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들은 성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다른 여성에게 끌리는 여성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여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인다.

한국 사회에서 레즈비언은 음성적이다. 지난 1996년 SBS의 '송지나의 취재파일'을 통해 전해성 이해솔 등 다수의 레즈비언이 커밍아웃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커밍아웃은 다른 레즈비언들의 커밍아웃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직까지 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어서다.

제대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활동할 수 없게 하는 현실과는 달리, 인터넷은 레즈비언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다음 네이버 등 여러 포털 사이트들에 레즈비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티지넷이나 미유넷은 레즈비언들을 위한 사이트로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게이와 달리 활동영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게이는 종로3가나 이태원 등에서 주로 모인다고 알려진 반면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유명한 특정 장소가 없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레즈비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전용 카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한 카페. 카페 입구에는 레즈비언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과 여성의 힘을 상징하는 그림과 문제 사진들이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이곳은 남성의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금남의 지역'이다. 성적 소수자들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다. 그러나 사전에 양해를 구해 놓은 상태. 당당히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여느 카페와 다름없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내부를 둘러보니 여성들 사이로 남자가 눈에 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니 남자가 아니다.

레즈비언은 여자의 역할을 하는 '팸'과 남자의 역할을 하는 '부치'로 나뉘어 있는데 부치들은 남자처럼 짧은 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하나같이 원래 사이즈보다 한 치수 큰 헐렁한 옷을 입고 있었고, 압박붕대를 감았는지 가슴의 볼륨이 전혀 없었다.

테이블에는 여성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시거나 서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도 눈에 띄었다. 물론 따로 무대가 마련돼 있는 건 아니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공간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곳 여성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않았다. 서로 끌어안는가 하면 입을 맞추는 등 애정행각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었다. 스스로를 이곳 단골이라고 밝힌 한모씨는 "한국은 사회적으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안 좋은 게 사실"이라며 "평소엔 사람들 시선 때문에 포옹은커녕 손도 못 잡는데 그 한을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학생 4명은 대학 동성애자 동호회의 일원으로 평소 레즈비언 카페 등에서 만나 근황을 주고받기도 한다.

대학에 동성애 동호회가 있다는 점이 다소 낯설긴 하지만 그에 따르면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성애 동아리만 무려 4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레즈비언 카페마다 분위기도 천양지차라고 했다. 농도 짙은 스킨십이 오가는 곳도 있다. 이곳은 비교적 분위기가 건전해(?) 즐겨 찾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밖에 이곳을 '인연 만들기'의 장으로 활용하는 이도 있었다. 일부 여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쪽지를 전달하는 등 구애에 열을 올렸다. 다른 테이블에 합석해 적극적으로 '작업'을 벌이는 이도 있었다.

이곳에서 구애 활동을 벌이던 최모(24ㆍ여)씨는 "같이 온 친구 두 명도 여기서 애인을 만들었는데 그것에 자극 받아 종종 이곳에 들른다"며 "언젠간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이곳을 찾는 부류는 다양했다. 그러나 이들이 여기에 모여드는 이유는 하나다. 성적 소수자로서 햇빛 아래서 당당히 연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모(25)씨는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건 없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선 동성애자가 정신병 환자로 취급되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때 남자친구를 사귀는 등 '일반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었다"며 "병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모(22)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커밍아웃하는 순간부터 가정과 친구는 물론 직장에서까지 따돌림을 받게 된다"며 "당연히 숨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레즈비언들이 떳떳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숫자의 레즈비언이 있는지 통계조차 없는 이유다.

레즈비언들이 스스로와 동료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개소되면서 국내 레즈비언 인권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인력부족이나 재정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레즈비언들의 인권운동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고 당당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그날은 대체 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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