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좌), 김택진
2012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2011년은 금융위기, 일본지진 등 굵직한 외부요인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까지 크게 요동쳤던 한 해였다. 상당수 주식 부호들의 주식지분가치가 크게 감소했지만 혼란을 틈타 재산을 불린 이들도 많았다.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가 자제들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부자 대열에 오른 젊은 벤처사업가들이 약진을 거듭해 눈길을 끌었다. 여성 부호, 유명인 부호 등 이색 부호들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자수성가형 부자
'게임업계 황제' 김정주 주식 대박 1위 올라

젊은 부자들이 되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은 역시 재산상속이다. 그러나 자수성가형 젊은 부호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대부분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약관인 20대 나이에 벤처기업을 차려 10여 년 만에 자신의 힘으로 신흥 갑부 대열에 올라섰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재벌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젊은 부호에 오른 상위 100명 중 재벌가 출신이 아닌 자수성가 부자는 역대 가장 많은 숫자인 19명을 기록, 전년의 10명에 비해 무려 9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불어닥친 유럽발 금융위기로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쳤음에도 오히려 자수성가형 젊은 부호들은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자수성가형 젊은 부자 1위에 오른 것은 ‘게임업계의 황제’로 불리는 김정주 NXC(옛 넥슨) 회장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김 회장의 상장사 보유주식 가치는 2조430억원에 달해 전체 주식부호 중에서도 5위에 랭크됐다. 김 회장의 약진은 NXC 계열의 넥슨재팬이 일본 증시에 상장한 덕분이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48.5%)로 있는 NXC가 54.45%(2억3,163만1,400주)의 지분을 보유한 넥슨재팬의 주가는 지난해 말 종가 기준으로 1천107엔(1만6,410원)을 기록했다.

(좌부터)정의선, 이재용, 정용진
젊은 부호 2위는 ‘리니지 신화’를 만든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차지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1조원대 벤처부호 시대를 연 김 사장은 2010년 말보다 지분가치가 47.5%나 상승한 1조6,624억원을 기록했다. 지분가치가 대폭 올라가면서 김 사장 또한 전체 주식부호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최고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NHN 이사회의장의 지분가치는 전년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2010년 말 5,074억원이었던 이 의장의 지분가치는 7.0% 줄어든 4,71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게임 ‘미르의 전설’을 만든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이사는 전년대비 146.3%나 늘어난 3,428억원의 지분가치를 기록하며 갑부대열에 올랐다.

그 밖에 부친과 함께 스크린골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골프존을 만든 김원일 대표이사(2,616억원), 이재웅 전 다음 대표(2,506억원), 김병관 웹젠 대표이사(1,506억원),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1,412억원), 송병준 게임빌 사장(1,286억원) 등이 1천억원대 자수성가 젊은 부호로 등극했다.

재벌가 젊은 부자들
정의선 주식 2조7000억원… 2년 연속 1위

아무리 그래도 젊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야 한다?

이명희(좌), 홍라희
재벌닷컴이 만 45세 미만의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평가한 결과 젊은 부호 중 대다수가 재벌가 출신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지분가치를 지닌 재벌가 자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총 2조7,676억원의 주식을 보유, 지난해에 이어 젊은 부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하락장에도 불구,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 기아자동차 등의 약진으로 2010년 2조1,317억원에서 무려 29.8%나 증가했다. 재계 1, 2위를 다투는 그룹의 3세로 정 부회장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2010년 말보다 11.5% 늘어난 8,891억원의 주식을 보유, 젊은부호 5위에 랭크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보다 소폭(-6.1%) 감소한 1조2,031억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2006년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지분 상당수를 증여받은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세계의 주가가 반토막 난 영향을 받았다. 구본무 LG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차장도 지분가치가 대폭 줄어들었다. 전해에 비해 2,054억이 깎인 5,309억원의 지분가치를 지닌 구 차장은 젊은 부호 9위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형제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사장은 각각 8,410억원, 4,020억원의 지분가치로 7위, 14위에 올랐다. 두 형제는 2010년 말에 비해 무려 22.3%, 33.3%의 지분가치 상승을 경험했다. 한국타이어 형제인 조현식 사장, 조현범 부사장도 2010년 말에 비해 각각 42.5%, 42.8% 늘어난 3,990억원, 4,971억원의 지분가치로 15, 11위에 올랐다.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보는 대주주로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주가상승으로 5,094억원을 기록했다. 2,750억원이었던 2010년 말에 비해 무려 85.3%나 급증했다.

이수만(좌), 양현석
그 밖에 김준기 동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차장이 5,708억원으로 8위, 장영진 영풍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씨가 3,569억원으로 17위, 조석래 효성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1,807억원으로 27위를 차지했다.

주목받는 여성부자
이명희·홍라희 재산 1·2위… 유정현 새로 부상

주식 부호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재벌닷컴이 조사한 1천억원 이상의 지분가치를 지닌 179명의 부호 중에는 여성들 또한 16명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 재산이 가장 많은 여성 부자 1, 2위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5녀이고 홍 전 관장은 셋째 며느리로 공교롭게도 삼성가의 시누이와 올케가 여성 주식 부호 1, 2위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 회장의 지분가치는 1조7,681억원으로 2010년 말 2조83억원보다 12%나 감소했다. 반면 홍 전 관장은 1조278억원에서 1조1,459억원으로 11.5% 늘어나 두 사람의 재산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회장과 홍 전 관장은 각각 전체 주식부호 8위, 14위에 올랐다.

김준일
최태원 SK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가 전년대비 34.2% 증가한 6,143억원으로 4위에 올랐고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자의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은 75.5%나 늘어난 5,868억원으로 5위에 랭크됐다. 줄곧 3위 자리를 지켜왔던 구본무 LG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는 6위로 떨어졌다. 대주주로 있는 LG그룹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에 기인했다. 마찬가지로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훤미씨와 장녀인 구연경씨의 지분가치도 전년대비 23.1%, 27.8% 감소했다.

새롭게 떠오른 여성 부호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유정현 NXC 이사다. 김정주 NXC 회장의 부인인 유 이사는 개인 재산이 8,762억원으로 이명희 회장, 홍라희 전 관장에 이어 여성 부호 3위에 올랐다. 재벌가 출신이 아닌 여성 부호로는 가장 재산이 많은 셈이다. NXC 계열의 넥슨재팬이 상장하면서 김정주 회장과 함께 지분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그 밖에 이명희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2,598억원으로 7위,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 씨가 2,458억원으로 8위,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1,932억원으로 9위에 올랐다.

연예인 주식부자
이수만·양현석1천억원대 주식 갑부

지난해는 한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대 연예계 주식 갑부가 2명이나 탄생했다.

(좌부터)구본준, 김승연, 허창수
가수 출신 연예기획자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 출신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유명 아이돌 보컬그룹을 앞세워 전 세계적인 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이 회장의 지분가치는 2010년 말 683억원에서 1,847억원으로 1년 동안 170.4%나 증가했다. 이 회장은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4.39%(404만1,465주)를 보유하고 있다.

빅뱅, 2NE1 등 실력파 아이돌 그룹을 거느리고 있는 양 대표이사의 지난해 지분가치는 2010년 말 607억원에서 116.5%나 증가한 1,314억원으로 조사됐다. 아이돌 가수에서 연예기획자로 변신한 양 대표이사는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 35.79%(178만4,777주)를 지니고 있다.

한편, 정계진출 여부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도 지난해 대박 난 주식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대주주로 있는 안철수 연구소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안 원장의 지분가치 또한 705억원에서 5,171억원으로 633.5%라는 어마어마한 증가율을 보였다. 안 원장이 보유 지분의 절반을 사회재단에 기부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2,500억원대의 주식부자로 남을 예정이다.

1조원 클럽
작년보다 3명 늘어 총 17명

상장사 주식을 1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부호들의 수가 늘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1조원 이상의 지분가치를 기록한 주식부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총 1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에 비해 3명이 증가했다.

1, 2위를 달리는 이 회장과 정 회장의 주식지분 가치는 2010년 말과 비교해 각각 4.1%, 0.5% 감소했다. 이 회장의 경우 삼성전자의 주가가 100만원대에 안착하는 등 상승세를 보인 반면,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크게 하락했다. 그 결과 2010년 말 9조1,690억원이었던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 8조7,92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정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의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천억원대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정몽구 재단(구 해비치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면서 총 지분가치는 줄어들었다.

재계 3위를 달리는 SK그룹의 총수 최태원 회장은 2010년 말에 비해 14.5% 늘어난 2조2,255억원의 주식지분 가치로 4위를 차지했고,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1조1,776억원으로 13위를 차지했다. 구 회장은 주력사인 LG전자가 실적부진의 직격탄을 맞아 지분이 많은 LG그룹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지분가치도 곤두박질쳤다.

재계 5위 그룹인 롯데의 신동빈 회장과 친형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의 지분가치는 2010년 말에 비해 23.7%, 25.2% 하락하면서 각각 10, 11위에 머물렀고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식은 1년 동안 거의 반토막이 났다. 3조6,370억원에서 1조9,835억원으로 무려 45.5%나 하락했다.

한편, 락앤락 회장(1조1,135억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1조1,014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1조129억원)은 지분가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며 새로 ‘1조원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유럽발 금융위기 피해자들
구본준 지분 27%나 급감, 김승연 한화회장도 29%나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해 지분가치가 급감한 주식부호들이 상당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0년 말과 비교해 보유한 주식이 20% 이상 떨어진 부자들의 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다. 2010년 ‘1조원클럽’ 회원이었던 구 부회장은 대주주로 있는 LG전자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분가치가 27%나 급감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2010년 말 9,975억원이던 지분가치가 지난해 말 7,844억원으로 21.4%가 감소했고 같은 기간 김승연 한화 회장도 7,957억원에서 5,643억원으로 29.1%의 급락을 경험했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주가급락을 경험한 OCI의 이수영 회장도 지난 1년간 32.7%의 지분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재무구조 악화설에 시달린 윤석금 웅진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은 계열사 주가하락으로 지분가치가 전년보다 50% 넘게 곤두박질쳤다. 특히 강 회장은 2010년 말 1,877억원이던 지분가치가 작년 말 823억원으로 줄면서 90위에서 211위로 121계단이나 급추락했다.

그 밖에도 박문덕 하이트 회장(2,103억원→736억원), 조남호 한진 회장(2,186억원→1,040억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3,431억원→1,695억원)의 지분가치가 반토막이 났다.

한편, 효성그룹(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과 일진그룹(김황식 총리의 친인척기업)은 이명박정부 말기의 '폴리티컬리스크(Political risk)가 부각되면서 주가 급락을 경험한 경우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3,868억원에서 1,969억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사장이 592억원에서 305억원으로 40% 이상 지분가치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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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