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막걸리살인사건'의 진실1심 "증거 부족 무죄" 2심선 중형 선고가족간 뒤얽힌 의혹… '법정스릴러' 연상… 대법 최종판결 관심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숨진 사건이 발생한 전남 순천시 황전면의 Y마을.
지난 2009년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돼 구속된 부녀가 1심 재판에서 극적으로 무죄 선고를 받아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최근 항소심에서는 중형을 선고받아 한편의 법정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하고 있다.

광주고법 형사1부(이창한 부장판사)는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시게 해 자신의 아내(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A(61)씨와 A씨의 딸 D(26)씨에 대해 지난 10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 직후 A씨 부녀는 곧바로 법정구속됐다.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지난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A씨 부녀는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인 B(당시 59세)씨에게 건네줘 이 막걸리를 마신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누가 진실을 알고 있나

이 사건은 발생 초기부터 수많은 미스터리를 생산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사건의 원인, 범행 과정, 경찰수사, 용의자 진술 등 모든 부분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검찰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에 대해 부적절한 성관계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A씨 부녀가 공모한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009년 9월 14일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시게 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남편과 딸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마셨던 청산가리 막걸리와 피의자들의 자백을 이 사건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막걸리에 탔던 청산가리도 오래전 A씨가 같은 마을 자전거 수리점에서 해충구제 등을 이유로 확보해둔 사실을 확인했고 피의자들이 막걸리에 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당시 검찰은 범행동기와 관련, 15년 전부터 부적절한 육체관계를 맺어온 A씨 부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10여 년 전부터 부녀간의 '용인할 수 없는 관계'를 알고 있던 B씨는 부녀를 수시로 추궁했고, 딸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남자들과도 부적절한 교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심하게 꾸중했다고 한다. 이에 A씨 부녀는 자신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곧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모든 증거자료를 세세하게 확보해 기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A씨 부녀 "우린 억울하다"

그러나 1심 재판 결과는 검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재판부가 A씨 부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부장 홍준호)는 지난해 2월 A씨 부녀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에서 A씨 부녀는 "자신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있는 아내(어머니)와 갈등을 겪어 오다 불만을 품고 살해했다"고 검찰에서 자백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당시 재판에서 A씨 부녀의 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고 일부에서는 "미제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1심 재판후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그리고 최근 2심 재판부는 A씨 부녀의 혐의를 인정했다. 1심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간 끝에 무죄가 선고 됐기 때문에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으나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는 판단을 내놓자 "집념어린 수사의 결과"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항소심 재판 결과에 대해 A씨 부녀는 "억울하다. 검찰 진술에서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부적절한 관계도 없었고 살인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왜 A씨 부녀를 진범으로 인정했을까?

검찰은 항소 이유서에서 "피고인 D씨는 처음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하였으나 범행 도구인 청산염과 막걸리 구입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인 A와 범행을 모의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 A는 최초 범행을 부인하다가 피고인 D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범행을 자백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자백하게 된 경위와 동기 및 그 이유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자백은 그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가 검찰 조서에 나온 A씨 부녀의 범행 자백을 인정할 것인가 여부에 유무죄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부녀의 검찰 자백을 인정한 셈인데, 이에 대해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이 법정진술과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볼 수는 없고,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다른 정황증거 중 자백의 내용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재했다.

항소심 재판부에 따르면 범행의 동기에 관해 D씨는 "엄마가 남자관계가 복잡하다고 나무라서 꾸지람을 듣지 않으려고 죽였다. 엄마가 술 드시고 오시면 누구 애를 낳았냐고 다그쳐 엄마를 죽일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술만 마시면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또 A씨는 "처가 부녀 관계를 의심하여 딸을 심하게 꾸짖고 저도 나무라는 일이 잦아 처를 죽일 생각을 하였다. 제가 딸과 성관계를 하기도 하였는데 처가 그 사실을 알고 딸과 저를 심하게 꾸짖곤 하여 처를 살해하려고 하였다. 처가 없어지면 딸하고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고 부부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아 처를 죽이려고 하였다"고 검찰에 자백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백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들로 "피고인 A씨는 동생의 처인 유모씨로부터 피해자 B씨가 막걸리를 먹고 사망하였다는 전화를 받고도 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빨리 가서 막걸리 병을 찾아야 한다'면서 자신이 피해자에게 건네 준 막걸리 병을 찾으러 사고 현장으로 가, 마치 피해자가 마시고 사망한 막걸리가 자신이 건네 준 막걸리라고 단정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들었다.

또 "공공근로를 하는 다른 사람들도 간식으로 막걸리 등을 준비하여 나눠먹는 경우가 많은 점, 피고인 A씨로서는 피해자 B씨가 마시고 사망한 막걸리가 자신이 건네 준 막걸리라고 단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 A씨의 위와 같은 행동은 자신이 피해자에게 건네 준 막걸리에 청산염이 혼합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의 행동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황증거 유죄 확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 D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산염이 희석된 막걸리를 꺼내 마당에 가져다 놓은 지점을 표시한 현장 약도를 그려 제출했다"며 "약도상의 표시 지점은 A씨가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이 사건 당일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막걸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발견하였다고 진술한 지점과 거의 일치하여 D씨가 이 사건 당일 막걸리를 실제로 마당에 가져다 놓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관되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A씨 부녀는 당연히 상고할 것으로 예상돼 대법원이 1심과 2심 결과가 다른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다.

▶ 헉! 이런 모습까지… '性남性녀' 성생활 엿보기
▶ '도가니' 성폭행 실제는 얼마나 더 충격적이길래…
▶ 말도 많더니… 이제부턴 박근혜 vs 안철수 '맞장'?
▶ MB 측근 줄줄이 비리 의혹… 이제 시작일 뿐?
▶ 검찰, SK 최태원 정조준… 다른 대기업도 '덜덜덜'
▶ 대한민국 복지, 어처구니 없는 충격적 실상들



윤지환 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