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말인사에 담긴 뜻은?이재용·이서현 승진없다 '친정체제 강화' 암시'좌지성-우순택' 라인 이회장 성에 안 차이학수 인맥 일부 제거 해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에 도착한 뒤 시상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의 그림자'가 더 짙어진다.

이건희(69)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열린 '2011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에 앞서 " 삼성전자 사장의 승진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은 없고 역할 변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의 옆에 있던 (43) 사장도 "(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확실히 아니다. (제가) 인사의 중심이 절대 아니다"고 거들었다. 이 사장의 곁에는 미래전략실장이 서 있었다.

이 사장은 지난 10월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뒤 악화일로를 치닫던 양사 관계를 한풀 누그러뜨렸다. 그룹 안팎에서 '역할론'이 대두됐던 이유다.

이서현(38) 부사장은 그간 오빠인 사장이나, 언니 이부진(41) 호텔신라에 가려졌으나, 최근 들어 빼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 부사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2005년 이후 회사 매출은 연평균 17.8%, 순이익은 31.7% 증가하고 있다.

이재용
이런 이유로 이번 주로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이 사장은 부회장, 이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부회장 이상의 더 큰 자리에 오를 거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같은 예상에 쐐기를 박았다. 이 회장은 오히려 "전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보통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친정체제 강화를 암시했다.

신트로이카 체제 미완성

이 회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최지성 트로이카 체제를 만들었다. 부회장에게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책임지게 했고,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사장을 받치게 했다. 사장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름 그대로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기구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미래전략실이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대표기업'이자 상징이다. 이 회장은 사장을 정점에 두고 '좌 지성-우 순택' 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김순택
하지만 경영 일선에 전면 복귀한 이 회장이 자신의 '야심작'에 대해 크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래전략실장은 그룹을 쥐락펴락했던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현 삼성물산 고문)만큼 '힘'이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김 실장은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현안에 집중적으로 신경 쓰다 보니 미래전략실 장악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미래전략실 내 주요 보직을 맡은 인사들의 경우, 과거처럼 계열사에서 실무 경험이 많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업무수행능력도 다소 설익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이번 주에 단행될 인사에서 권오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외, 정계, 재계 등 여러 변수가 잠복해 있는 만큼 권 사장을 부회장에 올려 기존 최지성 부회장과 투 톱 체제를 만든다는 포석이다. '최-권 투 톱 시스템'이 확실하게 자리잡는다면 궁극적으로는 ' 체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삼성은 지난 7월 반도체 사업부장인 권 사장을 LCD와 반도체 등을 총괄하는 DS총괄제를 신설하면서 DS총괄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권 사장은 삼성전자 부품 부문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학수색채 완전히 지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지난 9월부터 일찌감치 연말 인사를 대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미래전략실 인사팀에서 계열사 사장 후보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한 것이다.

삼성이 차기 사장단 후보 인선작업을 9월부터 시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예년 같으면 10월 초쯤 인선작업에 들어가고, 11월 말쯤 이 회장이 결재하는 식이었다. 이 회장이 이번 인사에 그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치밀한 준비작업이 이학수 고문의 인맥 제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서초 사옥에 출근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고, 그 일환으로 사장단 수시인사를 택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장과 이 고문은 한 몸이었다. 2009년 말 이 회장이 사면복권을 받은 뒤 이 고문은 이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이 고문의 파워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

한때 이 회장은 이 고문에게 회사를 거의 맡기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 고문의 위상은 이 회장에 버금가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이 고문은 1997년 이후 14년간 삼성의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누려 왔다.

지난해 인사를 앞두고 삼성 관계자들은 이 고문이 미래전략실(구 전략기획실) 실장에 다시 앉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고문을 복귀시키기는 커녕 삼성물산 고문으로 팽(烹)시켰다. 오히려 삼성은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과거 전략기획실의 부정적 이미지와 관행에 대한 문책성"이라며 이 고문을 겨냥했다.

이 고문은 지난해 11월 삼성물산 고문으로 밀려났지만, 삼성그룹 내에는 여전히 '이학수 라인'이 남아 있다. 특히 재무 분야 쪽에는 이학수 인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체제 안착의 선결조건이 '이학수 색채 지우기'라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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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