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중시하는 풍조, 후계 구도 안착 위해 경영일선에서 배제

딸이라고 해서 조금도 서러울 게 없다. 능력만 인정받는다면 아들 못지않은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감성경영도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여자라도 딸이 아닌 며느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대기업 내 여성 임원들의 약진 그리고 오너 딸들의 승진 소식은 자주 들리지만, 재벌가 며느리들의 '활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재벌가에서 며느리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불문율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혈통을 중시하는 재벌가의 특성 그리고 후계 구도 안착을 위해 오너 직계의 '단일대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너의 아들이나 딸보다 며느리의 능력이 더 돋보인다면 오너 일가의 위상이 손상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럴 경우 세간에서는 곧바로 '비교'에 들어가고, 오너들로서는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렇다고 며느리들의 경영 참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여걸들이다. 현 회장과 최 회장은 남편이 일찍 타계하는 바람에 '비상시국'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전부인인 임세령씨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다. 임씨는 삼성가의 며느리였을 때는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 사장과 이혼한 이후로는 와이즈앤피 대표로 활동하는 등 경영 공부에 매우 적극적이다.

따지고 보면 며느리와 같은 처지이지만, 사위는 경우가 또 다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씨와 신성재씨는 각각 현대카드와 현대하이스코 사장에 재직 중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위인 임우재씨는 삼성전기 전무, 김재열씨는 제일모직 부사장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씨는 신세계I&C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ㆍ항공 부문 부회장은 장영신 회장의 사위이고, 박장석 SKC 사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사위다. 윤영달 크라운ㆍ해태제과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씨는 해태제과 사장으로 활동 중이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은 고 이양구 회장의 사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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