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이남희(19‧가명)군은 요즘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 수시 전형에 합격한 친구는 그 나름대로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영어학원을 시작으로 운전면허학원, 기타 교습소 등 배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고3 시절 내내 찌운 살들과의 한판 전쟁을 위해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집에 돌아와도 일과가 끝난 게 아니다. 영어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복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고3생들이 이군 같은 건 아니다. 아무런 목표 의식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가 하면, 수능이라는 ‘‘큰 짐’을 덜어낸 해방감에 일탈행위를 일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고3 학급 담임을 맡고 있다는 한 교사는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수능 전후에 완전히 달라진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술 냄새를 풍기며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 교사는 “일부 학생들은 버젓이 교내에서, 심지어는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이나 고등학교 홈페이지에는 고3들과 관련된 민원도 잇따른다. 한 민원인은 “ㅇㅇ고 3학년생들 왜 학교 안 가느냐”며 “집 앞에서 담배 피우고 침 뱉고 난리를 벌이는 통에 죽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밤만 되면 집 근처 공원에서 술판을 벌이는 통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정도”라며 “고3 학생들의 지도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수능을 끝낸 일부 고3학생들의 일탈 행위는 유흥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서울 도심 일대 유흥가에는 앳된 얼굴을 한 ‘술꾼’들이 넘쳐난다. 아예 술집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울 신촌의 한 술집에서 만난 이희범(19‧가명)군은 “밤새 술을 마시고 해 떨어지면 다시 마시기를 며칠째 반복하고 있다”며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놀아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군의 친구인 문정선(19ㆍ가명)군은 자신들이 ‘술독’에 빠져 사는 게 끊임없는 주변의 유혹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문군은 “술자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워낙 자리가 많다”며 “친구들, 예비 대학동기들이나 선배들이 하루걸러 불러내는데 빠지면 잘못 어울릴 것 같아서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청소년유해업소 출입제한 나이가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여서 이들은 자유롭게 술집을 드나들 수 있다. 19세가 되지 않은 친구들도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신분증 검사가 허술하거나 아예 검사를 하지 않는 곳만을 찾는다.

합동단속이 있거나 술집 가기가 여의치 않은 날에는 길거리나 시내 공원 등지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문제는 다수의 고3 학생들이 지금까지 술을 마셔보지 못해 자신의 정확한 주량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거푸 술을 들이키다 정신을 잃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문군의 경우도 최근 기억을 잃고 집에 들어간 날만 연 사흘째다. 그 동안 가방 등 소지품을 잃어버린 적도 있었고 취객과 시비가 붙어 싸움으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나이트클럽에서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고3 학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은 처음 만난 이성과의 부킹도 마다하지 않으며 처음 맛본 ‘어른들의 세계’에 흠뻑 빠져 있다.

이곳에서 만난 신현호(19‧가명)군은 “오래 전부터 별러 온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며 “대학교 입학 전까지 종종 들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업소의 웨이터 김우진(24ㆍ가명)씨는 “최근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며 “애들한테는 새로운 세계인데 얼마나 와보고 싶었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여자들한테는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여학생들이 더 많이 온다”며 “마실 줄도 모르는 술 마셨다가 ‘곤죽’이 돼서 모르는 남자한테 업혀 가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PC방도 수능을 끝낸 고3학생들의 아지트다.

김승래(19‧가명)군은 예전부터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었지만 대입시험이 끝난 뒤로는 아예 PC방에서 살고 있다. 김군은 “친구들이랑 와서 정액권 끊어놓고 밤새 게임을 한다”며 “숙식은 모두 이곳에서 해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 PC방 업주는 “매년 수능 직후부터 2월 중순까지는 고3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삐 풀린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부모로부터의 별다른 제재는 없다. 수험생 신분으로 한 해 동안 고생한 점을 감안, 이들의 일탈을 어느 정도 허용해 주는 분위기다.

고3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지난 1년 동안 수능을 준비하면서 고생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냥 꾸중할 수도 없는 노릇”며 “앞으로 대학 가고 직장 생활하고 평생 이렇게 쉴 일이 없으니 마지막 방학을 주는 셈 치고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나 교육당국도 고3 학생들의 일탈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사는 “대입이 마무리되고 최근 졸업시즌까지 겹치면서 예비대학생들의 일탈수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술집의 경우는 나이제한에 걸리지 않아 학생들의 음주를 막을 방법은 없고, 사각지대서 벌어지는 일탈행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수많은 고3 학생들이 방탕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수능이 끝났다고 해서 인생이 함께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종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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