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당ㆍ청 갈등 신호탄?…靑, ‘서한 접수되면 검토 후 반응’

당ㆍ청 갈등의 신호탄인가.

한나라당 쇄신파 일부 의원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겨냥, 변화와 혁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의 패배 이후 당내에 잠복해 있던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가 마침내 수면 위로 분출된 것이다.

이들 의원들은 4일 여권의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한 ‘5대 쇄신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상찬 김성식 김세연 신성범 정태근 의원 등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 5명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연판장’ 형식으로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6일쯤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서한 작성에는 남경필 최고위원과 정두언 홍정욱 의원 등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당수의 여당 의원들이 이에 동참할 경우, 이명박 정권 후반기 당ㆍ청 갈등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쇄신파는 이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는 정공법을 택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이 대통령이 서민의 고통과 국민의 바람을 외면해 온 데 대한 것’이고, ‘재보선의 사실상 패배와 당 지지율 하락’ 역시 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4ㆍ27 재보선,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의 패배 등을 거론하면서 “이번이 국민이 허락한 마지막 기회”라며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질적 변화의 물꼬를 활짝 열어가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측근 비리가 터진 상황에서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언급한 점, 공정사회 구현을 내세우면서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가 반복된 점, 민심과 괴리된 내곡동 사저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747(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 공약’의 폐기를 선언하고 성장 지표 중심의 정책기조를 성장ㆍ고용ㆍ복지가 선순환하는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제시하는 정책기조를 주장한 셈이다. 셋째로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를 포함한 인사쇄신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민주적 통치행위 개혁, 권력형 비리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한 처리와 검찰 개혁 등을 요구했다.

쇄신파는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사과와 혁신을 요청했다. 홍 대표가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 “사실상 이긴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직후에도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고 발언해 오만함을 드러냈다는 것. 이들은 당 지도부에 ▲진정성 있는 사과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반성과 모색’을 위한 끝장토론 개최 ▲대통령을 직접 만나 국정쇄신에 대한 약속을 받을 것 등을 촉구했다.

쇄신파의 이번 요구의 이면에는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모두 죽는다’는 다급함이 깊게 배어있다. 이들은 “뼈를 깎는 변화가 없다면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버림받는 정당으로, 이명박 정부는 국민 앞에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쇄신파가 당 지도체제 개편을 요구하지 않은 데 대해 “쇄신파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일치하는 지도부를 유지함으로써 총선 공천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지도체제 개편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청와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핵심 관계자는 “서한이 접수되면 그때 가서 반응을 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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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준기자 j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