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 정체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길 모색

이석채 KT회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KT-BC카드 금융산업 스마트시대 이끈다'를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사들의 '탈(脫) 통신' 움직임이 활발하다. 통신사들의 '탈 통신' 모드는 이미 2009년부터 시작됐지만, 요즘 들어서는 속도를 더 내는 듯한 분위기다.

통신 3사의 '탈 통신' 작업이 새삼 주목 받는 까닭은 급속도로 악화되는 시장 상황 때문이다. 이제는 통신사라고 해서 통신 사업에만 안주할 수 없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입자 수의 정체다. 올해 3분기 SK텔레콤의 순증(純增) 가입자는 15만2,000명에 그쳤다. 30만 명의 순증 가입자를 유치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KT도 순증 가입자가 9만5,000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 23만7,000명을 기록하는 등 그동안 분기마다 20만 명 안팎의 순증 가입자를 유치했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LG유플러스만이 지난해 6만5,000명에서 올해 12만 명으로 다소 증가했지만, 최근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터라 만족과는 거리가 있다.

업계에서는 '가입자 장사'인 통신업 자체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예전처럼 가입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탈 통신'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덩치 줄고 효율성 떨어져

순증 가입자 수 정체와 함께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의 지속적인 하락도 심각하다. ARPU는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월평균 운용수익으로, 한 달에 내는 요금 중 가입비를 제외한 금액을 모두 더한 개념이다.

설사 가입자가 늘었다 하더라도 ARPU가 줄어들면 전체 실적이 감소하게 되는 만큼, ARPU는 통신 분야 실적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효율성 지표다.

지난해부터 통신 3사의 ARPU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LTE 특수를 누리고 있는 LG유플러스만 3분기에 소폭 증가했을 뿐이다. LG유플러스는 전 분기 대비 1.9% 증가한 2만5,934원의 ARPU를 기록했다.

반면 SK텔레콤과 KT가 올해 3분기 기록한 ARPU는 3만3,210원, 2만9,609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1%, 1.9% 감소했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각각 4.1%, 6.2%가 줄어들었다.

통신비 인하 압박도 부담

성장성과 효율성이 크게 위협받는 가운데 이동통신 시장의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해 통신 3사는 통신비 인하를 놓고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

통신비 인하 문제는 정부가 매년 거론하는 물가정책의 '단골손님'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방송통신위원회, 정치권, 시민단체의 파상공세에 시달린 통신 3사는 결국 기본료를 1,000원 인하하기로 했다. 기본료 1,000원 인하로 통신사들은 전체 매출의 1%가량이 줄어들게 됐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고심 끝에 내린 기본료 1,000원 인하 카드에 대해 가입자들이나 정치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데 있다. "고작 1,000원 가지고 생색 내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3G보다 요금이 비싼 4G LTE가 대중화되는 추세인 데다 총선과 대선이 잇달아 치러지는 만큼,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강도 높은 통신비 인하 요구가 예상된다. 통신사들로서는 이래저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앉아서 돈 번다" 옛말

급변하는 사업 환경도 통신사들의 '탈 통신'을 부추기고 있다.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의 확산은 통신 분야의 전통적 수익원인 문자, 통화 수익을 잠식한 지 오래다. 특히 내년 상반기부터 '블랙리스트 제도'까지 시행되면 전체 매출의 20%에 이르는 단말기 판매 매출까지 위협받게 된다.

통신 3사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통신 분야 대신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비통신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번다'던 통신사들의 '탈 통신 경쟁'이 뜨겁다.

SK 플랫폼 사업 분리한뒤 해외 노려

KT 모바일금융 등 융합 주력… LG 토털 솔루션 틈새 공략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전통적인 통신 분야에서 플랫폼 사업을 분리한 뒤 여기에만 집중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고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와 달리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서는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느라 플랫폼 사업이 제한됐던 것이 못내 답답했다.

지난달 출범한 SK플래닛에는 T스토어, T맵 등 플랫폼 사업과 뉴미디어 사업인 호핀, 전자상거래 사업인 11번가, 미래유통망인 이매진 등 5개 사업이 결합돼 있다.

SK텔레콤의 '탈 통신' 움직임은 지난 14일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정점에 이르렀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3달 만에 하이닉스를 품었다.

하이닉스 인수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융합형 사업을 마련, 제2의 애플을 만들겠다는 게 SK텔레콤의 계산이다. 특히 SK텔레콤은 SK플래닛의 플랫폼과 하이닉스의 해외사업망을 이용, 그동안 꿈꿔왔던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분리를 강조한 SK텔레콤과 달리 KT는 컨버전스(융합)를 통해 비통신 분야를 강화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틈만 나면 IT컨버전스 그룹으로의 도약을 외치는 등 비통신 분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근 수 년 새 KT는 금호렌터카, BC카드 등 비통신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인수했고 KT스카이라이프는 아예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그동안 축적된 통신역량을 바탕으로 모바일금융, 차량통신, 미디어 등 컨버전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KT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22%(7조원)를 차지한 비통신분야를 2015년까지 45%(18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야심이다.

LG유플러스는 토털 솔루션과 모바일 광고,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통해 '탈 통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합병법인 출범 초기부터 '탈 통신' 관련 조직을 신설해 교육, 유틸리티,·미디어 광고,·헬스케어 등을 주요 영역으로 선정하고 틈새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4G LTE 서비스 투자에 집중하느라 경쟁사들에 비해 성장은 더디지만 통신 3사 중 최초로 모바일 광고 플랫폼 '유플러스 애드'를 출시했다. 또 LG유플러스는 한국형 트위터인 '와글'과 위치기반 서비스 '플레이스북' 등에서도 제법 성과를 내고 있다.

<용어정리>

▲플랫폼 사업=하드웨어나 운영체계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무료로 문자메시지 및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고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톡, 마이피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바일인터넷전화 (mVoIP)=와이파이, 3G망과 같은 무선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인터넷전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블랙리스트 제도=개방형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IMEI) 제도라고도 불린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IMEI 를 통신사에 등록하지 않은 단말기도 사용할 수 있어 일선 유통점에서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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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