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화가 전하는 희망의 봄 2011 교향악축제' 공연이 시작되기 전 협력업체 대표이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환갑(還甲).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가 합쳐져 60갑자(甲子)가 되므로 태어난 간지(干支)의 해가 다시 돌아왔음을 뜻하는 단어다. 과거 평균 수명이 60세보다 훨씬 적었을 무렵에는 장수를 축하하기 위해 잔치까지 벌였지만 평균 수명이 훨씬 늘어난 지금에는 크게 의미가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환갑을 맞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반추하고 이후 계획을 재점검하는 등 인생의 2막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올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환갑을 맞는 해다. 또한 공교롭게도 한화그룹이 6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나라의 재목이 태어난다는 임진년 흑룡의 해에 태어난 김 회장과 한화그룹은 2012년 어떤 2막을 펼쳐나갈까? 1981년 한국화약그룹(한화그룹 전신) 설립자인 고 김종희 회장이 타계하고 29세의 나이로 총수가 된 뒤, 한화그룹을 10대 그룹으로 이끌어온 김 회장의 환갑 이후가 기대된다.

신변 불안 속 착실한 성장

김승연 회장의 2011년은 다소 우울하게 시작됐다. 연초부터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되며 법정에 서는 굴욕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죄목 또한 업무상 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등 그룹의 총수로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되는 것들이었다.

당시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1,918억원의 업무상 횡령과 2,394억원의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23여억원,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한화 측에 4,31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김 회장 측이 382개의 차명계좌와 13개 위장계열사를 통해 모두 1,077억원의 비자금을 운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김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 및 구조조정 작업을 배임으로 보고 있지만 김 회장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첫 공판 때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비자금의 명칭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회장의 경우 올해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신변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사업 측면에서 김 회장의 도전정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경기도 가평 인재경영원에서 계열사 CEO 등 임직원 300여 명을 모아놓고 핵심가치 선포식을 열었다. 그동안 그룹의 기업정신이었던 '신용과 의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전•헌신•정도'를 핵심가치로 삼고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핵심가치인 '도전'은 틀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최고를 추구한다는 의미이며, '헌신'은 회사 고객 동료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큰 목표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또한, '정도'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원칙에 따라 바르고,공정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선포 이후 김 회장은 자신이 내건 핵심가치들에 걸맞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태양광 사업에 도전하고 '공생발전 7대 종합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지는 등 자신의 화두에 몸으로 답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래먹거리, 태양광 사업

김회장의 둘째아들
한국화약을 모태로 성장한 한화의 그룹 사업은 얼마 전까지 제조와 보험으로 이분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둘 다 성장 한계가 뚜렷한 내수사업인 탓에 김승연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눈을 돌렸다. 바로 태양광 사업이다. 김 회장의 강한 의지로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한화솔라원의 웨이퍼•셀•모듈, 한화솔라에너지의 태양광 발전이라는 완전한 수직계열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 1월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30MW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 판매하며 시작됐다. 그 해 8월 한화케미칼은 세계 4위 규모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가운데 49.9%를 인수했다.

인수 후 회사 명칭을 '한화솔라원'으로 변경한 김 회장은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했다. 현재 한화솔라원은 4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태양전지 셀은 1.3GW, 모듈은 1.5GW 수준으로 확대됐다. 중국 난퉁시와 난퉁경제기술개발지구에서 2단계에 걸쳐 2GW 규모의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설비를 만들 계획이다.

김 회장은 또한 지난해 4월 국내외 태양광발전 사업을 전담하기 위한 기업으로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다. 한화솔라에너지는 북미, 유럽 등에서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유망 업체의 인수 합병 및 지분투자도 검토 중이다. 2015년까지 보유사업 규모를 1GW 이상 늘리고 연간 100MW 이상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라에너지가 설립될 무렵 한화케미칼은 연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2013년 하반기에 가동을 시작해 2014년부터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난해 여름 프로야구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아 한화 가르시아를 격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룹 신사업으로서 김 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쏟는 열정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금융위기 등으로 다른 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김 회장만이 뚝심있게 밀고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또 하나의 화두, 공생발전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와 5월의 핵심가치 선포식, 10월의 창립기념식 연설에서도 태양광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아예 그룹의 방향을 잡아놓은 상태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0월 상생, 친환경, 복지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한화 공생발전 7대 종합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공생발전 모델의 핵심 테마를 상생•친환경•복지 분야로 나눈 김 회장은 중소기업형 사업 철수, 협력업체 지원, 친환경 사회공헌사업 확대, 사회복지재단 설립 등의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계열사 수를 축소, 대기업형 핵심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결정했고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동반성장펀드를 통한 자금지원, IT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기회 제공 확대 등을 계획했다.

올 내실 다지는데 집중

이 같은 계획에 따라 김 회장은 지난달 10개 계열사와 952개 협력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공정거래 및 상생 협약식'을 체결했다.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지원 확대 및 하도급 대금 지급 조건 개선, 협력사 기술지원 확대,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및 교육 지원 확대 등 실질적으로 협력업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이런 노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익공유제 등 정부에서 추진했던 것과는 방향이 다르지만 계열사, 협력업체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자신이 태어난 임진년 새해를 맞았음에도 김승연 회장은 올해 살짝 몸을 사릴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이익 증대에 올인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 김 회장은 지난해 투자액인 1조8,000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2조원 내외의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왔던 태양광 사업도 기존의 투자는 유지하되 업황 부진을 고려한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일단 올해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연산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유지하겠지만 그 외의 투자는 최소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금융 회장실 차장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태양광 사업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차이나를 중심으로 중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남미, 아프리카 등에 글로벌 시장개척단을 파견, 신시장 개척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자녀 교육 엄격… 장남 혹독한 트레이닝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리는 것 같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그룹 회장실 차장이 지난해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에 임명되는 것을 지켜본 그룹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화그룹의 3세경영 선두자리에 서있으면서도 다른 그룹의 오너 2~3세와는 사뭇 다른 김 차장의 행보가 그런 해석을 자아냈다.

김 차장은 2010년 1월 그룹 회장실로 입사한 후 줄곧 아버지 김 회장 아래에서 경영수업을 해왔다. 입사 이후 김 회장의 해외출장을 직접 수행하며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받은 김 차장은 지난해 5월 한화그룹이 '도전•헌신•정도'를 새로운 그룹 핵심가치로 선포한 자리에 같이 오르는 등 자신의 지위를 굳건히 해왔다. 특히, 이번에 기획실장을 맡은 한화 솔라원이 주도하는 태양광 사업은 보고를 직접 챙기고 투자결정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해왔다.

정 차장이 올해 초 예정된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터라 일각에서는 경영일선에 내보내 차곡차곡 수업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눈에 보이는 승진과 교육을 위해서라기에는 새롭게 부여받은 임무가 너무 혹독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 차장이 기획실장에 임명된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웨이퍼와 모듈의 판가 등락으로 지난해 3분기에 무려 5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관계자들은 업황 회복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회장이 후계자를 경영난이 심한 현장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고 김종희 전 회장의 별세로 29세 때부터 그룹을 책임져오면서 몸으로 얻은 경험을 물려주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차장 또한 올해 29세가 됐다.

김회장 야구팀에 남다른 애정… 김태균 적극 영입
요즘 한화 이글스 팬들은 가슴이 설렌다. 거물급 선수들의 영입으로 올해 가을야구를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가장 알차게 보낸 구단 중 하나다. LG트윈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난 송신영을 영입했고,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을 15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연봉으로 데려왔다. 메이저리그 124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영입도 큰 성과다.

김태균의 가세로 한화의 공격력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한화는 김태균이 빠진 지난 2년간 빈약한 공격력에 허덕였다. 2년간 팀 타율이 2할4푼6리로 8개 구단 중 최하위였고 경기당 평균 득점도 4.2점으로 넥센(4.1점) 다음으로 적었다. 홈런도 2년간 197개로 넥센(166개)과 함께 최하위급이었다. 2001년부터 9년간 통산 1,031경기에서 3할1푼 188홈런 701타점을 기록한 김태균이 복귀한다면 장성호, 최진행과 함께 남부럽지 않은 중심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송신영과 박찬호의 영입으로 투수력도 한결 강해졌다. 롱릴리프에서 마무리까지 소화 가능한 송신영은 허약한 한화의 불펜을 강하게 할 예정이고 여전히 140km를 넘나드는 직구와 경험이 있는 박찬호는 선발 10승설까지 나오고 있다.

한화의 팬들은 알찬 선수영입이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어지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일단 4강에만 진출한다면 막강 에이스 류현진을 이용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 팬들에게 희망을 준 선수 영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작품이다. 김 회장은 최근 2~3년 동안 최하위권을 맴돌며 침체돼 있는 한화이글스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한 달간 23경기에서 6승 16패 1무 승률 0.273을 기록하며 꼴찌에 머무르자 사장, 단장을 모두 경질한 것과 2군 전용구장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김 회장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2003년 이후 8년 만에 직접 야구장을 찾은 것도 구단주로서 팀의 부흥을 책임지려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팬들이 "김태균을 잡아 달라"고 외치자 김 회장이 "김태균을 반드시 잡아오겠다"라고 공언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김 회장의 방문 이후 한화는 선전을 거듭하며 최종순위 6위를 차지, 2012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화에 핵심전력을 선물한 김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성과로 돌아올 지 프로야구 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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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