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왼쪽 세번째) 전 대통령, 정몽준(왼쪽 두번째)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참석해 2010년에 열린 아산정책연구원 신축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축하떡을 자르고 박수치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1년 여 앞두고 차기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 바람'으로 상징되는 정치지형의 변화와 이에따른 잠룡(潛龍)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배경에서다.

잠룡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궤를 맞춰 그들의 브레인이라 할 싱크탱크(Think Tank)들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싱크탱크가 지향하는 최고 가치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싱크탱크의 핵심 멤버들은 차기 정부에서 큰 역할을 맡고 전면으로 부각된다.

3차례 낙선 끝에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승리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에는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이 있었고, 국제정책연구원(GSI)과 바른정책연구원(BPI), 안국포럼 등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등공신이 됐다.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여야 잠룡들과 이들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싱크탱크의 면모를 살펴본다.

2010년 12월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싱크탱크만 3개 거느린 박근혜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외곽조직을 갖춘 대선 예비주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국민희망포럼'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켰다.

'국민희망포럼'은 전국 각 지역별로 지부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과 규모 면에서 정당과 비슷하다. 모임은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강인섭 천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주도한다. '국민희망포럼'의 회원은 30만 명을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미래연구원'에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이 포진해 있으며,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도 주축 중 한 명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1년 만에 회원이 3배 이상 증가해 현재 250명이 몸담고 있다.

서강대 출신 60학번부터 2007년 학번 회원 600여 명으로 구성된 '서강바른포럼'은 지난해 12월 초에 구성됐으며, 이 모임에는 다수의 교수들도 포함돼 일정 부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6월에 열린 대통합국민연대 발기인 대회에 참석해 있다.
그외 젊은층으로 구성된 '마포 홍보팀'은 박 전 대표가 젊은 세대(2040세대)와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그림 그리는 정몽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해밀을 찾는 소망'과 '아산정책연구원'이 있다. '해밀을 찾는 소망'은 김경환 서강대 교수, 김용호 인하대 교수를 필두로 정치ㆍ외교ㆍ안보, 통일, 경제, 교육,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국제적인 정치 이슈나 국가적 행사 등에 관한 연구를 맡는다. 이 연구원의 국제자문단에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프랑스 석학인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원 측은 개인적, 정치적 목적과는 거리를 둔 채 국가적 이슈 등 '큰 그림'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시민사회ㆍ정당 가치 연합 발표회'에 참석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함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정책 개발, 김문수·오세훈·이재오

김문수 경기지사의 실질적인 싱크탱크로는 '경기개발연구원'이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경기도의 정책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박사급 연구원만 80명이 포진하고 있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좌승희 이사장을 비롯해 서상목 경기복지미래재단 이사장(복지),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이사장(문화) 등이 김 지사의 브레인을 자임하고 있다. 김 지사의 대학 은사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멘토'역을 하고 있다.

무한돌봄사업,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서해안 종합개발 등 경기도 대표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들의 정책 조언이 있어 왔고 이들은 대선 국면에서도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대선후보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는 특별한 외곽조직이 없다. 하지만 제타룡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권영걸 서울대 교수 등이 개인 자문그룹 역할을 하고 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싱크탱크는 '평상포럼'이다. "평상에서 문턱 없이 토론하자"는 의미의 이 모임 역시 전국 단위의 조직을 지녔다. 또 하나의 기둥은 '푸른한국'으로 2005년에 창립한 이 모임은 회원 수가 4,000명에 이르고, 그 중 교수들이 500명이나 된다.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가 4월에 열린 국민시대 출범식에서 분수경제론을 발표하고 있다.
든든한 외곽조직 갖춘 손학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뒤에는 2006년에 출범한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있다. 김성수 전 성공회대 교수, 송태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장달중 서울대 교수, 김태승 인하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은 손 대표의 '멘토 그룹'으로 꼽힌다.

지난 7월에는 손 대표의 지지 모임인 '통합연대'가 등반대회 형식을 빌어 닻을 올렸다. 손 대표의 측근인 김부겸 의원이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 모임에는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함께하고 있다.

정동영 정세균 유시민 분주한 발걸음

2007년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싱크탱크 조직 '나라비전연구소'를 운영했던 정동영 최고위원은 공식적인 세력화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야권 전당대회가 끝나면 정 최고위원의 발걸음도 더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전문가로는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외교.안보), 권만학 경희대 교수(국제정치), 김관옥 계명대 교수(국내정치), 이상이 제주대 교수(복지), 이병훈 중앙대 교수와 윤종훈 회계사 등이 있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은 지난 4월 '싱크탱크'인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를 발족하고 대권행보를 공식화했다.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 윤성식 고려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정 최고위원의 '콘텐츠' 개발을 돕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 출신 정치인 모임인 '청정회' 회원들도 정 최고위원의 자문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게는 '참여정책연구원'이 있다. 연구원은 "참여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연구하는 기관일 뿐"이라고 선을 긋지만, 그 역할은 싱크탱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대표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남북관계), 김수현 세종대 교수(경제), 김창엽 서울대 교수(복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 등이 자문역으로 꼽힌다.

총선, 대선 앞두고 인재 영입 치열

안철수
지난 14일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제94회 탄신제'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는 신당설과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삶의 문제이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에서도 신당 창당에 대해서 손사래를 친다. 야권통합기구인 '혁신과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한나라당이 존재하는 한 신당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그럼에도 정계에서는 신당 창당설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또 신당 창당 여부와는 별개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각 정파들의 인재 영입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 38.5%를 물갈이했던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인적 쇄신이 거론되고 있고, 통합을 추진하는 야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0ㆍ26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야 모두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이념적으로 정반대의 위치만 아니라면 유능한 조언자는 큰 힘이 된다. 더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은 정당과 이념보다 민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재 영입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경철
'시골의사' 청춘콘서트 인연 정신적 동지

● 의 정치적 멘토는?

차기 유력주자로 급부상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보폭이 구체화되면서 그의 멘토 그룹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선 안 원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시골의사'로 널리 알려진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이 꼽힌다. 안 원장과 박 원장은 청춘콘서트를 통해 처음 만나 지난 9월 마지막 경북대 강연까지 모두 27회를 함께 진행하면서 정신적 동지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을 청춘콘서트라는 컨셉트로 이끌어 준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안 원장의 정신적인 멘토로 알려졌다

안 원장의 멘토단에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종인 전 경제수석, 최상용 전 주일대사 등이 거론된다.

문재인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문제로 사이가 벌어졌지만 여전히 안 원장과 교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수석과 최 전 대사는 청춘콘서트에도 출연한 적이 있고 안 원장이 현안에 대해 자문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 밖에 평화재단에서 활동 중인 소설가 김홍신씨, 문규현 신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도 안 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개그맨 김제동씨와 배우 김여진씨, 박재승 변호사 등도 '정치인' 안 원장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인사들로 알려졌다.

야권통합 가교역할 '혁신과 통합' 핵심 멤버

● '친노 그룹의 대표주자' ·은?

최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경남지사는 '친노그룹'의 대표적 잠룡으로 거론된다.

김두관
두 사람은 친노 인사들이 중심이 된 노무현재단과 현재 야권통합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혁신과 통합'의 핵심 멤버다. 따라서 두 단체의 상당수 인사들이 문 이사장과 김 지사에게 자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로 꼽힌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이다.

이사장의 경우 송기인 신부가 정신적 멘토로 알려졌으며, 오랜시절부터 알고 지낸 청와대 부산파 이호철 전 국정상황실장, 이정호 전 시민사회수석, 사시동기인 박원순 서울시장등과 가깝다.

지사는 25년 정치동지인 윤학송 전 비서실장, 공민배 남해대 총장, 경남도 싱크탱크인 경남발전연구원 이은진 원장 등과 가까우며 이들의 직간접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지사의 친동생인 김두수씨는 '혁신과 통합' 홍보위원장 겸 '국민의 명령'(대표 문성근)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최대 지원군으로 꼽힌다.

여야 수뇌부 모두 회원 가입한 '미국외교협회'

● 미국의 양당정치를 떠받드는 싱크탱크는?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는 워싱턴에 있는 미국외교협회(CFR)다. CFR에는 미국 여야의 수뇌부가 모두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CFR은 중도성향을 표방하고 있으며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분야를 망라해 최고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FR 다음으로는 1927년에 설립된 브루킹스 연구소와 1973년에 출범한 헤리티지 재단이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진보, 헤리티지 재단은 보수적 색채가 짙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민주당, 헤리티지 재단은 공화당의 정책과 비전을 생산한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두 연구소의 전략을 따를 때가 많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브루킹스가 내놓은 타협과 예방 정책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기에는 헤리티지 재단의 강경책이 채택됐다.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출마 당시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Th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도움을 받았다. 이 센터는 정치경력이 일천한 오바마에게 이민자 정책, 건강보험 개혁 등 진보정책을 제공했다.

싱크탱크의 핵심 브레인들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싱크탱크의 도움을 받아 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면 싱크탱크로 돌아와 조직의 '업그레이드'에 보탬을 준다는 점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전직 대통령의 국정경험이 더해지면서 싱크탱크는 차기 정권을 위한 보다 큰 구상을 한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새 정권이 출범하고 나면 싱크탱크가 변질되거나 유야무야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싱크탱크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정당이거나 정권 창출만을 노린 '떴다방' 형태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993년에 출범한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끝에 사실상 문을 닫았고, 현 정권 창출의 산실인 안국포럼도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부터 분열이 표면화되더니 해산 수순을 밟았다. 특히 일부 인사들간에 반목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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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