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회장의 거취에 비협약채권 해결 문제도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의 표명을 밝히던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박 부회장은 "올해 12월31일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 휴식을 갖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팬택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졸업했다. 2007년 4월 자발적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4년 8개월 만이다. 워크아웃 이후 18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중 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예상됐던 결과였음에도 기쁨은 컸다. 그러나 박병엽 부회장 거취 문제, 비협약채권 상환 문제 등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4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 졸업한 팬택

7일 채권단은 팬택의 외화표시채권까지 포함한 약 3,400억원 규모의 워크아웃 채권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은행 다수가 공통의 조건으로 차입자에게 융자해주는 집단 중장기 대출이다. 채권단 관계자에 따르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07억원의 개별담보를 신디케이트론에 필요한 공동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워크아웃 채권이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되면 팬택은 자동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된다.

채권단의 전격적인 결정에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퇴진 선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발표 하루 전, 박 부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이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 악화로 일정 기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기업이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 책임을 함께 해야 할 금융권에서 오히려 발을 빼는 것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의 퇴진에 대한 책임이 채권단의 무책임에 있음을 지적했다.

앞서 올해 말 워크아웃 졸업을 계획한 팬택은 채권단에 2,200억원 가량의 채권에 대한 상환을 유예해달라 요청했지만 일부 채권단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박 부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고 나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긴급회의를 열고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복귀도 조만간 요청할 예정이다. 워크아웃 이후 올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팬택을 되살려놓은 박 부회장 없이 향후 계획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까닭이다.

지분확보 여력 부족 문제

여전히 불투명한 전망, 박병엽 회장 속내는?

퇴진선언이라는 박 부회장의 초강수에 채권단이 한발 물러서면서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이 결정됐지만 이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박 부회장의 거취문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늦어도 내년 초에는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이 결정돼 있는 상태에서 박 부회장이 급박하게 사퇴 공표를 한 배경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해석하고 있다. 채권단을 압박해 빠르게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팬택의 경영권과 지분을 동시에 확보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긴급 기자회견 당시 박 부회장이 스톡옵션은 포기했음에도 우선매수청구권은 내놓지 않았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박 부회장은 2009년 채권단으로부터 매각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워크아웃 딱지를 뗀 팬택이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조건을 협의한 뒤 금액이 결정되면 박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이용해서 최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박 부회장에게 지분을 확보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발행주식 총수(9월 기준 약 16억9360만주)에 액면가 500원을 곱한 팬택의 시가총액은 약 8,468억원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48%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065억원은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인수 여력이 없는 박 부회장으로서는 투자자를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달 팬택의 신규자금 유입을 위한 재무적 투자자 유치 본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만만치는 않다. 검토 중에 있었던 투자자들이 포기사유로 내세운 스마트폰의 경쟁 격화와 경기 침체 등의 조건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컨소시엄 구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연구개발비 줄이면 위기

ABCP에 얽매이게 되면 제2의 베가레이서 나올 수 있을까?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도 적지 않다. 당초 팬택이 지닌 금융기관 채무액은 총 5,700억원 규모였다. 이중 채권단이 보유한 2,138억원의 협약채권과 1,200억원이 조금 넘는 외화표시 채권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게 되더라도 여전히 2,362억원 규모의 비협약채권이 남는다.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중소금융기관들이 지니고 있는 비협약채권은 팬택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유동자산 대부분이 매출채권이라 현금보유량이 적은 팬택은 ABCP 발행을 통해 이 채권을 상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ABCP의 경우 일반 대출보다 금리는 낮지만 만기가 3개월로 짧다는 점이다. ABCP의 담보로 할 매출채권이 넉넉한(9월 말 기준 7,638억원) 것은 다행이지만 분기마다 신규 사채발행 등을 통해 만기연장을 해야 하는 터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만기연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고, 상환압박이 심하면 연구개발비를 줄여야 할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팬택의 회사 규모는 경쟁업체인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작은 회사인 팬택이 스마트폰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배경에는 매출 규모 대비 높은 비중의 연구개발비가 존재한다. 특히 이제부터 모든 스마트폰을 4G LTE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상 단말기 개발 비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팬택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2를 야심차게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더 높은 사양의 베가레이서를 출시해 시장점유율을 높인 바 있다. 팬택은 올해 베가레이서로만 12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4G LTE 시대에 걸맞은 제2의 베가레이서가 필요한 상황에서 ABCP 발행으로 연구개발비가 줄어든다면 승승장구하는 지금 분위기마저 흔들릴 수 있는 터라 더욱 조심스럽다.

ABCP를 발행하면 추후 변동할 금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금융관계자는 "ABCP는 금리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변동금리채와 비슷하다"며 "향후 기준금리가 오르게 된다면 팬택이 지불해야 할 이자도 늘어나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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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