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파 분열 소문에 부산 주먹들 전국시대 예고

2010년 4월, 공갈 등의 혐의로 공개수배된 전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의 두목 이강환씨가 휠체어를 탄 채 부산 연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이씨는 시민의 제보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해 거액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2년 간 검찰 조사를 받아온 칠성파 두목 이강환(67)씨가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지검 강력부(유혁 부장검사)는 새해를 이틀 앞두고 이씨의 공갈과 폭행교사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협박 혐의는 공소권 없음 결정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씨는 2005년 6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부동산 개발업자 A씨를 위협해 투자금 회수 명목 등으로 13차례에 걸쳐 3억9,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씨는 또 조직원을 시켜 A씨를 폭행하고, 2008년 3월 수사기관에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한 혐의로 지난해 4월 6일 경찰에 전격 체포된 바 있다.

경쟁조폭, 칠성파 아성 위협

이씨는 전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를 이끄는 보스이자 막대한 부를 일군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검찰 수사라는 무거운 짐을 털어내자 부산 지역 일부에서는 "이씨가 조직 재정비와 더불어 부산지역 주먹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은 그동안 검찰조사 등에 부담을 느낀 이씨가 다른 조직의 세력 확장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조폭 전국시대'가 도래한 형국이다. 이씨의 충성스러운 부하였던 중간 보스들이 칠성파에서 나와 새로 만든 조직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20세기파'와 '학이파' 등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칠성파와 충돌하고 있다고 한다.

모 호화 결혼식장에서의 경찰관 폭행 사건 등 최근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조폭 관련 사건은 부산지역의 주먹계에 이상조짐이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칠성파는 유사 칠성파의 등장으로 지금은 칠성파 조직원들조차 누가 진짜 칠성파인지 혼란스러운 지경이라고 한다.

주먹계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조직은 유사 칠성파로 세를 키운 뒤 조직 명칭을 바꾸기도 한다. 예컨대 칠성파의 족보를 도용해 그럴 듯한 조직으로 포장해 조직원을 끌어 모은 뒤 조직원이 모이면 독자 행보를 모색하는 식이다.

이씨가 다시 부산 조폭 평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물론 일부에서는 아직 "요주의 인물로 사정기관에 찍힌 이씨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씨가 사실상 주먹 세계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현재 칠성파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씨 수사 검찰 무혐의 왜?

이씨가 무혐의로 풀려나면서 조직폭력배들 사이에서는 "이미 결론이 정해진 뻔한 수사"라는 말이 나돈다. 조폭 동향에 정통한 한 경찰관은 이씨의 검찰 수사에 대해 "애초 피해자가 없는 사건인데 수사기관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씨가 검찰에 붙잡힐 때부터 "이씨는 수개월 조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 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검찰 수사가 오히려 조폭들을 활개 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칠성파가 그동안 부산 주먹세계를 장악해 오면서 나름의 질서가 유지됐는데, 이씨의 체포로 칠성파가 주춤하자 다른 조직들이 세를 키우기 위해 이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혼탁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씨가 체포된 이후 부산지역 조폭들은 칠성파의 영역을 슬슬 넘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칠성파와 다른 조직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칠성파가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산업 등 합법적인 사업에 손을 대면서 굴리는 자금이나 영향력 면에서 세력이 더 커졌다는 게 조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희비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이씨를 풀어준 시기가 미묘하다는 말도 나온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이씨가 혐의를 벗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씨는 성인오락실 뿐 아니라 여러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며 "이씨는 여러 이권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ㆍ관계에 로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씨의 자금이 정치권에 흘러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씨의 서울행이 잦은 것을 두고 정치권 접촉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한달에 한 두 번씩 서울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강남의 한 호텔에 자신의 전용 룸을 두고 서울을 찾을 때면 거의 그곳에서 머문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워낙 은밀해 서울이든 부산이든 동선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그가 서울을 방문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조폭의 움직임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주시해 오고 있었으나 눈에 띄는 갈취, 사기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조무라기 외에 보스급은 형사처벌로 엮어 넣기가 쉽지 않다"며 "오락실 자금과 사채 자금 등으로 경제력을 갖춘 조직들은 정치권 등 권력층과도 밀월관계를 갖기 때문에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칠성파 같은 거대 조직의 경우 검찰 내에도 비호세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 말하자면 조폭 장학생인데, 부산지역 역시 조폭에 포섭된 검찰 경찰이 있다고 들었다. 물론 극소수라고 믿고 싶지만 그 실체를 누가 알겠나. 서울에도 조폭 보스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판·검사들이 있다"고 씁쓸해 했다.

조폭과의 전쟁 '…ing'
'용청회파' 11명 구속, 29명 불구속 입건

경기도 용인 일대 택지개발사업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유흥업소 등을 상대로 금품을 뜯어온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근 용인지역 폭력조직'용청회파' 두목 김모(43)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08년 4월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된 시설물의 보상을 요구하며, 조직원 30여명을 동원해 택지조성공사를 중단시킨 혐의다.

이들은 또 유흥업소와 보도방 업주 등에게 술값 갈취, 채무 면제 등의 수법으로 20회에 걸쳐 1억5,000만원을 빼앗고, 도박장을 운영해 1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08년 9월 자신들이 운영하는 불법오락실을 신고한 김모(31)씨를 보복 폭행하고, 탈퇴한 조직원 1명을 야산으로 끌고가 골프채 등으로 집단 폭행해 전치 16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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