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비리로 곤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MB에게 반말하는 '멘토'… 미국측선 '대통령의 정치적 두뇌' 평가정용욱 귀국하면 윗선 연루여부 규명, 일부선 '꼬리자르기' 예상종편 특혜설에 제4이통 선정도 의혹

최시중(75)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최 위원장은 때 시(時) 자와 버금 중(仲) 자를 쓴다. 때(MB 정권)를 잘 맞춰 (대통령에) 다음가는 위치에 오른 인물이 최시중 위원장이다. 방송통신위원장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미디어를 주무를 수 있는 자리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칼을 휘두르던 '방통대군' 최시중 위원장. 그런 최 위원장이 MB 정권 임기를 1년 남겨둔 '말년'에 곤혹스럽게 됐다.

더불어 최 위원장을 멘토로 삼았던 이명박 대통령도 난감해졌다. '영일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렸던 이상득(77) 전 국회부의장은 자신의 보좌관이 기업체에서 10억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뒤 풍전등화의 신세로 전락했고, 이어 최 위원장마저 측근의 비리 연루 의혹으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MB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정국이 '최시중 사태'로 떠들썩하다. 그간 온갖 설(說)에 시달리던 최 위원장이 결국 MB 정권 말기 '게이트 정국'의 단초를 제공할 거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 위원장 자신은 종합편성채널 특혜 등으로 야당 등의'타깃'이 된 지 오래고, 최 위원장의 양아들이라는 정용욱 보좌관은 한국방송예술진흥원 김학인 이사장의 청탁과 함께 돈을 수억 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은 등록금과 교비 등 약 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이미 검찰에 구속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1공영 다(多)민영' 체제를 골자로 한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처리한 뒤 김재윤 의원등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말만 무성하던 측근의 비리 연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당당하기만 하던 최 위원장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EBS 이사가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MB의 그림자'로 통해

최 위원장은 그러나 측근의 비리 의혹 연루설과 관련해서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각종 의혹들은 가슴 아프고,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검찰의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용욱 보좌관이 김 이사장에게 금품을 받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최 위원장의 주장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MB의 '그림자'로 통한다. MB와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인 최 위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친분을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MB와도 교분을 쌓았다. "사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하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최시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낸 뒤 1994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치 관련 여론조사에서 빼어난 수완을 발휘한 최 위원장은 2007년 대선 기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고문을 맡았고, MB가 상선된 뒤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이 됐다.

2008년 MB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에 오른 최 위원장을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 온갖 비난 속에서도 보수 신문사들에 종합편성채널이라는 '특혜'를 안겼고, 최근에는 독소조항이 가득한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의 국회 통과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최 위원장은 지난해 초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장 교체를 검토했을 때, '이동'을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MB가 최 위원장을 만나 국정원장보다 방송통신위원장 자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위원장이 MB의 언론 정책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방증이다.

"그(이명박 대통령)는 서툰 인간관계 때문에 오로지 주변의 친구들과 측근들만 신뢰한다." 주한 미 대사관은 2007년 대선 직후 올린 대외비 정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 같은 내용은 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이명박 당선자는 어떤 사람인가'를 통해 밝혀졌다. 이 문건은 미 대사관이 이 대통령의 성향, 인간성, 측근, 정책 등을 분석해 본국에 보낸 것이다.

문건에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언급한 부분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문건은 "국회부의장 이상득과 최시중 전 갤럽연구소 회장이 이명박의 정치적 두뇌"라며 "강한 기질을 가진 이 당선자는 오직 두 사람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B 레임덕 가속화

MB 정권이 '말년'에 접어들면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최 위원장도 코너에 몰렸다. 양아들인 정용욱 보좌관의 비리 연루 의혹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 위원장 측근의 비리 연루는 MB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10여 년 전부터 최 위원장과 인연을 맺은 정씨는 2008년 최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 입성과 함께 4급 정책보좌역에 앉았다. 최 위원장은 개방형 직위에 관한 특례 규정까지 바꾸면서까지 정씨에게 자리를 마련해 줬다.

검찰은 정씨가 김학인 이사장의 EBS 선임 로비뿐 아니라, 작년 5, 6월쯤 통신사들의 이동통신용 주파수 쟁탈전을 앞두고도 SK에서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또 2010년 CJ오쇼핑의 온미디어 인수 과정에서 5억 원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정씨가 김 이사장, SK, CJ 등에서 받은 돈이 정씨 개인 주머니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윗사람들에게 전달된 것인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머슴'에 불과한 정씨를 보고 김 이사장이나 기업들이 로비를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 위원장 측근의 비리는 정씨가 처음이 아니다. 최 위원장의 왼팔이라던 황철증 전 방송통신위원회 정책국장은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IT(정보기술) 업체에서 뇌물을 받았다가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백 번 양보해서 정씨 등의 소행이 '단독범행'이라 하더라도 그런 인물에게 자리를 마련해서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도록 방치한 최 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대 조직의 수장이라면 수하, 특히 핵심 측근을 단속하는 것도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지난달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던 정씨는 지난 6일 말레이시아로 거취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가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것은 태국에서 자신의 '위치'가 파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적당히 덮고 넘어간다(?)

정씨는 그러나 얼마 전 한 지인을 통해 설 연휴가 끝난 오는 25일께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귀국한다면 최 위원장이 지난 5일 "검찰의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던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정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검찰의 '칼끝'은 자연스럽게 최 위원장을 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의 보좌관인 정씨는 어디까지나 '깃털'이자 '머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의 전망도 있다. 정권의 실세이자 MB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최 위원장이 검찰에 불려 나가고, 나아가 법적 처벌까지 받는다면 가뜩이나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현정권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때문에 모든 진실은 '훗날' 밝혀질 거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정씨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최 위원장에 대한 국회 청문회 개최와 탄핵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9일 "2009년 4월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포괄적 수뢰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이어 "홍 전 대표의 말을 적용해 본다면 측근이 받은 돈은 당연히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인 최 위원장이 받은 돈이 된다. 검찰이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관한다면 국민적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합편성채널 특혜, 측근들의 잇단 비리 말고도 최 위원장은 '제4이동통신 사업 무산'이라는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물건너가면서 MB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통신요금 인하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어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 참여했던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한국모바일인터넷(KMI)가 모두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 내내 최 위원장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무서울 것 없던 '방통대군'이 '말년'에 무척 곤혹스럽게 됐다.

6인회 멤버'초라한 말로'
이상득·박희태 등 구설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들의 모임이라 할 6인회 멤버 중 한 명이다.

6인회 멤버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김덕룡 전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있다.

이 대통령은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핵심 측근들의 각종 비리 연루 의혹 등으로 이미 상당 부분 동력을 상실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대부분 말년이 초라하기만 하다.

'만사형통' 이상득 전 부의장과 '방통대군' 최시중 위원장은 보좌관들의 잇단 비루 연루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박희태 의장도 2008년 당대표 경선 때 돈봉투 사건으로 입장이 난처해졌다.

특히 'MB의 멘토'인 '만사형통'과 '방통대군'은 정권 말에 접어들면서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상득 전 부의장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47)씨는 기업체의 청탁을 받고 10억 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구속됐다.

이 전 부의장은 4월 총선 출마 포기 선언으로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 했지만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최 위원장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처지는 이 전 부의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왕의 남자'라는 애칭을 달고 다녔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입지도 무척 좁아졌다. 한때 한나라당의 '잠룡'으로 분류됐던 이 전 장관이지만 MB의 인기 추락과 맞물려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이 전 장관은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는 굴욕을 당했다.

김덕룡 전 국민통합특보는 오는 4월 총선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지만,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전 특보는 그나마 다른 멤버들에 비하면 구설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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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기자 squeeze@hk.co.kr