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작년 4월 미국서 선공
삼성 반격 소송 내면서 9개국서 30여건 진행
엎치락뒤치락하다 판금 가처분 무승부 분위기
삼성, 그간 소송 비용보다 브랜드 각인 이득이 더 커
양측 유·불리 드러나면 극적 합의 가능성도 남아
확전 부담 삼성 문책인사도

지난해 전자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애플과, 삼성전자, HTC, 모토로라 등 안드로이드(OS 채택) 스마트폰 제조사들과의 특허 소송이었다. 그리고 애플과 대립각을 세운 안드로이드 제조사군의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특허 소송전을 벌이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은 올해 초에도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예선 격인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아닌 본안 소송의 결론들이 이달 말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과 달리 본안 소송에는 직접적인 특허 사용료가 걸려 있어 양사는 더욱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를 넘겨 확전 일로에 있는 특허 소송전에 삼성전자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본안 소송에서 패배할 경우 지금까지 판매한 스마트 기기 한 대당 만만찮은 특허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데다 최대 부품 납입처인 애플과의 관계도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그동안 특허 소송전을 주도해 왔던 인물들에 대한 징계성 인사 조치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특허 소송전의 선공은 애플이었다. 지난해 4월 애플은 미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갤럭시 시리즈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디자인과 UI (사용자 인터페이스)등을 모방했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었다.

소송에 앞서 진행된 애플의 흠집내기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던 삼성전자였지만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되자 즉시 강경노선으로 선회했다. 애플의 소송 직후 삼성전자는 미국, 한국, 독일, 일본 등 4개국에서 특허 소송을 내며 반격에 돌입했다. 이후 양사는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을 포함한 9개국으로 소송지역을 확대해가며 30여 건 내외의 소송전을 진행했다.

소송전의 초반엔 애플이 승기를 잡았다. 디자인을 앞세운 애플의 특허공세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에는 네덜란드와 호주, 9월에는 독일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판매금지 결정이 내려진 나라들에서는 매출 물량이 크지 않아 전체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라고 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침울했다.

그러다 4분기에 접어들면서 양사의 소송전 균형이 맞춰 갔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판매금지의 원인이었던 포토플리킹 기술을 다른 방법으로 대치하면서 10월부터 적용되는 판매금지를 막았고, 같은 달 호주에서도 항소심에서 승리해 판매금지 판결을 뒤집었다. 애플이 상고했지만 12월 초 호주대법원은 또다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독일법원 또한 판매금지 소송 심리전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잘 막아낸 삼성전자가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일본 등에서 반격을 가했지만, 아쉽게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6일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아이폰4S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와 호주에서도 애플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으며 호주에서는 법원의 권고로 본안 소송에 흡수됐다.

이탈리아의 결정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특허 소송의 예비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판매금지 가처분은 뚜렷한 승자 없이 무승부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특허전문가들은 양사의 소송이 전세계로 확전되면서 각국 법원들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본게임인 본안소송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삼성전자의 소송 득실은?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의 득실을 따져볼 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잃은 것을 살펴보면 우선 전세계적으로 특허전을 치른 덕에 들어간 소송 비용이 상당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까지 최소 2억달러 이상이 깨질 전망이다. 애플의 디자인 침해로 얻은 카피캣(모방 범죄자) 오명 또한 잃은 것들 중 하나다. 카피캣이라는 제품 이미지로 인해 향후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상한 자존심 또한 적지 않은 피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이번 소송전으로 인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득은 삼성전자라는 기업의 브랜드를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특허 소송 이전까지 스마트기기 시장을 선도한 것은 애플이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모토로라, HTC, 노키아 등 여러 후발업체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러나 8개월 이상 지속된 특허 소송전은 세계 소비자들의 이목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노이즈마케팅 효과로 이어졌다. 스마트 기기 제조사가 애플 아니면 삼성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이른바 양강구도를 굳히게 된 것이다.

그간 북미, 유럽 시장에서 TV나 냉장고 등 가전업체라는 인식이 강했던 삼성전자는 이로써 애플에 버금갈 정도의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1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234억3,000만달러를 기록, 특허 소송 이전에 비해 브랜드가치를 40억달러 이상을 끌어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LG전자가 삼성전자에게 '한판 붙자!'라고 도발적으로 나선 것도 비슷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애플-삼성전자'처럼 '삼성전자-LG전자'의 라이벌구도를 만들어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내용이다.

높아진 브랜드 위상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특허로 축적한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애플의 로열티 협상 내역 공개가 그것이다. 무선통신 분야에 방대한 표준특허를 지니고 있는 삼성전자는 합리적인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만 되면 오히려 애플을 도구 삼아 자사 기술력의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향후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파트너를 확장할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마무리는 어떤 식으로?

그간의 특허 소송전을 통해 실보다는 득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사태를 정리할 시기가 다가왔다. 더 이상의 특허 분쟁은 양사 모두에게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예선과 다름없었던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아닌 본안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긴급하게 전개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는 양쪽 모두 실제적인 피해가 거의 없었다. 판매금지 조치를 받지 않은 애플은 물론이고, 빠른 시간 내 판매금지 결과를 뒤집거나 무력화시킨 삼성전자도 미미한 규모의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이달 말부터 독일을 시작으로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본안 소송에 대한 심리가 시작된다. 본안 소송이 진행되면 애플-삼성전자 모두 판매금지 소송 경험을 바탕으로 법적 논리를 강화하고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야만 한다. 본안 소송이 진행되면 거액의 특허 사용료가 확정되는 까닭에 승패에 따라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양사 모두 적잖은 부담과 피해가 예상될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선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2에서 삼성전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CES 2012 최고 혁신상'을 받은 삼성전자 '슈퍼 O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본안 소송의 경우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워낙에 긴 데다 어느 한쪽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극적 합의설을 뒷받침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진행된 특허관련 본안 소송의 경우 유ㆍ불리가 드러나면 바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애플과 삼성전자는 최대 경쟁자임과 동시에 최대 파트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을 공급하는 최대 부품협력업체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부품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하이닉스, 도시바 등 여러 업체와 접촉했음에도 불구, 올해 초 출시 예정인 아이폰5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공급까지는 삼성전자가 맡을 것으로 보여 둘의 관계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허 소송전의 전망에 대해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두 가지 정도의 결말을 예상하고 있다. 크로스 라이선스를 통해 서로의 지적 재산권을 사용할 것을 허용하는 것과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크로스 라이선스가 체결되면 윈윈게임으로 끝날 수 있지만 만약 삼성전자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그동안 판매한 갤럭시 시리즈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허 소송이 불거진 지난해 2분기 실적부터 정확한 스마트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경우 공식적으로 밝힌 판매량이 배상 금액 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특허 침해 문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갈등을 빚자 스마트폰 1대당 4달러 안팎의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부담이 상상외?

일각에서는 특허 소송전이 해를 넘기며 점차 확전되는 양상에 대해 삼성전자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인사가 그것을 증명한다는 내용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권오현 삼성전자 DS사업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투톱체제'를 이루게 한 것이 그간 애플과의 갈등을 심화시킨 최 부회장에 대한 질책성 인사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동안 애플과의 소송전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은 최 부회장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서 팀 쿡과의 회담을 통해 양사의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순간에도 최 부회장은 "애플을 제1거래선으로 존중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라는 말을 쏟아내며 공격 일변도의 자세를 취해왔다.

이번에 진행된 '완성품사업 최지성-부품사업 권오현' 체제는 갈 데까지 간 애플과의 갈등 해소를 겸해 삼성전자를 완성품 세트와 부품 회사로 이원화시키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포석으로 읽힌다. 향후 분화 과정에서 이 사장과 권 부회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최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내용이다.

비단 최 부회장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에 있었던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의 퇴진도 특허 소송전 여진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통상전문변호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을 비롯한 해외법무를 총괄해왔던 김 사장의 이력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최 부회장은 지난 9일 세계 최대 전자제품전시회인 'CES 2012'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해의 뉘앙스가 담긴 발언을 했다. 당시 최 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이) 끝까지 가서 죽기살기로까지 가겠느냐"라며"현재 소송 중이라 애플에 대한 우리 회사의 전략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치는 않지만 전망으로 보면 서로가 큰 회사이고 존중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강경모드로 일관했던 최 부회장이 타협 분위기를 내비친 것이 처음이라 참석 기자들마저 의아해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스마트폰 날개 달고 최대실적 '훨훨'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5조2000억… 유럽 재정 위기에도 놀랄만한 성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인 5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올린 매출 164조원이고 영업이익 16조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2010년에 비해 1조원 가량 줄었지만 매출은 10조원이나 증가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놀랄만한 실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상저하고형의 실적을 보였다. 세계 경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침체됐던 것과는 정반대다. 위기를 거슬러 거둔 성적표라고 해석될 수 있다. 최대 실적의 1등공신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갤럭시S 시리즈가 하반기에 애플 아이폰을 넘어서며 무선사업부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승자독식 효과가 확대된 영향이다.

금융관계자들은 올해 삼성전자가 180조(매출)-20조(영업이익)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가입된 25개 증권사들이 발표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20조원에 육박한다.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여러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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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