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의 특허 소송에 첨단 차량 판매에 치명상 입을 수도

현대차는 최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기술 부분에서 경쟁상대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기술융합산업이라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상,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경쟁사로부터 줄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특허 소송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에 대한 특허권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특허소송은 그동안 삼성전자·LG전자 등 IT 분야의 대기업 중심으로 제기돼 왔지만 이제는 자동차·섬유·화학·조선중공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특허권 침해 소송이 잇따르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향후 특허권 분쟁이 현대차의 글로벌화에 최대 과제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내비게이션 업체 비콘은 지난 10월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현대자동차 본사와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현대차 앨러배마 생산법인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대차는 즉시 대책반을 가동해 대응을 강구 중이다. 문제는 특허권 소송이 비콘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글로벌기업 선언 적 늘어나

현대차는 지난 8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쏘나타와 밸로스터에 탑재 예정인 차량원격제어 시스템과 관련된 소송을 제기당한 것을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3월 오디오시스템에 대한 특허 소송과 관련, 280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1대당 14.5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특허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자동차 분야 역시 신기술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데 큰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특허 무기의 효용도는 높아진다.

또 자동차의 품질및 가격 경쟁력 외에 다른 방법으로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하는데, 그게 법정 다툼이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법정 싸움에서 보듯, 한 쪽이 소송에서 질 경우 판매금지라는 극단적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 완전히 시장을 상대에게 내줘야 할 판이다. 그래서 특허 소송은 사운(社運)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대차의 아킬레스 건은 최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기술 부분. 자칫하면 줄줄이 경쟁상대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기술융합산업이라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상,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경쟁사로부터 줄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에게 '소송 위기설'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현대기아차의 급성장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독일자동차와 일본자동차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가 이미 선전하고 있는 데다, 한미 FTA로 추진력을 더 얻는다면 독일과 일본 경쟁사들의 집중 견제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시장 신기술 개발 힘들어

그럼에도 현대차는 연구 개발 투자 비중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현대차가 등록한 기술 관련 특허는 69개다. 반면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등록한 특허는 188개에 이른다. 특허 등록 개수가 현대차보다 3배 정도 많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도요타가 등록한 특허는 무려 2,454개나 된다. 현대차는 234개. 그래서 현대차가 판매 신장에 만족한 나머지, 기술 개발과 특허 확보를 게을리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에서 도요타 자동차가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관련 자동차 출시를 계속하고 있는데, 도요타 자동차가 현대차의 급성장을 그냥 두고 볼 리 만무하다. 기회만 생기면 도요타 자동차는 현대차를 향해 특허 전쟁을 걸어올 것이다. 아니, 이미 현대차를 겨냥해 특허 그물을 깔아놓았는지도 모른다.

신기술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시각도 현대차에게는 걸림돌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 브랜드가 내놓는 신기술에 불신을 갖고 있다"며 "자동차는 신기술이 나오면 2년 정도는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이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가 나올 경우, 소비자가 믿고 살 경우 기술개발이 가속화할 터인데, 그 반대의 경우 기술개발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기술 개발이 경쟁사에게 뒤쳐지고, 나중에는 특허 소송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현대차가 올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 독일의 벤츠나 BMW, 일본의 혼다 등 경쟁사보다 더 많은 특허를 등록한 점이다. 이 부문에서 현대차는 도요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보유 현황을 보면 닛산르노(58개), 혼다(51개), 폭스바겐(27개), BMW(27개), GM(17개)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특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우리도 특허 등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특허는 개수도 중요하지만 핵심기술에 대한 특허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개수는 도요타에 못 미치지만 최근 신기술에 대한 핵심적 특허 개수는 우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특허전에 대비해 남양기술연구소 내 특허팀을 특허실로 격상했다. 특허 관련 인력도 기존 60여명에서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또 신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를 출시할 경우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사용해 국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체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한달간 자동차를 운행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존의 일반 자동차로 바꿔준다는 파격적 판매전략이다.

현대차는 이같은 다양한 전략으로 신기술 차량을 국내 시장에서부터 세계 무대로 확산시킬 계획이지만, 당장 닥쳐오는 특허 소송전에는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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