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에 여종업원을 알선하는 속칭 '보도방'이 극성이다. 최근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적발 사례가 좋은 증거다.

하지만 보도방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 이곳에선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서울 모처의 환락가에서 보도방을 운영하는 이철환(33ㆍ가명)씨의 도움을 받아 그 실상을 취재했다.

저녁 7시30분 영업개시

"이따 좀 한가해지면 이야기합시다." 지난달 25일 오후 6시45분께 이씨의 보도방 사무실. 머쓱하게 실내를 둘러보던 기자에게 음료수 한 캔을 건네며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여종업원들의 출석 관리에 정신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오후 7시까지 출근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씨는 10여명의 여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달래고, 윽박지르고, 읍소하기를 반복하면서 출근을 재촉했다.

7시가 넘어서자 여종업원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슬아슬한 치마에 가슴이 움푹 파인 '홀복'으로 갈아입은 뒤 배달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디저트는 숙취 해소 음료. 술과 가까운 직업 특성상 숙취해소음료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설명이다.

7시30분이 되자 모두 8명의 아가씨들이 출근을 했다. 이씨는 자신의 영업장 내 단란주점 관리인에게 '준비완료' 문자를 돌렸다. 그제야 이씨는 한숨을 돌리고 배달시켜 놓은 음식을 주섬주섬 챙겨먹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어요. 아가씨들은 하나 같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나오려고 하는데 그걸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출근 시켜야 돼요. 아가씨 없으면 그날 장사 공치는 데다 이미지도 안 좋아지니까. 하루에도 울컥하는 게 수십 번이지만 그냥 삭혀야지 어쩌겠어요."

대화를 시작한 지 채 10분이 되지 않아 그의 전화가 울렸다. 첫 손님이다. 이때가 7시40분 남짓. 저녁식사가 한창인 시간에 벌써 유흥에 나선 이들이 있다는 게 의아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여종업원들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물 좋은' 아가씨를 고를 수 없기 때문에 이 시간에 오는 이들도 상당수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른바 '황금 시간대'를 피해 '틈새 시간대'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이씨를 여종업원 5명을 이끌고 사무실을 나섰다. 짙게 선팅이 된 SUV 차량에 몸을 싣고 5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인근의 한 단란주점. 여성들을 들여보낸 이씨는 이곳 업주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2~3분이 지나자 선택을 받지 못한 여성 2명이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방에서 빠져 나왔다.

접대비의 20% 업자의 몫

이씨는 업주에게 인사를 건넨 뒤 돌아섰다. 하지만 그뿐, 별로도 금전은 오가지 않았다. 이씨에 따르면 아가씨는 업주로부터 약 8만원의 접대비를 받는데 이 가운데 1만5,000원 정도가 그의 몫이다.

또 여성들이 이른바 '2차'를 나갈 경우 그에 대한 수수료도 챙긴다. 그는 한 달 수입에 대해선 한사코 대답을 피했다. 다만 "적지는 않다"고 얼버무렸다.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했다. 내부로 들어선 이씨는 "여기서 일하는 애들은 행복한 애들"이라고 운을 뗐다. 현재 이씨는 버젓이 사무실을 가지고 보도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란주점에 작은 방 하나를 빌려서 사용하는 식으로 영업을 한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무료로 방을 빌리는 것이지만 단란주점 업주 십중팔구가 이를 환영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업소에 아가씨를 빨리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이씨 역시 처음부터 사무실을 내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저도 처음엔 단란주점에서 룸 하나 빌려서 시작했어요. 초기자본도 많이 필요 없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시작하긴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아가씨 구인, 관리도 보통 일이 아니고 자리 잡기 전까지 온․오프라인에 홍보비로 수익의 반 이상을 뿌려야 돼요. 쉽게 보고 시작하는 데 망하는 곳이 태반이에요. 운이 좋아 살아남았죠."

문득 이곳 여성들 중 미성년자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간 언론보도 등을 통해 미성년자를 고용해 영업하다 적발된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문에 이씨는 손사래를 쳤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미성년자는 안 써요. 보도방 적발되면 벌금만 물고 끝나지만 미성년자 고용하면 청소년보호법까지 위반하게 돼서 가중처벌 받아요. 쇠고랑 차는 거죠. 모르긴 해도 신문에 나오는 사례들은 나이를 속인 미성년에 당한 거라고 봐요. 요즘 애들이 좀 조숙합니까?"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이씨의 전화기는 매번 대화의 맥을 끊어 놓았다. 그렇게 이씨가 단란주점에 여성들을 실어 나르는 사이 어느새 사무실엔 여종업원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이씨의 전화기는 지칠 줄 몰랐다. 그러다 결국엔 친분이 있는 업자에게 여종업원을 '빌려달라'고 사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씨의 보도방은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보도방 협회'는 보호막

이처럼 현재 자리를 잡고 영업을 벌이며 쏠쏠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이씨지만 보도방은 엄연한 불법이다. 직업안정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윤락행위를 유도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는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에 해당된다.

그래도 이씨는 걱정이 없다. 그의 뒤에 '보도방 협회'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에 따르면 이들은 고액의 가입비와 회비를 떼 가는 대신 경찰 단속으로부터 보도방들을 지켜준다. 경찰에 대한 지속적인 로비를 통해서다.

보도방 영업하려면 협회 가입은 필수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가입을 거부하는 보도방의 경우 협회 측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영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99%의 보도방이 협회에 가입돼 일부 경찰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때문에 단속에 나선 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새벽이 되도록 끊임없이 울려대는 이씨의 전화기가 이 같은 현실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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