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정기인사가 갈무리돼 가는 요즘, 재계의 화두는 단연 '오너 3세'다. 할아버지-아버지에 이어 '바통'을 쥔 오너 3세들이 최근 들어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세대인 창업세대가 맨땅에서 일어나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2세대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면, 3세대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기업인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오너 3세들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통해 향후 10년 내에 한국 경제계를 떠받치는 기업을 이끌어가야 하고, 안팎의 여러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요즘 오너 3세들은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뒤 미국 등에서 MBA 과정을 이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학업이 끝나면 부친의 회사에 입사해 실무능력을 착실하게 쌓은 뒤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는다.

오너 3세들의 전면 등장과 관련, 비머스앤컴퍼니의 김현순 수석 컨설턴트는 "주요 기업들의 경우 오너 1세에서 2세로 경영권이 승계될 때 전문성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며 "오너들이 후계 구도 확립을 서두르는 데는 부유세가 도입되기 전에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컨설턴트는 이어 "주요 기업들이 정기인사에서 임원들의 평균연령을 낮춘 것도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으로 나서는 데 길을 터주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후계구도 정한 삼성 현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세 자녀인 이재용(43)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41) 호텔신라ㆍ에버랜드 사장, 이서현(38)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최근 들어 외연을 크게 넓혀가고 있는 이재용 사장은 사실상 삼성그룹과 그룹의 '대표선수'인 삼성전자를 맡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올랐고, 애플과의 국제 소송 문제 등도 전면에서 지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41) 부회장으로 일찌감치 후계 구도가 결정됐다. 정 부회장 위로 누나 3명이 있지만 정성이 이노션 고문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약은 없다.

199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정 부회장은 자재본부 구매실장(이사), 상무(2001년), 전무(2002년), 부사장(2003년)에 이어 2009년 부회장에 올라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세 경영이 한창인 SK, '유일한' 3세는 최성환

SK그룹에서는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과 그의 동생인 고 최종현 명예회장의 2세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특히 최종현 명예회장의 아들들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쌍두마차 체제를 이루고 있다.

최종건 회장의 차남은 최신원 SKC 회장이고, 막내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다. SK그룹 오너 3세 중에는 최신원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31) SKC 전략기획실 부장이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장수업 중시하는 범LG가

LG그룹은 오너 직계라고 해서 무조건 승진시키지는 않는다. 착실하게 현장수업을 받게 하는 게 LG가(家)의 전통이다. 이는 LG뿐 아니라 LIG, LS, GS 등 범LG가 모두에 해당된다.

구본무 LG그룹의 뒤는 구광모(33) LG전자 차장이 이을 듯 하다. 딸만 둘인 구 회장은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차장을 양자로 입적했다. 구 차장이 차기 '대권'에 근접해 있기는 하지만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수업'을 더 받아야 할 것 같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LIG그룹에서는 구본상(41) LIGㆍLIG넥스원 부회장이 눈에 띈다. 구 부회장은 구자원 LIG 회장의 장남이자, 고 구철회 LG 고문의 손자다.

LG그룹의 3세 중에는 구본웅(32) 하버퍼시픽캐피털 대표와 구본혁(34) LS니꼬동제련 이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구본웅 대표는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장남이고, 구본혁 이사는 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의 장남이다.

G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공동 창업주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자손들이 이끌고 있다. GS그룹은 3세를 넘어 4세가 경영 일선에 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33) GS건설 재무팀장은 연말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을 채비에 들어갔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42) 전무는 2년 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정용진-정유경 투 톱 체제의 신세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43)씨는 부회장, 딸인 정유경(39)씨는 부사장이다. 신세계그룹으로만 보면 정 부회장이나 정 부사장이 2세이지만,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부터 따지면 3세가 된다.

특히 정 부회장은 2009년 12월 총괄대표이사에 올라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 14조5,570억원, 영업이익 9,927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각각 14.3%와 8%의 신장세를 보였다.

3세 경영 준비 중인 한화, 4세 경영 돌입한 두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 정몽구 회장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28)씨가 경영수업에 한창이다. 고 김종희 창업주-김승연 회장의 대를 잇는 김동관 차장은 한화그룹 회장실에 속해 있으며 김 회장과 호흡을 함께한다.

두산그룹은 '원자 돌림'들이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박정원(49)씨와 박지원(46)씨는 각각 두산건설 회장, 두산중공업 사장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 밖에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두 아들인 박진원(43) 인프라코어 부사장과 박석원(40) 중공업 엔진 상무, 박용현 두산 회장의 세 아들인 박태원(42) 건설 부사장, 박형원(41) 인프라코어 상무, 박인원(38) 중공업 상무 등도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금호, 효성, 현대그룹, 동부도 3세 경영 뿌리 안착 중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36)씨는 금호타이어 국내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고 박정구 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씨(부장)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씨(상무)는 금호석유화학에서 일하고 있다.

(좌부터)최성환 SKC 부장, 구광모 LG전자 차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3) 사장은 무역PG장 겸 섬유PG장이다. 둘째인 조현문(42) 부사장은 중공업PG장을, 셋째인 조현상(40) 전무는 산업자재 PG장을 맡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34)씨는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39)씨는 회장이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35)씨는 동부제철 차장으로, 최근 들어 계열사를 두로 돌며 현장감각을 익히고 있다.

■ 사위들도 전방위 약진… 회사지분은 아직 미미

오너 3세들과 함께 재벌 총수들의 사위들도 약진하고 있다. 사위들의 약진은 오너 3세들의 기반 강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43) 삼성전기 전무는 지난주 정기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임 부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이다.

(좌부터)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19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임 부사장은 3년 뒤 이 사장과 결혼했고, 곧바로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났다. 삼성전자 미주본부 전략팀,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보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은 임 부사장은 전무 승진 2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43)씨는 정기인사를 통해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사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사위인 문성욱(39) 이마트 부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신설된 이마트 해외사업총괄을 맡게 됐다. 정유경 부사장의 남편인 문 부사장은 신세계 I&C에서 이마트로 옮기면서 중국 사업을 관장해 왔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부사장도 얼마 전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사장은 2001년 이 대통령의 셋째딸인 이수연씨와 결혼했다.

이처럼 재벌 총수의 사위들은 대부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재벌가의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혹독한 경영수업을 통해 진정한 경영자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재벌가의 사위로서 누리는 권리만큼 시련도 크다.

정몽구 회장의 둘째사위인 정태영(51)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 4월 고객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 정 사장은 결국 지난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동양그룹 두 사위의 시련은 더하다. 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맏사위인 현재현(62) 동양그룹 회장은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고, 둘째사위인 담철곤(56) 오리온 그룹 회장은 160억원 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구속됐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안용찬(59) 그룹 부회장도 제주항공의 5년째 적자로 골치가 아프다. 정통 경영자 코스를 밟은 안 부회장은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맡고 있다.

또 사위들이 전문경영인으로 활약하는 사례는 흔하지만 회사의 지분을 소유한 경우는 많지 않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의 사위인 임우재 부사장이나, 김재열 사장에게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없다. 반면 임 부사장의 아내인 이부진 사장은 에버랜드(8.37%), 삼성석유화학(33.19%), 삼성SDS(4.18%), 삼성자산운용(5.13%), 김재열 사장의 아내인 이서현 부사장은 에버랜드(8.37%), 삼성SDS(4.18%), 삼성자산운용(2.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막냇사위인 신성재(43)씨는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역시 지분은 갖고 있지 않다. 정태영 사장도 회사 지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룹 전체로 볼 때는 사위들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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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