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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최룡해 뜨고 장성택 막후로

● 김정일 문상 다녀온 K씨 "북한이 바뀌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 최우선 과제
최, 경제분야 전면 나설것… 부친 김일성과 빨치산 동료
장, 정치 군사분야 담당 '김정은 선군정치' 이끌어
  • 지난 1월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정방산종합식료공장을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룡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세 번째)과 함께 현지 지도를 하고 있다.
"이젠 장성택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겁니다."

중국 베이징과 단둥에서 북한을 오가며 20년 가까이 무역을 하고 있는 조선족 동포 K씨는 최근의 북한 상황을 전하면서 북한의 향후 변화 방향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K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문상을 다녀오는 등 북한 고위층 인사들과도 꽤 가깝게 지내는 인사다. 그는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김정은 체제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북한의 가장 절실한 문제인 '경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최룡해 당중앙위 비서를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K씨는 새해가 북한에겐 '강성대국' 원년이어서 선군(先軍)이나 북한핵 얘기가 자주 나오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여서 이 부분에 전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김정은 체제의 기틀을 다지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함께 '경제통'인 최룡해 비서가 부상한다는 것이다. K씨는 "지금은 김정은 체제 초기여서 장성택 부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할 일도 많아 주목을 받겠지만,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거나 그 이전이라도 '경제'가 현안이 되면 최룡해 비서가 최적임자로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위원장과 최 비서는 김일성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김정일 위원장과도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다.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이고, 최 비서는 부친인 최현(1907∼1984년)이 김일성 주석과 빨치산 동료다. 장 부위원장과 최 비서는 1980년대 노동당의 핵심 외곽조직인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現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인연을 맺은 이래 동지적 관계를 이어왔다. 일설에는 최 비서가 장 부위원장의 오른팔이라고 할 정도로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에서 장 부위원장이 정치•군사 분야를, 최 비서는 경제 분야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 사람의 북한내 역학관계와 역할의 차이를 고려할 때 장 부위원장은 막후에서, 최 비서는 전면에서 폭넓은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 부위원장은 줄곧 무대 뒤에서 일을 해왔다고 한다. K씨는 연형묵 전 총리(1931~2005년)를 들어 "연 총리가 전면에서 일을 하면 장 부위원장은 그 뒤에서 국가 전략을 뒷받침했는데 2005년 연 총리가 서거하면서 장 부위원장이 앞에 나선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장 부위원장이 2004년 종파주의, 권력남용 혐의 등으로 좌천 내지 숙청당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실은 평양 근교 모처에서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짜면서 수시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보고하곤 했다"고 알려줬다.

  •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장 부위원장은 이른바 '장성택 사람들'로 불리는 후견그룹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기하는 만큼 반대 진영의 견제나 파워게임도 넘어야 할 과제다.

북한 군부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일각에선 김정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당과 군을 장악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장성택 부위원장과 가까운 후견그룹이 김 부위원장을 앞세워 북한을 이끌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북한 군부, 특히 야전군 쪽 영향력은 아직 상당해 장 부위원장이더라도 함부로 다루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새해 첫날 '탱크사단'을 시찰한 것은 선군정치를 계승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북한 군부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 이번 시찰에 이영호 총참모장, 장성택 부위원장, 김경옥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원홍•현철해 대장 등 후견그룹이 동행한 것은 김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지만 이들도 무시할 수 없는 군부의 존재를 감안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체제를 좌우하는 양대 축인 노동당과 군부와의 관계에서 당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이 당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 경향을 보인 것은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 발병 이후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부터다. 특히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국정의 중추가 되고 현재 북한을 움직이는 핵심 실세들로 구성된 것은 변화의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권력의 중심추가 군에서 당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선군정치'로 대표되는 군 중심의 권력이 당 쪽으로 기운다면 '정상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당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되면 군부의 비중보다 '민생'에 중점을 둘 수 있어 경제 부분이 강화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김정일 위원장의 마지막 현장지도에서 이미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사망 이틀 전인 12월 15일 김정은 부위원장,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과 평양 통일거리에 있는 하나음악정보센터와 광복지구상업중심에 들렀다.

북한은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경공업•농업을 강조하고, 식량문제 해결이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경제'가 강성대국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김정은 체제라면 최룡해의 역할은 그만큼 더 주목된다.

북한 고위 관료들의 부침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K씨는 "장성택 부위원장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주목하는 만큼 너무 나서면 군부 강경파나 반대 측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난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듯 장 부위원장이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룡해는 30대 때 김일성 주석 앞에서 개혁∙개방을 주장하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화폐개혁의 폐해를 직언할 정도로 강단 있는 인물로 평이 나 있다. 험로를 항해하기 시작한 김정은 체제에서 장성택 부위원장과 최룡해 비서의 역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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