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오른쪽)과 이서현
70년대 이후 출생한 CEO 및 임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글로벌•IT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젊음을 수혈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부쩍 증가한 70년대생 CEO 및 임원들은 특유의 전문성, 유연성, 역동성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30대 과장이 최고경영자에?

연말 연초는 기업들의 정기 인사가 많이 잡혀 있다. 기업 정기인사를 살펴보면 지난해의 성과에 대한 보상 및 문책 그리고 올해의 전망 및 계획을 읽을 수 있어 재계 전체가 주목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초 인사시즌에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내용 중 하나는 KT그룹의 30대 CEO 발탁이었다. 과장에서 CEO로 이른바 '신분상승'을 이룬 것도 화젯거리거니와 연임이 확실시되는 이석채 KT 회장의 미래를 위한 파격 인사실험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KT는 그룹 콘텐츠 전략 담당 이한대 과장을 싸이더스FNH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6일 밝혔다. 올해로 35세가 된 이 대표이사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CJ엔키노와 CJ엔터테인먼트, 엔플랫폼 등 영화사, 컨설팅회사를 거쳤다. 이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최고경영자(MBA)과정을 수료한 뒤 2010년 KT에 입사했다. 이번의 파격 선임은 KT그룹의 미디어사업 중장기 전략 수립 및 제휴협력에 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이 대표이사가 그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읽힌다.

이 대표이사 외에도 KT에는 70년대생 CEO들이 이미 여럿 포진하고 있다. KT뮤직의 김민욱(39) 대표, 넥스알의 한재선(39) 대표, 엔써즈의 김길연(35) 대표가 그들이다. KT 측은 "계열사의 70년대생 대표들이 그룹의 젊고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라며 "KT그룹에 70년대생 CEO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대 싸이더스FNH 신임대표
70년대생 오너들은 누가 있나

70년대 이후에 출생한 CEO는 KT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7~80년대생 CEO가 이미 활약하고 있다. 한국CXO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1970년대 이후 출생한 1,000대 상장사 CEO는 총 39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조사대상 1,296명 중 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1970~1972년생의 수가 26명으로 66.7%를 차지하는데 이 중에서도 1972년생이 10명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사장, 박권일 대창단조 사장, 최웅선 인팩 사장, 장원준 신풍제약 사장 등이 모두 1972년생 CEO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에 따르면 조사대상 39명 중 전문경영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자신이 창업자이거나 혹은 2세 경영자를 포함한 오너일가에 해당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1972년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970년생),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1970년생), 임종윤 한미홀딩스 사장(1970년생), 설윤호 대한제당 부회장(1975년생) 등이 대표적인 오너일가 경영자들이다.

70년대생 여성 CEO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강현정 울트라건설 부사장(1972년생)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CEO인 강 부사장은 박경자 울트라건설 회장과 함께 모녀경영을 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 회장과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같은 케이스다.

70년대생 CEO에는 유학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39명 중 13명이 해외대학(학부 기준) 출신자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 임종윤 한미홀딩스 사장, 장원영 CS홀딩스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를 나왔고 천신일 세중 회장의 아들인 천세전 사장은 UC버클리대를 나왔다.

정지이 현대 유앤아이 전무
국내 주요 대학 중에서는 연세대 출신자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외에 대창단조 박권일 사장,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사장, 유일한 파세코 사장, 삼목정공 김준년 사장이 연세대 동문이다. 고려대와 서울대가 각각 4명,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젊은 CEO 중에서도 최연소는 류기성 경동제약 부사장(1982년생)으로 나타났다. 류 부사장은 대신증권 양홍석 부사장(1981년생)과 함께 1980년대생 CEO로 유명하다.

70년대생 CEO들에 대해 오일선 소장은 "경영 2~3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이들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영수업을 통해 얼마만큼 검증된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10대그룹 70년대생 포진

70년대생 기수론은 CEO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10대그룹의 임원 중에는 70년대생 젊은 피가 다수 포진해 있다. 오너일가의 자제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전문성을 인정받은 70년대생 임원들이 상당수다. 이들은 대개 국내 명문대나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경영기획(혁신), 법무, 신사업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종호 송원산업 사장
주간한국의 조사에 따르면 10대그룹 중 삼성그룹이 배출한 70년대생 임원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970년생)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1973년생) 등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을 제외한 9명은 오너일가 이외의 젊은 임원이다. 삼성그룹의 70년대생 임원들은 주로 삼성전자에 포진해 있었다.

담당 업무 분야도 다양했다. 이상주 상무(1970년생)는 해외법무를, 정종욱 상무(1970년생)는 법무실을 담당하는 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비오너가 70년대생 임원을 3명이나 배출했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됐던 양준호 상무(1971년생)와 이민혁 상무(1972년생)의 경우 각각 영상디스플레이 디자인과 무선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고 문성우 상무(1971년생)는 경영혁신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너일가의 비중이 절반을 차지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1970년생)을 비롯하여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두 아들인 정일선(1970년생), 정문선(1974년생) 형제가 대표적인 70년대생 임원이다. 비오너일가로는 윤치환 현대모비스 이사(1972년생), 오정석 현대위아 사외이사(1970년생), 이동준 현대하이스코 이사(1970년생)가 있다.

재계 3, 4위를 달리는 SK그룹과 LG그룹에는 오너일가 70년대생 CEO가 없다. 그럼에도 SK그룹과 LG그룹에는 각각 9, 6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70년대생 CEO가 포진돼 있다. SK그룹 70년대생 CEO 중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한명수 SK커뮤니케이션즈 이사(1972년생)다. 전문 디자이너로서는 드물게 비유학파이면서도 디자이너 최초 억대 연봉자에 이름을 올린 한 이사는 후배들에게 이미 전설이 되고 있다. LG그룹의 70년대생 CEO가 대부분 LG전자에 속해있는 상황에서 이재웅 LG유플러스 상무도 눈에 띈다. 검사 출신으로 LG화학 법무 업무를 담당했던 이 상무는 지난해 초 LG유플러스가 새로 법무팀을 꾸리면서 영입됐다.

GS그룹에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아들 허준홍 이사(1975년생)가 오너일가 70년대생 CEO다. 허 이사는 GS칼텍스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GS홈쇼핑의 박솔잎 상무(1971년생)는 대표적인 70년대생 여성임원이다. 와튼스쿨 MBA를 마치고 베인앤컴퍼니, 옥션 세일즈프로모션 실장 등을 거친 박 상무는 글로벌 감각과 인터넷 영업에 대한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현정 울트라건설 사장
한진그룹의 70년대생 CEO는 두 명 모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로 오너일가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1974년생)는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며 항공업무 전반에 대해 해박하다는 평가를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1976년생)는 합리적인 스타일로 소탈하고 친화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재계 관계자는 "얼마 전보다는 확실히 젊은 임원들이 늘었다"라면서도 "3~40년 전과 비교한다면 아직도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전 세대에 능력있는 젊은 임원들의 등용문이 넓었던 것에 비한다면 요새는 그 폭이 많이 좁아졌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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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