다. 또 다른 이름은 '호스티스대리'. 이는 최근 확산된 대리운전 문화에 성매매가 더해져 탄생한 변종 성매매다.
사재명(33ㆍ가명)씨는 최근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끝나고 대리운전을 불렀다. 20분정도가 흐른 뒤 여성 대리운전자가 도착했다. 여성 대리운전자가 흔치 않은 탓에 특이하게 여기긴 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목적지에 이르렀을 즈음 여성은 본색을 드러냈다. "술이 과하신 것 같은데 바람이라도 쐬고 가는 게 어떠냐"며 은밀히 성매매를 제안한 것.
과거 이런 경험이 전무했던 사씨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사씨가 "대리운전자가 이런 것도 하냐"고 묻자 여성은 "대리운전만 해서는 힘들다"며 "집에 가시기전에 너무 취한 상태로 가시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사씨를 회유했다.
사씨가 끝내 거부하자 여성은 명함을 건네며 "나중에 약주 하실 때 업체에 전화 하지 말고 저에게 직접 해주면 시간 비워 나가겠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사씨에 따르면 이들의 영업방식은 비교적 단순했다. 술집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중심으로 전단지를 붙인 뒤, 전화가 오면 여성 접대부를 대리운전 기사로 보내주는 식이다. 하지만 사씨도 이 밖의 내용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이들의 생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서울 신림동을 찾았다. 인근에 주차된 차들에 대리운전 광고물이 난잡하게 꽂혀 있었다. 그 사이에서 '섹시대리운전' '여성 대리운전자 항시 대기' 등의 전단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 중 한곳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여성 대리운전자를 원한다고 하자 상담원은 "예약이 많이 밀려있어 30분 이상은 기다리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웃돈을 얹어주겠다고 하자 그는 "확인 뒤 연락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1분이 채 안돼 상담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이제 막 돌아온 '도우미'가 있다"며 "15분 안에는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윽고 여성 대리운전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자신을 '34세의 골드미스'라고 소개한 하정순(가명)씨는 차키를 건네받은 뒤 능숙하게 운전을 시작했다. 조심스레 하씨에게 질문을 건넸다. 그녀는 차분히 차를 몰며 질문에 답해줬다.
"우리 회사만 해도 여직원이 한 20명은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일손이 많이 딸려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특히 주말 같은 경우에는 미리 연락 주셔야 돼요."
그녀에 따르면 이 업체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사이. 단란주점이나 성매매업소 등을 전전하다 나이가 들어 이른바 '퇴물'이 된 후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하씨도 과거 단란주점에서 함께 일했던 '언니'의 소개로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한다.
'화대'는 대리운전비와 별개로 15만원 전후. 무조건 현찰만 받는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화대는 5대5로 나누는 게 보통이지만 외모가 받쳐주는 여성의 경우 특별대우를 받는다. 적게는 70~80%까지도 가져간다.
성매매는 대부분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에 차를 세운 뒤 즉석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일을 치르기 좋은' 장소를 지역별로 물색해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손님이 원할 경우 모텔에 가기도 한다. 물론 숙박비는 '고객 부담'이다.
하씨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술 안 마셔도 되고, 남자들 비위 맞춰주지 않아도 되고…. 단란주점에 있을 때보다 몸도 마음도 편한 것 같아요. 하루에 몇 번만 대리운전을 뛰어주면 생활비는 충분히 나와요. 무엇보다 좋은 건 단속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거예요."
실제 대리운전을 빙자한 성매매의 경우 단속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말이다. 만에 하나, 현장이 적발된다 해도 '연인 사이'라고 잡아떼면 끝이다.
성매매가 단속을 교묘히 피해 가며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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