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과 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 범야권 후보로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통합'이라는 대원칙에 찬성하고 있지만, 나머지 정파들과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합을 주도하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은 내달 17일 통합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전당대회가 잘 마무리된다면 이후 자연스럽게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양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민주통합'이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민주통합'을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야권 대통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주도의 야권 통합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상태다. 민노당과 유시민 대표 등 국민참여당 지도부는 '진보통합'에 합의했다.

민주당의 내부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원샷 전대'를 주장하는 손학규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통합전당대회가 불발될 경우 민주당의 단독 전대도 개최할 생각이 있다"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차기 전대를 준비해 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은 "어떻게 의원총회, 당무회의, 전국위원장회의 한 번 거치지 않고 (신당 창당을) 결정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지분 압박 받는 민주당

민주당 안팎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론'이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쇄신과 야권 통합을 위해서는 '호남 물갈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일부 의원들과 구(舊) 민주계 일각에서는 '호남 물갈이론'을 민주당 중진들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큰 틀에서 야권 통합 내지 연대가 성사될 경우 민주당이 총선 지분의 절반을 양보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학규 대표가 통합을 전제로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 내년 총선 때 20명 정도의 공천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구 민주계 등은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12월 17일 통합야당 출범안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새 정당을 만들려는 저의가 뭐냐?" "사심 있는 현 지도부는 통합의 주체가 되면 안 된다" "문재인, 이해찬 상임대표는 복당(復黨)의 대상일 뿐이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탄력 받는 '혁신과 통합'

그동안 관망하던 자세를 취하던 참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야권 통합에 함께할 계획이다.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문태룡 최고위원, 임찬규 전략기획위원장 등은 '혁신과 통합'이 주도하는 야권 통합에 합류하기로 했다.

창조한국당에서도 일부 인사들이 야권 통합에 참여한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송영호 전 대표권한대행 등 전 지도부와 간부 30여 명이 통합정당에 참여할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진보통합시민회의(대표 이학영)는 두 갈래의 행보를 택했다. 한쪽은 민노당과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주도하는 '진보통합'에, 또 한쪽은 '혁신과 통합'이 주도하는 '민주통합'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여당 창조한국당 진보통합시민단체 등의 합류로 '혁신과 통합'의 몸집은 커졌다. 전체가 아닌 일부의 개별 참여이긴 하지만 '혁신과 통합'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혁신과 통합'은 이병완 전 비서실장 등의 합류가 대통합에 동의하는 세력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통합+중통합=대통합?

범(汎)야권의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대통합은 연내에 성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여기에 참여당 창조한국당 진보통합시민단체의 일부 세력이 참여하는 '민주통합'은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민노당과 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진보통합'은 이미 성사됐다.

현재로서는 야권이 '민주통합'과 '진보통합', 크게 두 그룹으로 합쳤다가 내년 총선 전 대통합을 이뤄낸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대통합을 성사시킨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과반의석을 차지했던 2004년 열린우리당 이상이 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모든 통합의 출발은 민주당 내 교통정리에서 시작된다.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주장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은 통합 합의 시한을 오는 27일로 못박았다.

그때까지 구체적인 통합 전대 플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할 때 12월 17일 통합 전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야권에서 11월 27일을 '1차 데드라인'으로 보는 이유다.

야권 대통합땐 내년 총선 파괴력 얼마나 될까

진보세력들에게 2004년 총선은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정국 등과 맞물린 가운데 치러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원내 과반을 달성했고,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은 10석을 확보, 헌정 사상 최초로 3당의 위치에 올랐다. 한나라당은 121석, 민주당은 9석, 자민련은 4석, 기타는 3석에 머물렀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숱한 변수가 있겠지만, 야권이 대통합을 이룬다면 2004년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진보진영이 통합을 이룬다면 150석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탄핵 열풍이 불었던 2004년과 유사한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야권이 대통합을 이룬다 하더라도 파괴력은 수도권에 국한될 거라는 예상도 있다. 영남 강원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에서는 통합 바람이 크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또 충청권의 경우에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손을 잡는다면 야권의 시너지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상이야 어떻든 야권으로서는 통합만이 '필승방정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전체 지역구 의석의 40%(111석)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는 '박빙승부'가 많기 때문에 통합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선거만 봐도 범야권이 단일후보를 낸 10ㆍ26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한명숙(민주당) 노회찬(진보신당)이 동시에 출마한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박빙승부 끝에 0.6% 포인트 차로 한명숙을 누르고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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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