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형외과들의 불법 마케팅 실태

지난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송모(18)양은 얼마 전 눈과 코 성형을 받았다. 얼굴이 좀 달라져도 대학에서 새 친구를 만나니까 부담이 작다는 생각에서 성형수술을 서둘렀다. 송양은 "너도나도 성형수술을 받는 분위기라서 동참하게 됐다"며 "같은 반 친구 5명 중 1명은 수술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제 막 수능을 치른 예비대학생들이 성형수술시장의 '주요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형을 통해 변화된 친구들의 모습에 혹하거나 미리 성형을 계획했던 학생들이 수능시험 후 수술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로 몰려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압구정 등 서울 강남지역 유명 성형외과에서는 교복차림을 한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술예약을 위해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방문한 최모(18)양은 "요새는 한두 군데 정도 고치는 건 기본인데 나만 안 하면 손해 아니겠느냐"며 "대학 입학 전에는 수술을 마쳐야 하는데 성형외과에 예약이 밀려 있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은 김모(19)양은 "수능이 끝나면 부모님이 수술을 시켜준다고 약속해서 수능이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며 "이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예뻐질 수만 있다면 그런 게 대수겠느냐"고 항변했다.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중간중간에 남학생도 눈에 띄었다. 고3생인 김모(18)군은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남자들도 성형을 많이 하는 추세"라며 "친구들 중 몇몇은 이미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어 "외모가 연애, 결혼은 물론이고 취업이나 승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라며 "성형을 받아서라도 미남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살맛 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에 따르면 예비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쌍꺼풀 수술이 가장 인기다. 쌍꺼풀 수술을 할 때 눈머리와 눈초리를 째는 '트임 수술'을 같이 하는 경우도 많다. 눈을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보형물을 넣어 코끝과 콧대를 높이는 수술도 큰 유행이다. 입안을 절개해 광대뼈와 사각턱을 깎는 안면윤곽 수술을 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눈이나 코를 고치는 정도는 학생들 사이에서 수술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선물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며 "12~2월이 성형외과의 최대 성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몰려와 수술 예약을 잡는 통에 내년 초까지는 스케줄이 꽉 짜여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지역 다른 성형외과도 예비대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병원들은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예비대학생들을 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서 올 2월까지 학생 환자가 가장 붐볐다. 전체 환자 중 10~25세는 10% 정도 되는데, 7~8월에는 20%, 12~1월에는 40%였다. 12월에는 환자 6명 중 1명꼴로 10대였고 이 중 71%가 대학 입학을 앞둔 고3생이었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성형외과들도 앞다퉈 예비대학생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성형외과는 오는 23일까지 상담신청을 하는 예비대학생들에게 '수능해방혜택'을 내놨다. 쌍꺼풀과 앞트임, 보톡스, 코 성형, 안면윤곽(사각+광대) 등을 패키지로 묶어 저렴한 가격에 시술해준다는 것이다.

B성형외과는 수능 수험표를 가져오는 예비대학생에게 쌍꺼풀 수술, 부위별 지방흡입 수술, 피부 레이저 시술 등을 20% 할인된 가격에 '모신다.' C성형외과는 예비대학생 친구를 데려오는 사람에 한해 30%를 할인해준다. 상담 받은 직후 수술을 결정하는 '통 큰' 고객에게는 10%를 추가로 할인해주는 성형외과도 있다.

이들 성형외과들은 하나같이 "대학에 가면 살 빠질 것 같죠? 안 빠져요!" "요즘 외모는 피부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데" 등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본능'을 자극하는 문구로 예비대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고, 안 받고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예비대학생 할인'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앞세운 성형외과들의 무차별적인 광고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현행법상 성형을 유도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의료법은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해주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병원을 소개ㆍ알선ㆍ유인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엄연히 법적인 규제가 있지만 성형외과들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로지 예비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보건당국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진료는 대부분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할인 쿠폰이나 홈페이지 광고를 알선 혹은 유인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B씨는 "어떤 학생들은 잘못된 상식 때문에 무리한 성형을 요구하거나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확한 정보 없이 수술을 선택한다"며 "성형수술은 알고 보면 큰 수술이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위해 선택한 행위가 도리어 자신을 망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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