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참 독특하다. 인사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럭비공 인사'라고도 하지만, 정 회장은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다. 이른바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2008년 이후 정 회장은 고위급 임원에 대해서만 20여 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 사장 등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승진하기도 하고 옷을 벗기도 했다.

또 2선으로 물러났던 임원이 채 1년도 안 돼 최고위직으로 화려하게 컴백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현대차의 임원들이 옷을 벗은 뒤로도 밖에서 회사 이야기는 잘 안 하는 이유다.

올해만 해도 '정몽구식 수시 인사'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양승석 현대차 사장이 지난 9월 퇴진했고, 위진동 소하리 공장장이 경질됐다. 또 광주 공장장을 맡던 김종웅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정 회장의 '수시 인사'는 다른 기업들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수적인 인사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는 LG그룹도 최근 들어 정몽구 회장을 벤치마킹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긴장의 끈을 풀지 않게 한다는 의미에서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대표를 전격 교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CJ그룹, SK그룹 등도 최근 들어 '정몽구식 인사'와 비슷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인사 스타일이 확 바뀌었다. 과거 이 회장은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었지만, 올해는 사장 인사만 3번이나 단행했다. 문책성이 강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21일 이후 6개월 넘게 회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지금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 회장은 "더 빠르게 대처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재계에서는 올 연말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도 예상외의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2009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이 회장의 '정비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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