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 시장 점유율 8.03% '급성장'신규 등록 수입차 대수 8만7928대 18.9% 증가벤츠 폭스바겐 아우디독일차 판매순위 상위권일본차 살인적인 엔고 영향가격 경쟁력 떨어져 부진

벤츠 E300
2011년 한국 수입차 시장은 마의 '8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 6.92%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해 9월 기준으로 8.03%를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4.94%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이 지난해 곧바로 회복되더니, 올해는 급성장했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신규 등록한 수입차 대수는 8만7,92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3,957대에 비해 18.9%나 늘었다. 11월과 12월에 등록할 차량까지 합치면 올해 신규 등록 대수는 10만 대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입자동차협회는 올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를 10만6,000여 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2007년 신규 등록 대수가 5만3,000대 남짓이었으니, 4년 만에 두 배까지 늘어난 셈이다.

판매 1위 유력

수입차 중 화제의 차는 단연 메르세데스-이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상륙한 9세대 뉴E300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등판' 첫해인 2009년에 1,814대였으나, 지난해에는 6,228대가 팔리면서 2009년 1위(3,098대)였던 BMW 528i를 밀어내고 1위에 등극했다.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숙적' BMW코리아를 전체 판매량에서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BMW528i
E300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차다. 수입자동차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입차를 선호하게 되는 이유로 다수의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안정성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브랜드 파워란 결국 수입차를 타면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뜻한다. 디자인과 안정성은 제품의 품질을 의미한다. E300은 벤츠다. 벤츠는 최상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E300은 성능 면에서 동급 최강이다. V6 3.5리터 엔진에 7단 변속기가 달렸고, 최고 출력은 245마력, 최대 토크는 31.6이다.

안전성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차 스스로 알아서 안전벨트를 조여주고, 선루프를 닫아주고, 에어백을 적당한 세기와 방향으로 터뜨려준다.

E300의 연비는 9.2㎞/L로 배기량에 비하면 합리적인 데다 가격은 엘레강스 모델이 7,000만원 남짓이다. 올해도 E300은 인기다. 10월까지 5,960대가 팔렸다. E300은 2011년에도 라이벌 BMW 528i를 따돌리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벤츠S350 블루텍
수입차 1~4위는 독일차

2011년은 독일차의 해였다. 10월 말 기준으로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가 판매순위 1~4위에 올랐다. 6위를 차지한 미니를 더하면 독일차 5개 브랜드가 상위권을 평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독일 승용차들의 독주가 굳어진 것은 2년 전부터다. 2009년 처음으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으로 이어지는 4강 체제가 이뤄졌다.

독일차의 선전은 자체 브랜드 파워 덕분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들의 부진에 힘입은 결과다. 2005, 2006년에는 도요타의 럭셔리 브랜드가 1위에 올랐고, 2008년에는 혼다가 정상에 섰다. 그러나 올해 순위에서는 렉서스가 7위, 혼다는 10위에 머물렀다.

일본차의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살인적인 엔고로 일본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혼다의 경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CR-V 이후 주목할 만한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렉서스 뉴 제네레이션 G350
2009년까지만 해도 렉서스 ES350은 와 선두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ES350은 판매순위에서 8위까지 곤두박질쳤다. 528i가 두 배 가까운 신장세를 보일 때 ES350은 제자리걸음에 그쳤고 올해는 퇴보 기미마저 보였다.

10월까지 ES350의 판매량은 1,583대로 지난해 2,121대에 한참 못 미쳤다. 전체 수입차 시장의 규모는 전진하고 있는데 렉서스만 '후진기어'를 넣고 있는 모양새다.

렉서스는 부진 탈출을 위해 가격 인하라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기존 고객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리가 없었다.

렉서스는 1억3,430만원이던 LS460의 가격을 1억1,290만원으로 낮췄고, 2억원이 넘던 LS600hL의 가격도 1억원대 후반으로 인하했다. 렉서스에게 2011년은 악몽이었다.

그렇다고 일본차들이 다 죽을 쑨 것은 아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닛산의 큐브는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10월 말 현재 큐브는 1,180대가 팔렸으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던 8월 이후 수요가 급증했다.

폭스바겐 골프 1.4TSI
큐브는 2,000만원대 초반이라는 '가격 접근성'을 내세워 젊은층을 공략했다. 20대 소비자가 80대, 30대 소비자는 147대의 큐브를 구입하는 동안 벤츠는 20대 소비자 4대, 30대 소비자 46대에 그쳤다. 큐브는 독일차 틈바구니에서 일본차의 자존심을 세운 셈이다.

뚝심과 자긍심이 기술력 업그레이드!
● 독일차 선전의 비결은 뭘까

독일차들은 2000년대 중반 한국 수입차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차들을 밀어내고 '독일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올해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판매순위 1, 2위에 오르며 수입차 시장을 양분했다. 양사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42%. BMW와 벤츠를 타보면 그들이 왜 '한국지형'에 강한지 알 수 있다.

뚝심의 BMW코리아

아우디 Q3
크리스 뱅글이 BMW의 수석 디자이너로 처음 영입됐을 때 일이다. 뱅글이 BMW의 '궁둥이'를 디자인하기 전의 이야기다.

BMW의 헬무트 판케 회장이 피아트에서 막 영입한 수석 디자이너에게 BMW를 소개하기로 했다. 판케 회장이 뱅글을 부를 곳은 디자인 연구소나 역사 박물관이 아니라 경주용 서킷이었다.

판케 회장은 뱅글을 조수석에 앉힌 뒤 서킷을 돌기 시작했다. 판케 회장은 카레이서라도 된 양 거칠게 차를 몰았다. 급회전을 하고 급가속을 하고 엄청난 속도로 질주를 이어갔다.

뱅글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결승선에 다다랐을 때 뱅글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판케 회장은 빙긋이 웃었다. "이게 BMW야. 이렇게 디자인해 주게."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다.

BMW(X6 3.0 디젤 포함)를 몰아 보면 절로 뚝심을 느끼게 된다. 코너를 돌 때도 쏠림 현상이 전혀 없다.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도 출렁거림이 없다. 역시 BMW라는 탄성이 절로 난다.

BMW는 2011년 10월까지 2만565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23.39%에 이른다. 당연히 1등이다. 2009년과 지난해에도 BMW는 판매 1위에 올랐다. 2005년과 2006년 렉서스, 2008년 혼다에 1위를 내준 것을 빼면 2003년부터 6차례나 수입차 1위에 등극했다. BMW는 '영원한' 우승후보다.

자긍심의 벤츠

S350 블루텍은 자연에 썩 잘 어울리는 차다. 맑은 공기 속에서 풍요로운 풍광을 즐기는 데 안성맞춤인 차다.

힘 좋고 안정적인 S350 블루텍은 1㎞를 달리는 데 고작 214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만큼 친환경적이다. 연비는 12.6㎞/L.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차종이다. 가솔린 모델이 주를 이루는 이 차종의 생명은 정숙성이다. 물론 디젤엔진을 장착한 S350 블루텍도 정숙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벤츠의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다. 1923년 디젤 트럭을 처음 선보인 이래 90년 동안 벤츠는 디젤엔진 개발에 매달려 왔다. 라이벌 업체들이 가솔린엔진에 만족할 때도 벤츠는 디젤을 포기하지 않았다. 디젤엔진에는 벤츠의 자긍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벤츠가 만든 디젤엔진에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 올해 10월까지 벤츠의 클린 디젤 차종만 3,000대 가까이 팔렸다. GLK와 ML 같은 SUV 차종뿐 아니라 S나 E 같은 세단 차종에서도 디젤의 인기는 높다.

벤츠는 1987년 수입차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이후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벤츠의 자긍심을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 파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수입차 금융 서비스 "진입 장벽 낮췄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 내년 시장 점유율이 9%대 '기대'

올해 들어 수입차들이 다양한 금융 레버리지(자본 대비 부채 비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좀더 부담 없이 수입차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 판매도 크게 늘었다. 올해 10월까지 전체 수입차 판매 중 개인 구매는 4만6,291대였고, 기업체 리스를 포함한 비즈니스 판매는 4만1,637대였다.

수입차에 대한 저변 인식이 확대되면서 차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포르쉐다. 포르쉐는 고성능 자동차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용도가 적다. 그럼에도 올해 포르쉐는 10월 말까지 1,096대가 팔렸다. 포르쉐의 연간 판매 대수가 1,000대를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포르쉐는 2009년에 402대, 지난해 705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포르쉐 박스터의 가격은 1억570만원.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내년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9%를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판매 대수로는 올해의 10만 대를 뛰어넘어 12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4%로 전년 대비 2%나 떨어졌다. 수입차가 그만큼 경기에 민감하다는 증거다. 내년에도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수입차 시장의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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